자체 제작 포르노 본좌 꼬리 잡혔다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일반인 여성 수십여 명과 성관계를 맺는 동영상을 촬영한 뒤 불법 성인사이트 ‘하자텐(haja10)’을 통해 유포한 30대 남성의 꼬리가 밟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교제하던 일반인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면서 촬영한 음란동영상 150여 편을 외국 서버를 통해 운영하던 웹사이트를 통해 유포한 혐의(음란물유포 등)로 진모(3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진씨는 자신이 직접 출연·촬영한 성관계 및 변태적 성행위 동영상을 유포해 음란물 사이트를 이른바 ‘평정’했다. 이 사이트는 C사이트, J사이트 등과 함께 대표적인 음란물 사이트로 유명세를 떨쳤다. 진씨의 꾐에 넘어가 음란 동영상을 촬영했던 피해 여성들은 ‘단단히 속았다’며 큰 충격을 받았지만 대부분 증언을 거부하고 있어 경찰 조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수십 명의 여성을 농락한 희대의 카사노바 행각 속으로 들어가 봤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 일대에서는 소란이 일었다. 일본에서 입국한 진씨 앞을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관이 가로막았다. 곧 진씨의 팔목에는 수갑이 채워졌다. 진씨는 자신과 성관계를 맺는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수배자였다. 2005년부터 한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일본 유명 호스트바 종업원으로 일한 진씨는 불법 체류 사실이 발각돼 여권 기간 연장을 위해 국내에 입국하다 경찰에 체포당한 것이다.

주연배우 겸 제작자, 유포자

경찰에 따르면 진씨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인터넷 채팅 등으로 만난 여성과 성관계·변태적 성행위를 하면서 동영상 150여 편을 촬영했다. 진씨는 자신이 사귄 여성들에게 ‘혼자만 갖고 있겠다’, ‘연인 사이니 기념으로 갖고 있고 싶다’,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간직해두고 싶다’, ‘만나지 못해 외로울 때마다 보고 싶다’는 등의 말로 동영상 촬영을 설득했다. 피해여성들은 진씨가 끈질기게 설득하자 동영상 촬영에 응하고 말았다. 한 피해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혼자 있을 때 동영상을 보며 외로움을 달래고 싶다는 꾐에 넘어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동영상은 짜여진 각본에 맞춰 연기하고 촬영한 성인 동영상이 아닌 일반인의 실제 성관계 동영상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이들 동영상은 외국 서버를 통해 운영되던 ‘하자텐(haja10)’이란 사이트를 통해 ‘haja10’이란 마크가 찍힌 채 유포됐다. 이 동영상들은 다시 웹하드와 P2P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이 사이트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A사이트와 C사이트, J사이트와 함께 음란물 사이트를 주름잡았다. 경찰이 확보한 그의 음란 동영상만 150여 편에 달한다. 진씨가 운영하던 하자텐 사이트는 2000년대 초중반 국내 자체제작 음란물 유포 유료사이트로 유명세를 떨쳤으나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그가 유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속에는 모두 진씨 본인이 등장하고 있다. 주연배우 겸 제작자, 유포자인 셈이다.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일반 직장 여성, 여대생, 주부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진씨가 하자텐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고 해당 동영상을 배포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지만 진씨는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원, 여대생, 가정주부 등 수십여 명과 성관계를 가지며 촬영, 유포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씨 본인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피해여성들도 진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피해여성의 수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공소시효가 장애물

경찰은 진씨가 의도적으로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할 목적으로 피해 여성들에게 접근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러 대의 캠코더와 삼각대, 조명 등 전문 촬영 장비를 동원했고 3명 이상이 변태적 성행위를 촬영한 게 다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진씨는 끝끝내 동영상 촬영에 동의하지 않은 여성을 상대로는 몰래카메라 형태로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씨가 유포한 동영상에는 진씨의 얼굴은 철저하게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어 그의 신상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반면 피해여성들의 얼굴은 동영상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해당 동영상이 인기리에 유포되면서 뒤늦게 음란물 유포 사실을 알게 된 일부 피해여성들은 진씨를 고소했다. 당시 진씨를 고소한 한 피해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동영상을 본 주변 사람들이 동영상 속 여성이 나라는 것을 알아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울먹였다. 동영상에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탓에 지인들이 자신을 알아보자 성형수술까지 받은 여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혐의를 입증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피해 여성은 수십여 명으로 추정되지만 조사에 응한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증언 확보를 위해 연락을 취한 피해여성들은 “이미 잊고 지내는 일을 이제 와서 왜 들추느냐”며 불쾌함을 표시하는 한편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으니 다시 연락하지 말아 달라”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진씨 역시 자신의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진씨는 경찰 조사에서 “해당 동영상들은 모두 서로가 합의하에 찍은 것이다”며 “이미 출국하기 전에 관련 동영상들은 모두 파기한 상태고 이 동영상들이 어떻게 유포가 됐는지 모르겠다. 하자텐 사이트 역시 나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

공소시효도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할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하지만 법원은 진씨가 피해여성들의 고소 이전에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도피로 볼 수 없다고 판단,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때문에 관련 혐의의 공소시효(3년)가 지난데다 피해 여성들의 증언도 부족하고 진씨도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어 처벌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를 확보하고 동영상 유포 혐의와 도피성 여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진씨가 7년 동안 일본에 체류하며 유포한 음란 동영상이 확산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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