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1년 7개월 여만에 풀려난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들이 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현열 선장, 이상헌 1기관사, 이건일 1항해사, 김형언 기관장 <사진자료=뉴시스>
[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1년 7개월여 만에 풀려난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들이 5일 꿈에 그리던 고국 땅을 밟았다.

제미니호 선장 박현열, 기관장 김형언, 1항해사 이건일, 1기관사 이상헌씨 등 선원 4명은 지난 4일(현지시각) 나이로비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JKIA)을 떠나 이날 오전 4시22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이들은 소말리아 해적과 싱가포르 선사간의 합의에 따라 지난 1일 오후 5시55분 풀려나 청해부대 강감찬함을 타고 안전지대인 케냐 몸바사항으로 이동했다. 이후 이들은 외교부 소속 신속대응팀과 싱가포르 선사 측의 지원으로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고 휴식을 취했다.

이날 귀국한 선원들은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사진 촬영에 응한 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현열 선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저희들이 무사히 구출될 수 있도록 지대한 관심으로 염려해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저희들의 석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정부 측에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악천후 때문에 구조선이 돌아갔던 일촉즉발의 상황을 떠올리며 “헬기에서 내려온 구명줄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았다. 헬기를 보는 순간 조금이라도 빨리 닿기 위해 바닷물로 뛰어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물론 가족들까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오랫동안 겪었다”며 “납치에 관한 이야기는 오늘 이 자리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지금도 당시를 기억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이건일 1항해사는 “여기까지 온 게 꿈만 같다.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며 소소한 바람을 전했고, 이상헌 1기관사는 “지옥에서 천당으로 올라온 느낌”이라며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6시30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김해행 항공기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해 가족들과 재회한다.

한편 화물선 제미니호는 한국인 선언 4명과 인도네시아인, 미얀마인, 중국인 등 모두 25명의 선원을 태우고 지난해 4월 30일 아프리카 케냐 해역을 지나던 중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나머지 선원들은 선사 측과 해적 간 협상으로 지난해 11월 30일 풀려났지만, 한국인 선원 4명은 비참한 생활을 견디다 피랍 582일 만에 석방됐다. 이들이 고국 땅을 밟은 것은 지난해 3월 28일 한국을 떠난 후 619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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