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박근혜 대표 테러범’ 지충호씨가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운데 그가 ‘희대의 법조브로커’ 윤상림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구치소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현재 구치소 내에서 같은 동을 쓰며 한솥밥을 먹고 지내는 사이”라며 “단 며칠 만에 ‘호형호제’하며 가깝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윤씨와 지씨가 가깝게 지내는 것은 현재 두 사람이 같은 구치소 내에 수감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지씨를 잘 아는 사람과 윤씨가 이전부터 잘 아는 사이라 지씨가 입소 후 윤씨에게 접근하기 쉬웠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구치소 관계자에 따르면 ‘건국 이래 최대 브로커’로 불리는 윤상림씨가 A구치소에 수감된 것은 지난 3월. 지난해 11월부터 무려 5개월 동안 진행된 윤씨에 대한 수사가 별다른 소득 없이 막을 내리고 구속 기소되던 터였다. 사건 초기 윤씨는 ‘희대의 브로커’라는 별칭을 들으며 고위급 인사와 연루 의혹이 제기, 사건은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다. 전·현직 검찰 간부와 판사, 변호사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기도 했으며 윤씨가 체포되기 직전까지 부장판사와 골프를 쳤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이 인사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가 포착, 경찰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검찰은 60여명의 방대한 수사 인력을 동원했고, ‘거대 수사팀’을 꾸려 5개월 동안 윤씨와 관련자들의 계좌와 수표를 ‘이 잡듯’ 뒤져가며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검찰은 추가기소를 거듭, 9차례 57건이라는 범죄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윤씨의 혐의 가운데 대부분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단순사기 혐의였다. 결국 이 사건은 한 개인의 ‘치졸한 사기행각’으로 끝을 맺었다. 검사 5명을 투입하는 등 수개월간 진행해 온 수사규모에 비춰볼 때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결과이다.

사회적 파문 일으킨 ‘두 사람’

‘희대의 테러범’이라 불리는 ‘박근혜 피습 사건’의 피의자 지충호씨가 윤씨가 수감돼 있는 A구치소에 들어오게 된 것은 지난 5월말이다. 그는 ‘정치적 동기 목적’이냐 ‘단순 사회적 불만’이냐 등 범행동기를 두고 논란을 불러일으키다 5·31 지방선거와 함께 조용히 종결,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씨와 열린 우리당이 ‘특별한 관계’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여당은 결국 지방선거에서 ‘집권당 사상 최악의 선거 참패’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검·경 합수부는 30여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해 지씨의 돈거래 내역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범행당일 행적 및 주변 인물을 수사했다. 지씨의 측근을 인터뷰한 결과, “그의 원래 범행대상은 박 대표가 아닌 오세훈 후보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지면서 사건은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판단, ‘조직적 테러’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씨는 실업, 가난, 그리고 한 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쳐 사회에 불만을 표출한 것일 뿐”이라고 보고 있어 사건의 성격은 지씨의 단순범죄로 대폭 축소되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 역시 공범이나 배후 없는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 별다른 소득 없이 막을 내렸다. 언론과 여론의 대대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윤씨와 지씨 관련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도 이들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 “배후를 끝까지 추적해서 거악의 뿌리를 뽑고 실체를 밝히겠다”던 당초 검찰의 공언과는 달리 사건이 유야무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구치소에서 처음 알게 돼

이런 맥락으로 볼 때 두 사건의 주인공인 ‘희대의 브로커’ 윤씨와 ‘테러범’ 지씨가 운명적(?)으로 같은 구치소에서 생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진위여부를 떠나 가히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사실 확인을 위해 취재진은 7일 서울 소재 A구치소를 찾아 이들과 접견을 시도했다. 그러나 지씨는 담당검사가 접견제한을 규정해 면회 자체가 불가능했고, 윤씨는 접견횟수가 초과돼 면회를 할 수 없었다.

다음날 윤씨와 접견을 시도하기 위해 다시 찾아갔지만 거부당했다. 하지만 취재진은 8일 오후 주변을 탐색하던 중 구치소 내 관계자를 어렵사리 만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항간에 떠도는 ‘윤씨와 지씨는 막역한 사이’라는 소문에 대해 “같은 동에 있는 감방 수감자일 뿐”이라는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들이 같은 감방을 쓰는 것도 아니고 동기도 아닌데 ‘막역한’ 사이라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며 “혹시라도 운동시간에 한번 슬쩍 봤거나 아니면 둘 다 너무 유명하다보니 그런 소문이 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취재진의 계속되는 질문에 이내 관계자는 “지씨와 윤씨가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것은 사실”이라고 실토하며 “하지만 이들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 만남 횟수 등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둘의 사이에 대해 비교적 설명을 잘 해주었다. 그를 통해 들은 윤씨와 지씨의 관계는 대충 이렇다. 윤씨와 지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씨가 입소한 바로 다음날. 5월 말께로 추정된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은 이전에 모르는 사이였으며, 이 날 처음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지씨가 윤씨에게 먼저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윤씨는 지씨의 측근과 잘 아는 관계이다. 이에 지씨는 윤씨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따랐다고 한다. 또 이들은 매일 마주칠 뿐만 아니라 식사시간, 휴식시간, 운동시간 등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틈틈이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관계자 역시 “두 사람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해 줄 수 있을 뿐,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개인 신상 보호 차원에서 어떠한 점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구치소 내 관계자들은 이들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요주의 인물이라는 것에 주목, 경계와 감시를 한시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