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돈 없다며 중개수수료 1000만원 씩 ‘펑∼펑’

[일요서울 | 수도권취재본부 김장중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 미분양 털기 방식에 문제가 생겼다.

LH가 경기도 오산시 세교 13단지 미분양 물량에 대해서만 파격적인 조건의 할인 분양을 내자, 이 단지 기존 입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LH가 예산이 없다며 택지개발 사업을 중지하면서도 이곳 중개업자 등을 대상으로 미분양 아파트 1가구당 계약을 체결할 경우  700∼1000만원의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곳에는 수십여 명의 부동산업자들이 몰려 분양유치금 등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호객행위 등을 일삼고 있다. 물론 LH는 아파트 미분양을 털기 위해 이같은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

13일 LH 오산직할사업단과 입주자 등에 따르면 LH는 세교 13단지 580세대 중 잔여물량 229세대에 대해 잔금납부(60~65%)를 2~3년간 유예해 주고, 잔금 선납 시에는 2200∼4800만원 상당의 분양대금을 할인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새로 분양을 받는 입주자의 경우 기존 입주자보다 평균 3000만 원 정도 할인을 받는 꼴이다.

LH가 지난해 5월 첫 입주를 시작으로 1년 6개월간 계속되는 미분양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窮餘之策)이다.

상황이 이렇자 ‘뿔’난 기존 입주자 50여명이 지난 12일 오전 LH오산직할사업단 정문 앞에 모여 집단 시위를 벌이는 등 한바탕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기존 입주자들은 “먼저 입주한 사람들이 봉이냐, 우리들도 LH가 미분양을 털기 위해 내놓은 방식에 맞춰 똑같은 혜택을 받아야지만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들은 또 잔여분 신규입주자만 할인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똑같은 조건의 할인 소급적용을 주장했다.

이들은 “할인 분양이 되면 집값 하락은 물론이고 아파트 매매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입주시기부터 시작된 각종 부실공사건에 대해서도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이대영 입주자대표 회장은 “입주 초기부터 각종 부실공사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원통한데 이제 와서 분양할인으로 집값까지 떨어뜨리려고 한다”면서 “이같은 LH의 행태는 기존 입주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LH 판매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하락으로 계속되는 미분양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조치”라며 “먼저 입주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현재로써는 이들이 주장하는 요구내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오산시 세교 13단지 입주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집단시위를 계속해 벌이기로 했다.

k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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