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구치소 여성재소자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성 재소자의 인권문제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특히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난 음지의 여성들이 더 강압적인 성범죄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교도소 내 여성들의 성적 인권이 보호되지 못한 것은 폐쇄적인 영역이라 진상이 쉽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지는 교도소 수감 중 치욕적인 일을 겪었다는 김모씨(28)의 증언을 통해 실상을 알 수 있었다.

야설과 성희롱은 ‘기본’

“그 놈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입니다.”지난 2년간, 교도관 A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김씨. 최근 파문이 일고 있는 교도소 내 여성 재소자들이 당하는 성폭행 실상 소식을 전해들은 김씨는 며칠째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실제로 김씨는 수감생활중 교도관 A씨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했다고 고백했다.“A씨는 항상 야한 농담을 즐겼고 언어로 성희롱하는 것은 보통이었어요. 하루는 뜬금없이 죄수복 가슴팍에 붙어있는 수감번호를 보자며 가슴에 손을 댄 적도 있고, 음흉하게 웃으며 내 몸을 쓰다듬기도 했어요.”

밀실에서 시작된 ‘악연’

A씨와의 ‘악연’은 지금으로부터 2년여 전인 2004년. 입소 2개월 후, 공교롭게도 수감자들이 1:1 특별면담을 받는 곳인 밀실에서 시작됐다. 하루는 김씨가 상담을 요청했는데 A씨가 “그동안 너를 쭉 지켜봐 왔다. 출소가 언제냐. 성실히 생활하는 모습을 보이면 가석방을 하는데 적극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씨는 A씨의 친절에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잘 봐주는 줄로만 생각하고 ‘좋은 사람’이라고만 여겼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A씨 역시 “네가 성실해서 특별히 신경써주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씨에 따르면 교도소는 범죄자들이 죄 값을 치르고 사회에 복귀하기 위해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곳이 아니다. 그녀에게 만큼은 교도소는 속된 말로 ‘몸을 버리는 곳’이었다.

“원래 규칙은 남성 교도관이 여성 재소자와 면담하려면 반드시 여성 교도관 1명이 입회하는 걸로 돼 있지만 실제로 여성 교도관이 동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성폭력 범죄 환경에 그대로 방치된 셈이죠.”김씨는 “밀실 안에서 행해지는 교도관들의 성폭행 수준은 최근 언론에 공개된 것 보다 더 심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김씨는 “A씨는 죄수복 안으로 손을 넣어 맨 살을 만지기도 하고, 반항하면 ‘평생 콩밥을 먹고 싶냐’며 턱을 쿡쿡 찌르기도 했어요”라며 “지금까지는 A씨가 무서워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김씨에게 잔뜩 겁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자주 저에게 자기만 믿으라고 했어요. 믿으면 가석방 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무엇이든지 해준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이런 달콤한 말은 곧 성폭행으로 이어졌죠. A씨는 만약 누군가에게 말하면 가만 안둔다고 했어요. 그때는 죽을 각오를 하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너만 힘들어진다” 압박하기도

그렇다면 김씨는 왜 이 같은 사실을 지금까지 알리지 않고 있었을까. 협박으로 후환이 두려웠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는 게 김씨가 함구한 이유이다. 교도관 A씨는 “너만 힘들어진다. 일 크게 만들지 말라”고 압박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게다가 “실제로 교도관 면담 평가는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이기 때문에 재소자는 교도관의 불합리한 행동을 참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때문에 억울하면서도 참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김씨는 “자다가 ‘하지마’라고 잠꼬대하면서 3일 동안 식은땀을 흘린 적도 있다”며 당시 악몽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씨에 따르면 자신이 수감생활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전해들은 여성들의 수만도 6명 남짓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성적 학대에 대한 진상이 묵살되거나 교도소 내에서 ‘쉬쉬’하며 넘어가기 때문에 바깥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실제 피해 여성 재소자들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경찰에 ‘몇 해 전에 피해당한 일이 있다’는 제보가 접수돼 김씨의 성범죄의 뿌리가 의외로 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씨는 “한때는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이제는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재소자들의 인권 보호에 신경을 써 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김씨는 “문제가 있는 교도관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대부분의 교도관은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런 극소수가 여성 재소자들의 삶을 망치고 수감생활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감생활중 당한 아픈 기억 때문에 한때 정신과 치료도 받았었다는 김씨는 “이제 더 이상 나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네티즌 들썩 “교도행정 바꿔야…”

‘교도행정’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성 재소자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 것. 이에 성난 네티즌들은 법무부와 일부 포털사이트에 비난의 글을 쏟아내고 있는 한편, 각종 아이디어를 올리며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법무부에 글을 올린 아이디가 ‘인권위’인 한 네티즌은 “영화나 소설에서 등장하던 교도관의 성추행 사건을 접하고 보니 정말 영화로 만들 법한 이야기”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어 “상담실 문을 투명 유리로 바꿔 내부가 훤히 보이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자신을 ‘김동수’라고 밝힌 네티즌은 “여성 재소자에 대한 성추행이 어디 이뿐이겠냐. 국가는 하루 빨리 전국의 여성 재소자들을 상대로 진상조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성범죄 공화국’이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폐쇄적인 교정행정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러한 성추행 사건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며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상당수 네티즌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댓글에 구치소의 여성 교도관 채용 확대를 주장했으며, 일부 네티즌은 외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에도 사설 교도소가 하루 빨리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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