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정권말 금융당국 눈총 받나


- 하나은행, 외환은행에 이어 은행법 위반으로 제동 걸려
- 금융당국, 김승유 그림자 진 하나금융에 화살 겨냥했나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가 하나은행(은행장 김종준)의 하나고등학교(이사장 김승유) 기금 출연이 은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뒤늦게 밝히면서 하나금융그룹(회장 김정태)이 당황한 모습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김승유 이사장의 존재감이 짙은 하나금융에 정권 말 화살을 겨냥한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 중이다.

하나은행이 하나금융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하나고에 337억 원을 출연한 것이 지난 14일 은행법 위반으로 판명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금융위는 앞서 하나금융의 계열사인 외환은행(은행장 윤용로)의 하나고 기금 출연 논란이 일 당시만 해도 하나은행의 경우 은행법 개정 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2009년 10월 은행법 개정 이후에도 하나고에 337억 원을 출연한 사실이 출연 내역을 통해 밝혀지면서 입장을 급선회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하나고 설립 당시 출연한 기금이 아닌 은행법 개정 이후 출연한 기금은 은행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면서 “금융감독원을 통해 하나은행의 하나고 출연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고 논란에 ‘삐끗’한 두 은행

애초에 하나고가 논란으로 떠오른 것은 외환은행이 하나고에 257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외환은행은 지난 10월 이사회를 열어 하나고에 250억 원을 출자하고 운영비 7억5000만 원을 연내 출연한다는 안건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이사회 전날까지도 상정 여부에 대해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 측은 은행법 제35조 위반에 해당된다며 즉각 반발했다. 반면 하나금융의 수장이었던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은 퇴임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외환은행에 대한 김승유 이사장의 출연 압력 여부를 두고 공방이 오가면서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 논란은 금융위가 장고 끝에 은행법 위반으로 출연에 제동을 걸면서 지난 3일 일단락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나고가 하나금융의 특수관계인에 속하므로 계열사인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은 대주주에게 무상으로 은행 자산을 넘기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 “바로 출연하는 것은 은행법 위반이므로 만약 출연해야 한다면 하나금융에 배당을 하고 이를 다시 하나고에 출연하는 식으로 변경하라”고 밝혔다.

 
표면은 은행법 위반, 속내는 무엇?

문제는 금융위가 하나은행의 경우 하나고 출연이 은행법 개정 전에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금융위는 최근에 와서야 하나은행의 출연 내역을 통해 은행법 개정 후에도 337억 원이 출연된 것이 알려지자 늑장 대응에 바쁜 모습이다.

판단의 기준점이 된 은행법 제35조 2의 8항은 ‘은행은 대주주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매매ㆍ교환ㆍ신용공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2009년 10월 시행됐다. 해당 조항의 ‘대주주’는 법리상 대주주의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하나금융은 외환ㆍ하나은행의 대주주, 하나고는 하나금융의 특수관계인으로 각각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외환은행의 신규 출연에만 제동을 걸고 하나은행의 기존 출연을 덮으려다가 논란이 수면 위로 불거지자 하나은행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김승유 이사장이 지난 3월 하나금융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아직 하나금융에 대한 영향력이 유효한 만큼 ‘김 이사장 길들이기’의 방편으로 택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KBㆍ신한ㆍ우리금융 등 여타 금융그룹들이 자율형사립고는 아니지만 각각 KB금융공익재단ㆍ신한장학재단ㆍ우리다문화재단 등을 계열 은행의 출연금으로 설립해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독 하나금융을 향해 첫 화살을 겨눈 것은 정권 말 금융권 고삐 조이기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떨고 있는 하나금융 “알아서 줄인다”

한편 하나금융은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최근 계열사 조직 통폐합으로 몸집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나은행은 4개 본부를 통폐합하고 업무를 이관해 재정비하는 등 연내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이 있을 예정이다. 한편에서는 하나은행의 조직 통폐합이 효율성 제고 외에도 내년 금감원 종합검사를 앞두고 미리 움직이는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눈길도 보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에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으로 파장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했을 것”이라며 “향후 김승유 이사장의 존재가 하나금융에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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