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도 많고 충돌하는 이해관계 속 주식 길라잡이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유용한 지식이 무용지식으로 변하는 속도 또한 빨라진다.
반면, 무용지식은 그저 쓸모없음에 머무르지 않고 손실을 부르는 유해한 지식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빠른 속도를 특징으로 한다. 특히 21세기 정보시대에 속도는 단순히 시대를 구분 짓는 특징을 넘어 우리가 받들어야 할 신성한 가치 중 하나로 드높여진 느낌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문명의 제품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도구다. 자동차가 그렇고 휴대전화와 패스트푸드·PC 등 모두 마찬가지다.

물론 이 중에는 속도에 대한 우리의 강박관념을 비웃듯 역행하는 것들도 간혹 있다. 광범위한 보급과 사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마이너스이고, 조금 짓궂게는 개인의 특이한 취미 정도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필름카메라나 LP레코드 등이 이에 속한다.

속도라는 이 시대의 가치는 모든 것들이 양가적 가치를 지니듯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긍정적인 것으로는 신속한 의사결정, 지식의 광범위하고 빠른 전달 그리고 개인 여가시간의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부정적인 것은 지나치게 재미만 추구하는 경박한 경향, 복잡함과 신속함 사이에서의 갈등으로 인한 신경쇠약 그리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소외자 발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인한 변화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지식의 변화 주기’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의 세대만 해도 한번 배우면 평생 쓸 수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살아왔다. 어렸을 때 부모나 이웃으로부터 배운 농사지식만으로도 평생 농사를 짓고 사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도자기를 굽는 사람도 장사를 하는 사람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그만큼 느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접어들면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요구되는 지식 역시 더 많아지고 범위가 넓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훌륭하게 적용되던 지식이 하루 사이에 전혀 쓸모가 없는 지식이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공들여 닦은 주판실력이 전자계산기와 엑셀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전혀 쓸모없는 존재가 됐다.

앨빈 토플러는 이렇듯 쓸모없게 되는 지식을 무용지식(Obsoledge)이라고 정의한 바 있는데 무용지식이란 빠른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용 없게 된 지식을 말한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유용한 지식이 무용지식으로 변하는 속도도 빨라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끊임없이 지식을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 직장이나 사회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가치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현대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지식의 변화주기가 빠르다. 변화를 자극하는 변수도 많고 충돌하는 이해관계도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오늘 유용했던 지식도 내일이면 용도폐기 되는 것들이 허다하다. 단기간의 수익에 집착하기보다 긴 안목을 갖고 시장 전체를 관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내린 판단과 결정이 이미 용도 폐기된 무용지식에 근거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는 진중함이 필요하다. 투자에서 무용지식은 그저 쓸모없음에 머무르지 않고 손실을 부르는 유해한 지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홍규 현대증권 광산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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