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고객을 상대로 하는 남성 접대부들의 세계, 남성들의 접대를 받으며 즐길 수 있는 공간. 일명 ‘호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비스의 수위가 한 단계 더 높아진 ‘하드코어 호빠’까지 등장한 요즘, 호빠는 더 이상 놀랄만한 이야깃거리도 아니다. 그러나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요즘 세태에 부응이라도 하듯 또 다른 형태의 ‘호빠’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른바 ‘준빠’라 불리는 곳이다. 남성접대부가 남성을 접대하는 준빠의 실태를 전격 공개한다.‘준빠’는 손님이 여자인 정식 호스트바, 즉 ‘정빠’와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한마디로 준빠는 남성 동성애자, 즉 게이들을 위한 업소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서울의 방배동과 역삼동 일대에서 성업중인 준빠만도 무려 20여곳에 달한다.“남성 접대부가 남성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에요. 물론 일반인들로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게이들이 모이는 공간 혹은 일종의 커뮤니티라고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동성애는 엄연한 성적 성향인만큼 나쁘다고 할 수 없잖아요?” 준빠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는 P(40)씨의 말이다.P씨는 “트랜스젠더나 ‘커밍아웃’을 하는 연예인도 등장하는 시대적인 상황을 감안해볼 때 동성애는 무조건 숨길 일은 아니며, 준빠 역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편승해 등장하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다양한 취향(?)의 선수들 대기

P씨는 준빠는 보통 게이 전용 클럽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도 게이전용클럽이나 술집들이 많이 생겼죠. 그렇지만 그런 곳은 40~50대 중년들이 많아요. 풋풋하고 참신한 맛이 없는 게 흠이죠. 젊은 게이들이 놀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얘깁니다. 또 게이들 중에는 종종 동성애자가 아닌 일반 남성을 만나고 싶어하는 경우, 젊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어요. 준빠는 이러한 욕구들을 만족시켜준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P씨는 게이들도 일반인들처럼 자신만의 이상형이 있으며, 선호하는 스타일의 파트너와의 메이킹러브를 꿈꾼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준빠에서 일하는 남성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P씨에 따르면 준빠의 남성 접대부들의 연령은 20대가 대부분이며 간혹 10대 후반의 청소년도 있다고 한다. 직업도 학생에서 직장인, 휴학생, 타 업소에서 영입된 사람 등 천차만별이다. 호스티스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또 나이가 어린 여성일수록 대우받는 화류계 문화가 이곳에서도 적용되는 셈이다.소위 ‘선수’라 불리는 이들 남성접대부는 체형에 따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슬림형’으로 날씬하면서 어느 정도 근육이 있는 스타일, 두 번째는 매끈한 몸매의 ‘스탠드형’, 셋째는 뚱뚱한 몸매의 ‘베어형’, 마지막으로 전형적인 근육질형이 그것이다.

“상대방을 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죠. 이성간에도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이상형이 있듯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얼굴은 전혀 안보고 체형만 보는 손님, 하체만 보는 손님, 웃는 모습을 보는 손님 등등…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들을 대기시켜 놓는 것도 그 이유에서죠.”특이한 것은 P씨의 업소에서 일하는 남성들이 동성애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는 사실. 일반인 접대부를 선호하는 게이들의 의견을 수용, 종업원들을 모두 일반인으로 채용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간혹 동성애자가 접대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동성애자임을 숨기는 것이 이곳 철칙이라고 한다.

남자맛 알면 못 헤어나

준빠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유흥문화가 다 거기서 거기이듯 이곳 역시 화류계 업소의 큰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준빠에서도 파트너 결정은 가장 먼저 이뤄지는 관문이다. 손님의 취향에 따라 파트너가 정해진 후에는 일반 호스트바처럼 술을 마시며 어색했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시간이 주어진다. 또 중간중간 적절한 게임이 곁들여지거나 손님이 원할 경우 스트립쇼와 같은 특별 서비스나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한다.그러나 준빠와 호스트바의 가장 큰 차이는 한마디로 ‘진상(지저분한 요구 등으로 접대부를 괴롭히는 손님)’이 드물다는 점이다.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호스트바에는 여성들, 특히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주로 찾는 까닭에 ‘진상’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즉, 남성들을 접대하면서 본인들이 받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거나, 아예 ‘분풀이’를 위해 업소를 찾는 이들, 심지어 남성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 목적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손님들을 접대할 경우 호스트들은 선을 넘어서는 괴롭힘을 당하곤 한다는 것. 그러나 준빠의 경우는 다르다. 게이들은 오로지 ‘연애’를 위해 이곳을 찾기 때문에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하거나 모욕적인 게임 등을 요구하는 일은 드물다. 이들은 자신의 파트너를 말그대로 ‘파트너’로 인정,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대화를 하며 자연스런 스킨십이 오가는 것은 물론이다.

업소에서 일하다 ‘게이’ 되기도

P씨의 소개로 만난 남성 접대부 L(29)씨. 준빠 경력 1년차인 그는 “진상 손님이 드물다는 준빠의 특성 덕분에 일을 하기에는 오히려 수월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동성끼리의 접촉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다가도 나중에는 오히려 준빠에 눌러앉는 남성접대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남자맛’을 알면 헤어 나오기 힘들어요. 제 경험상 대부분의 게이들은 애무실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여자랑 나누는 사랑행위 그 이상의 쾌락을 느끼게끔 해주죠. 그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1시간은 기본으로 정성스럽게 애무해줘요. 어찌나 흥분되던지 애무 도중 룸 안에서 곧바로 성행위를 한 적도 있습니다.”

L씨의 말에 따르면 게이는 역할에 따라 보통 두가지로 나뉜다. 여성역할을 하는 ‘바텀’과 남성역할을 하는 ‘탑’이 그것이다. 그런데 준빠를 찾는 손님들중 대략 90% 정도가 여성역할을 하는 ‘바텀’인 까닭에 게이가 아닌 일반인 남성접대부들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간혹 남성역할의 손님이 오면 접대부들끼리 서로 미루며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요. 동성애를 즐기지 않는 이상 겁이 나기 마련이죠. 특히 초보들의 경우엔 엄두도 못내는 경우도 있어요. 또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애들도 여성적인 손님들을 주로 상대하다 과격한 ‘탑’을 만나면 육체적으로 힘들어해요.” 특히 연예인들 중 과격한 게이들이 많다는 것은 이곳 종사자들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경제적 이유로 시작

그렇다면 동성애자도 아닌 이들이 준빠에서 접대부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짐작대로 바로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L씨는 “이런데서 일하는 것은 남자나 여자나 대부분 ‘돈’때문이에요. 설마 좋아서 하겠어요?”라고 되물었다. 고액의 카드빚이 있거나 사채를 끌어다 쓴 경우, 정말 한푼이 없어 막막한 막다른골목에 다다랐을 경우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저도 돈이 급해서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직업의 귀천여부를 떠나 돈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다 할 생각이었어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거든요”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의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L씨는 “이런 일은 어차피 몸으로 떼우는 일이잖아요. 체력과 일할 각오만 되어 있으면 가능한 일이죠. 솔직히 제가 무슨 일을 해서 이 정도의 돈을 벌겠어요? 정식 호스트바의 경우에는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심하지만, 이곳은 외모가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거든요. 호스트바에 들어가지 못한 애들이 오는 경우도 있어요”라고 전했다. L씨에 따르면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곳도 이 세계만의 특징이다. 일은 고되고 힘들지만 타업소에 비해 수입이 좋다는 점, 또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동경,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체험들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심지어 준빠에서 일을 하다가 아예 동성애자로 변한 접대부도 있다는 말은 충격이었다.

현재 준빠에 대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업소들은 드러내놓고 영업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영업을 하는지조차 분간이 안될 정도로 비밀 영업을 하고 있는 업소가 많으며, 개중에는 간판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한마디로 준빠는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전문가들은 점점 다양한 형태로 양산되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불법 유흥업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최근 ‘대딸방’에서 행해지는 ‘유사성행위’도 유죄판결이 내려진 사례가 있었던 만큼 게이전용 불법업소에 대한 단속 역시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 ‘게이전용’ 마사지업소 현격 증가드러나지 않는 출장마사지 인기

‘준빠’ 취재도중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최근 대딸방처럼 남성들의 전용으로 알려진 업소에도 남자 종업원이 있다는 것이었다. 즉 ‘게이전용’ 마사지업소 및 출장마사지업소가 현격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한 준빠 남성접대부는 동료들 중 ‘대딸방’ 과 같은 마사지업소로 ‘전업’한 남성들도 있다고 말했다. 준빠는 술값뿐 아니라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팁 때문에 손님들에게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경기가 불황일 경우 손님이 없어 ‘공치는’ 날도 많은 것이 흠이라는 것.

반면 마사지업소는 저렴한 비용 탓인지 손님이 꾸준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사람들의 눈에 띄기를 꺼려하는 게이들은 ‘출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한다.게이들의 업소 선호도는 개인적인 취향 뿐 아니라 연령대별로도 차이가 난다. 30대 후반이상의 중년층들은 마사지업소를 선호하는 반면 젊은 게이들은 인터넷을 활용, 직접 파트너를 찾거나 ‘뜨는’ 신종업소들을 방문하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동성애’ , ‘게이’ 등과 관련된 정보를 갖고 있는 수많은 까페와 클럽들이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불법으로 운영되는 게이전용 마사지 업소나 비디오방, 사우나 등을 홍보하는 글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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