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바’ 혹은 ‘비키니바’로 불리는 이색 술집이 최근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속옷 차림의 여성들이 서빙을 하고 함께 술도 마셔주는 게 이곳의 최대 특징. 일부 룸살롱 마니아들은 “술먹으면서 대화만 하는 게 무슨 재미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섹시바는 이같은 이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밤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또다른 매력이 있다는 게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최근에는 은밀한 즐거움을 좇는 ‘패티시 마니아’들도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일요서울>은 강남 밤문화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른 섹시바 현장을 다녀왔다. “압구정이나 강남 거리를 걷다 보면 유난히 예쁜 여성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런 여자들과 술이나 한 잔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섹시바는 그런 꿈을 현실로 이뤄지게 하는 곳입니다.” 최근 섹시바에 다녀왔다는 직장인 A씨의 말이다. 그의 말은 섹시바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냥 보기에도 아찔한 외모의 여성과, 그것도 비키니를 입은 채로 단둘이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바로 섹시바이기 때문이다. 섹시바는 주로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먹자골목’에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다. ‘섹시바’라 적힌 간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비키니를 입은 10여명의 여성들이 입구에서 인사를 한다.

이들의 첫인상은 ‘문화적 충격’ 자체였다. 자신의 성적 매력을 과시라도 하듯 파격적인 복장으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을 유발하는 비키니 브라에 옆으로 길게 찢어진 치마는 ‘보일 듯 말듯’한 묘한 긴장감을 던져주었다. 일부는 속이 훤히 비치는 치마를 입고 있어 팬티라인이 생생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역삼동 B섹시바 관계자는 “일상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섹시바는 일종의 오아시스와도 같다”면서 “섹시한 복장의 여성이 술과 안주를 서빙하고 함께 잔을 부딪혀주는 것은 일반 룸살롱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곳에서는 현재 손님을 유혹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한다. 우선 손님에게 최대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유도한다. 일단 손님이 들어오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성이 팔짱을 끼고 바로 안내한다. 일부의 경우 업소 여종업원들을 상대로 ‘통통 튀는’ 언어를 사용하도록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룸살롱처럼 ‘초이스’를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손님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여성들이 왔다갔다 하며 술을 따른다. 이렇게 해서 나중에 마음에 드는 여성을 지명한다는 것이다. 바 안쪽에는 대형 거울이 위치하고 있어 손님들이 힘들이지 않고도 거울을 통해 바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몸매를 감상할 수 있다. 특정 시간이 되면 ‘섹시댄스쇼’, ‘마술쇼’ 등과 같은 볼거리도 제공된다. 이곳에서 만난 자영업자 C씨는 “가끔씩 2차로 섹시바에 들르는데 T팬티를 입은 모습을 보면 자극 수준은 최고조에 이른다”면서 “옷을 훌러덩 벗어버리는 북창동의 하드코아와는 또다른 맛이 있는 곳이 바로 섹시바”라고 말했다. 한 달에 5번 정도 섹시바를 ‘순례’한다는 D씨도 “처음 보는 여자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라면서 “눈도장을 자주 찍어 사귀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부의 경우 여자친구의 성화에 못이겨 이곳을 찾기도 한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E씨는 “누드를 모바일로 서비스하면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많이 보지 않느냐”면서 “그런 심리에서인지 여자 친구가 먼저 가보자고 제의해 이곳에 오게 됐다”고 귀띔했다. 가격은 대략 1인당 10만원 수준이면 해결된다. 대개 양주를 마시고 술이 부족하다 싶으면 맥주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반 술집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비싼 수준이지만 룸살롱보다는 매우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력도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모델이나 레이싱걸 출신, 대학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또다른 섹시바 업주는 “섹시바의 매상은 얼마나 섹시한 여성들을 도우미로 쓰느냐에 달려있다”면서 “때문에 일하는 여성들의 ‘수질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나이는 20대 중후반이 대부분이다.

일단 30세가 넘어가면 몸매와 피부가 망가지기 시작해 섹시바 직원으로는 부적격하다고. 키 역시 거의가 165cm를 넘기 때문에 하이힐을 신으면 웬만한 남자들보다 키가 더 큰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섹시바의 인기 이면에는 점차 ‘패티시’화 되어 가는 한국의 성문화도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패티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32)씨는 “인터넷으로 인해 포르노가 범람했고, 그래서인지 이제는 식상해진지 오래됐다. 따라서 이제 색다른 형식의 성문화가 꽃피고 있다”며 “여성의 특정 부위와 아슬아슬한 노출을 선호하는 패티시 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섹시바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섹시바는 ‘한국판 후터스’

섹시바는 현재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성업 중이다. 특히 역삼동의 경우 50m 안에 3~4개 업소가 생길 정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섹시바의 원조는 미국의 후터스라 할 수 있다. 후터스란 짧은 반바지에 민소매 셔츠를 입은 여성들이 서빙을 하는 미국의 레스토랑 체인점. 맛도 맛이지만 여성의 섹시어필을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마케팅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식 후터스가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패션이 변하고 각종 쇼들이 첨가되면서 ‘한국형’으로 변했다는 게 유흥업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미국의 후터스와는 다르게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새로 추가된 메뉴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강남 G룸살롱 관계자는 “섹시바는 남성들을 유혹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지만 성매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면서 “ 때문에 당분간은 섹시바의 신규 창업이나 리모델링 러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비키니 섹시바 백대용 실장 미니인터뷰 “작업하는 재미에 오는 남자들 많죠”


역삼역 3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섹시바 ‘비키니’의 백대용 실장은 섹시바에 대해 “눈과 입이 즐거운 곳”이라고 잘라 말한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찾아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일종의 중독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왔을 때는 지명이 힘들어 어색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알아서 찾아온다”면서 “최근에는 광화문과 여의도, 마포 등에도 지점을 냈을 정도로 남성들의 섹시바에 대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는 현재 10여명 정도의 여성 바텐더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165cm의 ‘쭉쭉빵빵한’ 몸매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예전에는 1차로 술을 한 잔 하고 찾아왔지만, 요즘에는 1차로 비키니 바에서 술을 한 잔 한 후 2차를 간다. 바 중간에 마련된 스테이지에서는 하루 2회 정도 여성 무희가 등장해 화려한 춤을 선보여 흥을 돋우기도 한다. 간혹 게임을 하기도 한다. 가위, 바위, 보 등을 하면서 ‘1만원 내기’를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남성들이 바텐더에게 팁을 주려고 하는 형식적인 게임일 뿐이다. 때문에 일부 손님들은 사귀자면서 노골적으로 작업을 걸기도 한다는 게 이곳 여성들의 설명이다. 바텐더 중 에이스로 통하는 체리씨는 “섹시바는 아리따운 아가씨랑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들의 몸매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매력이자 장점”이라면서 “사귀자고 하면서 명함을 주시는 분도 간혹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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