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경찰력 강화 통한 사회 통제 조짐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새 정부가 ‘박정희식 치안정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 당선자가 박정희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경찰력 강화를 통한 국가안정을 도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 당선자의 치안정책은 경찰을 중심으로 국민, 범죄, 수사, 폭력 등이 핵심적 키워드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앞서 박 당선자는 “국가의 최대 의무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치안 문제야말로 촌각을 다퉈 시급히 해결할 최우선 민생현안”이라고 못 박으며 사회 치안질서유지를 위한 치안 인프라 확충을 공약했다. 반면 검찰에 대해서는 검찰개혁 단행을 예고하며 날카로운 칼끝을 겨누고 있다.


▲ [사진=정대웅 기자]
새 정부 구성을 앞두고 권력기관의 두 축인 검찰과 경찰의 셈법이 빨라지고 있다. 조직 변화 향방에 검찰과 경찰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당선자가 내건 공약을 살펴보면 새 정부는 검찰보다 경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무된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도 박 당선인이 검찰권력 축소 작업을 위한 검찰총장 인선과 동시에 경찰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검찰의 권한을 약화시키려는 것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을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朴공약에 경찰 ‘기대’

앞서 박 당선자는 경찰인력 2만 명 증원, 경찰보수·수당 현실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공약했다. 박 당선인이 내건 검·경 수사권 조정의 골자는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할 방침이다.

이는 경찰에 새로 수사권이 부여되는 만큼 경찰 쪽에 힘이 실리게 된다. 박 당선자는 또 경찰청장의 법정임기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찰 조직 안정을 위해 경찰청장 법정 임기인 2년을 반드시 보장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경찰은 경찰 조직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4년 경찰청장 임기보장제가 도입된 이래 2년 임기를 채운 인물은 이택순 청장뿐이었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박 당선인과 특별히 대립각을 세운 일이 없는데다 박 당선인의 공약에 비춰봤을 때 현 자리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청장의 임기는 오는 2014년 5월 1일까지다.

김 청장도 새 정부와 발을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 청장은 시무식 신년사에서 “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범·불량식품 등 민생을 불안케 하는 4대 사회악 척결에 앞장서 줄 것”을 경찰에 당부했다. 앞서 박 당선인은 TV 대선 후보 토론에서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꼽은 바 있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새 정부에 대한 눈치 보기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정치권 소식통은 “박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 직후 감사원장,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이른바 5대 권력기간에 대한 인사를 해야 한다”며 “김 청장의 경우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는데 교체하지 않고 검찰의 견제하는 역할로 그대로 둘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박 당선인은 향후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경찰 쪽과 논의해 풀어갈 계획을 갖고 있다”며 “새 정부는 경찰력을 강화시키면서 동시에 법집행 업무의 상당부분을 검찰에서 경찰로 이양할 것이다. 경찰이 법집행을 담당하고 법적용은 검찰과 사법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이분화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경찰의 경우 ‘수사권 조정 현실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검찰이 내부문제로 자승자박을 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검찰과의 힘겨루기에서 기선을 잡은 모양새다. 박 당선인 역시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축소해야한다는 입장으로 현장 수사가 필요한 사건 등 상당 부분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나 관여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朴-경찰, 모종의 밀약?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박정희식 정치를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 이 인사는 “박 당선인은 경찰력 강화를 통해 사회 안정을 도모하고 사회통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찰력과 정보라인을 통한 사회질서 잡기·사회통제에 나선 바 있다. 치안확보, 깡패근절, 공권력 확립, 방송을 중심으로 한 언론 통제 등이 그 핵심이다.

이 인사는 “박 당선인은 대선 전부터 경찰에 검찰을 견제하는 역할을 통한 경찰의 위상강화를 약속해왔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득세했던 시점에 여·야로 지지 성향이 갈렸다”며 “경찰의 경우 각 경찰서 정보과는 경찰 정보는 물론이고 경찰이 입수한 검찰 정보를 취합해 박 캠프로 전달했고, 이 정보들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상당한 도움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박 당선인과 경찰 간에 모종의 밀약이 있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또 경찰 수장교체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경찰의 협조를 받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다른 정치권 소식통은 “박 당선인과 경찰이 긴밀하게 협조를 했다는 근거는 경찰 고위인사 A씨가 박 캠프에 합류한 것을 들 수 있다”며 “여러 논란 등으로 인해 야인으로 물러나 있던 A씨를 박 캠프에서 중용해 일본에서 재일동포 표를 모으는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새 정부에서도 A씨가 중용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대선 전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가정보원 직원 대선 개입 논란 사건의 경찰 수뇌부 처사도 공교롭다. 경찰은 대선 3차 토론회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 언급된 직후인 지난 12월 16일 밤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컴퓨터에서 선거 개입 의혹을 살만한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수사에서도 발견될 가능성이 없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김씨가 16개의 다른 ID을 통해 진보성향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 선거관련 게시물에 100여 차례나 추천·반대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경찰 수뇌부의 처사는 정치개입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 안보를 중요시하는 박 당선인의 성향을 감안할 때 임기 내내 대북 정보력 실종과 정책적 오판 등으로 안보구멍 논란에 빠져 있던 원세훈 국정원장은 빠르면 MB임기 말 늦으면 새 정권 초기 바로 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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