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다단계회사로 자리잡았던 제이유네트워크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다단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최근 이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인일회계법인이 ‘2004년 감사보고서’에서 “회사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있다”고 판정하면서 제이유 위기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인일회계에 따르면 제이유는 자산은 7,000여억원인데 비해 부채는 7,900여억원으로 순부채만 900억원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목별로는 자기자본이 이미 잠식 상태에 들어갔으며 부채는 4,694억원이 증가하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920억원과 921억원이 신규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인일회계법인은 “제이유는 경영개선계획이 시급한 상태이며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장부가액의 회수조차 불투명해 회사의 존속에 중대한 의문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제이유의 회계를 담당한 인일회계법인의 회계사는 “현재 제이유는 재무구조상 ‘사상누각’이며 회계감사 법인이 ‘존폐’를 논할 정도면 회계사들 사이에선 ‘희망이 없다’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제이유의 위기설은 사실인가

제이유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최대 다단계 회사로 자리잡았다. 제이유는 지난 1999년 (주)UTN으로 시작해 2002년부터 새로운 보상플랜인 ‘공유마케팅’을 선보이며 다단계 돌풍을 주도해왔다. 지난해에는 업계신화로 불리던 한국암웨이를 제치고 다단계시장에서 매출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제이유를 둘러싼 ‘위기설’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제이유 회원들의 이탈 현상 ▲자본잠식 상태 ▲세무조사에 이어 1천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한 점 등을 근거로 “제이유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제이유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제이유는 최근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교체되고 구조본부가 신설되는 등 내부적으로 긴박한 행보가 진행되고 있다. 계속되는 회원 이탈제이유의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첫 번째 현상은 ‘제이유 회원들의 이탈’. 다단계 관계자들은 “최근 제이유네트워크의 개인회원들의 이탈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들의 이탈은 제이유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단계 회사의 회원이탈은 해당기업에 있어 심각한 사안이다. 다단계 업체에 회원수는 곧바로 매출액과 비례되기 때문.

다단계 영업방식은 생산자에서 회원에게로의 직판 체제로 유지되는데 이를 소비해줄 회원들이 없을 경우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회원이탈의 요인은 무엇일까. 업계관계자들은 “지난해 제이유의 공유마케팅에 너무 많은 다단계회원들이 몰리면서 제이유에서 나오는 수당 금액이 적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공유마케팅’이 대박이 나면서 너무 많은 회원이 몰렸던 까닭에 수당 액수가 그만큼 가벼워져 경쟁업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제이유 홍보실에 문의한 결과, 담당자가 계속 자리를 비워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특판조합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제이유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회사를 떠난 직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들도 이와 관련 “제이유의 회원 이탈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각종 루머들이 나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9백억원대 부채 자본잠식은 이미 시작

제이유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인일회계법인의 ‘2004년 감사보고서’도 제이유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월13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제이유는 ‘자본잠식’ 상태. 지난해 부채 비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감사보고서의 지적이다. 실제 감사보고서를 보면 7,000여억원이 넘는 제이유의 자산에 비해 부채는 7,900여억원으로 순수부채만 900억원에 달했다. 자기자본도 이미 잠식에 들어간 상태로 전년보다 897억원이 줄어들었다. 부채도 4,694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920억원과 921억원이 발생했다.

감사를 담당했던 인일회계법인도 판정의견에서 ‘제이유의 존속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인일회계측에 따르면 경영개선계획이 시급한 상태며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장부가액의 회수조차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제이유 관계자는 그러나 “불황으로 인해 경영상 불안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회사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면서 “경영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본부를 신설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 제이유는 지난 4월 제이유그룹의 이용성 포라리스(주)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본부를 신설, 계열사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외부인사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무조사 후폭풍

회원이탈의 배경이 된 이유는 바로 ‘세무조사’.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해 10월 다단계업계 전반에 걸쳐 실시한 세무조사 이후 제이유에 엄청난 금액의 추징금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제이유는 2001년부터 2002년까지 ▲법인세 누락 ▲후원수당 과다 계정 ▲세금 탈루 등이 적발돼 1,320억원의 추징금이 부과됐다. 이에 제이유는 추징금액이 과다하다며 적부심을 신청한 상태.제이유는 이에 대해 “과징금 건은 아직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를 알 수 없다”면서도 “향후 결과를 지켜본 후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10년 암웨이 천하’를 단 3년만에 따라잡으며 ‘토종신화’를 이룩해 낸 제이유. 그러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류를 조기에 잡지 못한다면 정말 ‘신화’로 사라질 것이란 게 다단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제이유그룹은 ‘4전5기’ 끝에 이룩했다

99년 설립한 주코 통해 16개 계열사 거느린 중견그룹1조5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제이유네트워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바로 ‘주수도 회장’이다. 제이유의 지분을 주코개발이 100% 전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코개발의 최대주주가 주 회장(70.3%)이기 때문이다. 미국 콜롬비아대학을 졸업한 주 회장은 경남 울산 태생이다. 그는 유학을 마친 뒤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에서 유명강사로 이름을 날리며 학원사업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한 때 건설과 금융에 잘못 손을 댓다 부도를 맞기도 하는 등 부침이 많았다.

주 회장이 다단계업계에 첫발을 내디게 된 시기는 1996년. 당시 컴퓨터제조업체인 ‘일영인터내셔날’을 설립하며 다단계로 진입했으나 1997년 불법 다단계영업이 적발돼 집행유예를 받기도 했다. 이후 1999년 12월 (주)주코 설립을 시작으로 다단계에 재진입한 주 회장은 지난 2002년 4월에 4,500억원대의 금융다단계 사건에 연루되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이 사건은 주 회장을 비롯해 홍성좌 주코네트워크(현 제이유네트워크 이사 전 상공부 차관) 사장까지 구속돼 위기에 몰리기도 했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나왔다. 주 회장이 설립한 (주)주코는 현재 16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주 회장을 놓고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호평과 ‘다단계의 변형 도입자’라는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제이유 그룹에 속한 계열사들은 크게 ▲제이유 관련 계열과 ▲핵심 사업으로 나뉜다. 제이유 관련 계열사로는 주코백화점, 주코택배, 유티앤, 주코, 포라리스 등이 제이유네트워크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설립됐다. 반면 핵심사업분야는 주 회장이 직접 선정한 사업분야로 고급 인력, 사외이사 알선업체 유니맥코리아와 영화 기획, 제작 업체 제이유프로덕션, 한샘닷컴 등이 있다. 또한 그룹의 창업투자 회사인 불스코코를 통해 지난해 말 인수한 코스닥 등록업체 한성에코넷과 주방기구 업체인 세신 등도 제이유그룹의 가족이다. 제이유측은 “짧은 기간 동안 16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설립하다 보니 문어발 확장을 보일 수도 있지만, 주력인 제이유네트워크를 축으로 철저히 계산된 사업 확장이다”고 설명했다.

신개념 보상플랜인가? 투기성 펀드인가?

끊임없는 재투자 유도 회원만 빚잔치제이유네트워크가 어떻게 ‘10년 신화’를 지켜오던 한국암웨이를 앞지를 수 있었을까. 업계관계자들은 “제이유가 업계최초로 도입한 ‘유니온마케팅’ 보상체계가 제이유 신화의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이유의 유니온마케팅은 한마디로 다단계 보상체계위에 캐쉬백을 혼합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암웨이가 매출과 직급을 통해 수당을 결정하는 것과는 달리, 제이유의 유니온마케팅은 여기에 캐쉬백 시스템을 융합시킨 방식이다. 즉 신규 발생 매출을 회원 전체가 자신의 포인트를 기준으로 똑같은 수당을 공유한다는 취지.이 같은 보상체계는 절대 상위직급자보다 수당을 더 받을 수 없는 하위직급자들이 포인트를 충실히 쌓을 경우 상위직급자를 능가하는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암웨이식 보상과는 차별화된다.

바로 이점 때문에 포인트마케팅 업체는 문전성시를 이룰 수밖에 없었고, 목돈을 한꺼번에 매출로 연결시키는 이들도 급증했다. 그러나 유니온마케팅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존재한다. ▲사재기를 부추긴다는 점 ▲펀드 혹은 금융 피라미드로 번질 여지가 높다는 점 ▲수당 지급을 위해 끊임없이 재투자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안티피라미드의 이택선 사무장은 “유니온마케팅의 치명적인 허점 때문에 시스템 붕괴와 사업자 이탈이 심화되면 대량의 피해자가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면서 “실제 이런 피해자들이 양산될 경우 사회적인 파장은 다단계를 넘어 서민경제 근간을 흔들 정도로 강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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