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두고 있는 산모 이모(28)씨는 “아이를 낳게 될 나로서는 이번 사건이 도저히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씨는 “해당 간호조무사는 재미로 한 짓이라고 하지만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 어떻게 웃음거리가 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지난 3월 모 종합병원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한 장모(30)씨 역시 “간호 조무사가 각종 엽기스러운 발상으로 연출된 사진을 찍어대고 있을 순간에 아기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에 유포된 문제의 사진은 충격적이다.

유포된 사진들을 보면 손가락으로 신생아의 두 뺨 밀어 올리기, 얼굴에 하트 모양의 종이 올려 놓기, 비닐백 속에 신생아 넣기 등 다양한 ‘눈요기’를 위해 연출한 사진들 일색이다. 심지어 신생아의 입에 나무젓가락 물리기, 두 손으로 얼굴 일그러뜨리기, 가슴에 컵라면 올려놓기, 신생아끼리 입맞춤시키기, 머리에 캡 씌우고 주사기 손에 들리기 등 가학적인 모습까지 있다. 간호조무사의 이러한 만행에 태어난지 불과 며칠 되지도 않아 보이는 사진속의 핏덩어리들은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고통스러워하는 신생아들의 표정에 네티즌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주범인 대구 동구 ‘ㄹ’산부인과의 간호조무사 L양은 경찰 조사결과 ‘단지 홈피를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에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진들을 찍어 올렸다’고 해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L양이 올린 10여장의 사진들은 누가 봐도 ‘재미’로 웃어넘기기에는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세간에서는 신생아실 운영과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병원측에만 맡길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설령 병원 내에서 이번 같은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하더라도 해당 병원측에서는 모른척하거나 ‘눈가리고 아웅하기’식으로 은폐하려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따라서 신생아실에 대한 근무행태 점검 및 부적절 행위의 단속에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모자별실’ 안전사각지대 우리 아기는 안전할까?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생아실은 종합병원뿐 아니라 개인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등에도 설치되어 있다. 일부 산후조리원에는 산모와 신생아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모자동실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경기도에 위치한 J산후조리원의 관계자는 “최근들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아기를 옆에 두고 하루종일 같이 지내고 싶어하는 산모들이 부쩍 늘었다”며 “이는 정서적인 친밀감 측면에서도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서울 시내 대부분의 병원은 산모와 신생아가 따로 관리받는 ‘모자별실’제가 운영되고 있다.

즉 이번 사건이 일어난 대구의 산부인과처럼 산모는 입원실에서, 신생아는 신생아실에서 별도로 관리되는 시스템이다.모자별실은 보통 외부와 차단되어 부모가 아기를 볼 수 있는 면회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다. 산모와 신생아의 접촉은 사실상 수유시간에만 가능한 셈이다. 그 이외의 시간엔 신생아들은 부모와 격리되어 병원측의 전담 관리 하에 놓인다. 따라서 ‘우리 아기는 잘 있을까’ 혹은 ‘우리 아기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감은 높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외부와 차단된 신생아실에서 기본 소양을 갖추지 못한 직원들에 의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개울물을 흐려놓은 격’이라며 분노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모자별실’을 운영하는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자질을 갖추지 못한 간호조무사의 철없는 소행일 뿐 모든 병원에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으로 산부인과에 대한 불신이 초래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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