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7일 청와대 경호실은 화들짝 놀랐다.노무현 대통령의 의전차량이 BMW 시큐리티(Security) 760Li로 정해졌다는 언론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이 보도에 청와대 경호실이 놀란 것은 대통령 의전차량에 대해서는 보안상 매우 중요해 기밀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보도 내용은 사실이었다. 노 대통령의 국가원수용 방탄차량을 독일 벤츠사의 S600에서 같은 독일의 BMW 시큐리티(Security) 760Li로 바꾸기로 내부 확정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청와대 경호실은 이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 “우리나라는 방탄차 생산능력이 없어 국가원수용으로 부득이 외제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노후 차량 교체용으로 올해 BMW 다섯 대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경호실측은 “새로 구입할 차량은 무게 3.8t으로 시가 6억3,000만원 정도다. 현재 이스라엘의 샤론 총리와 사울 모파즈 국방장관이 타고 있다”면서 “이 차는 BMW코리아가 시판 중인 BMW 760Li(2억4,350만원) 일반형에 방탄용 철갑·유리·특수도금을 추가해 무게가 1.5t 이상 더 나간다. 장착된 특수타이어는 펑크가 나도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릴 수 있으며 배기량 5972CC로 V형 12기통 엔진을 추가했고, 최고 출력 438마력에 최고 속도는 250㎞/h에 이른다”고 부가설명까지 했다. 청와대 경호실이 이같은 보도자료까지 내가며 친절하게 대통령 의전차량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문제는 경호상 기밀인 이 내용이 어떻게 언론을 통해 나오게 되었느냐는 점이 내부적으론 문제가 되었다.청와대는 당초에 차량도 일종의 경호장비이기 때문에 교체 사실을 밝힐 계획이 없었다.

공식적으론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각국 정상들 부인과 장관들에게 제공되는 차량으로 BMW가 선정된 것과 관련, 청와대에서도 5대를 계약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보도자료를 내고 경위를 밝힌 것으로 되어 있다. 또 보도가 나간 이후 ‘외국 정상들에게는 에쿠스를 제공하고, 노 대통령은 BMW를 탄다’는 식의 보도가 오해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청와대가 나서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의전차량 교체가 언론에 보도된 내막에는 다른 사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주목된다. 당초 이 사실을 언론에 처음 흘린 주인공은 BMW의 한 고위 인사가 아니냐는 얘기가 그것이다. 회사측이 자사 홍보 차원에서 기자에게 그같은 사실을 처음으로 흘렸고, 기사가 나가게 되었다는 게 골자다.

BMW는 내부적으로 청와대측의 강력한 항의를 받아 발설자 및 관계자를 가려내 문책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보도가 나간 이후 BMW 수입업체의 입장에서는 노 대통령이 방탄승용차를 기존의 벤츠에서 BMW로 교체한 것으로 비쳐져 광고효과는 톡톡히 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독도문제와 일본역사교과사 문제 등으로 일본차 판매가 줄고 있는 데다, 노 대통령이 독일을 순방하는 등 독일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독일차인 BMW 얘기가 나왔으니 광고효과는 만점이었으리란 추측이다.

또다른 자동차업계 소식통에 의하면 만약 BMW측이 이같은 사실을 흘린 게 사실이라면 지난달 27일 개막된 ‘서울모터쇼’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4월29일)한다는 사실를 염두에 두고 뿌린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말하자면 광고효과를 노린 BMW측의 계산된 행위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이같은 얘기들이 나도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청와대가 경호상의 문제를 들어 BMW 차량구입 계획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오가고 있어 주목된다.한편 경호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다양한 행사의 성격에 따라 차량의 용도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내구연한에 따라 내년에는 다른 차종을 보충할 수도 있다”면서 차량 교체에 큰 의미를 두지 말 것을 당부했다.

BMW 760Li 차량은 어떤 차

BMW 760Li는 직접연료분사방식 V12엔진이 대량 생산차에 적용된 세계 최초의 예라고 볼 수 있다. 6,000cc 438마력에 전장이 5fm가 넘고 무게도 2t이 넘는 큰 체구에 날렵한 디자인이 돋보인다.BMW 760Li는 뒷좌석에서부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좌석의 위치나 깊이, 통풍 및 난방까지 전자식으로 조절이 가능하고 시트 센서가 장착돼 있어 충돌시 탑승자의 몸무게에 따라 안전벨트를 조정한다. 뒷 좌석에는 안전벨트의 강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다.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뒷좌석 승차자를 위한 별도의 AV시스템이다.

센터콘솔(수납공간)에서 모니터가 솟아 올라 에어컨, 전화, 주행정보 등을 제어할 수 있다. 특히 이 모니터를 통해 DVD를 감상할 때 13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향은 영화관 수준이다. BMW 760Li는 운전석에서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한다. 급커브길을 과속으로 몰아도 바퀴의 마찰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전자식 댐퍼 컨트롤이 운전조건에 따라 감쇄력을 연속적으로 조절한다. 이는 전자 공기 압축기와 센서에 의해 차량 무게 변화를 감지하는 자동 수평유지 서스펜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운전대만 움직이면 나머지 운전은 자동차가 알아서 하는 느낌이다. 인테리어는 합성수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급 가죽으로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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