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명품의류 수입업체 A사 대표와 유력 경영컨설팅회사인 B사 대표 등 부유층 인사들이 해외에서 마약을 밀반입해 상습적으로 복용한 뒤 섹스파티를 벌이다 경찰에 덜미가 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들 중에는 애인 사이도 있었는데, 이들은 서로 마약복용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경찰서에 잡혀온 뒤 마약복용을 알고는 황당해하는 어이없는 해프닝도 연출됐다.지난 18일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 3팀(팀장 이인열)은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해온 혐의로 B(남·34)씨, P(여· 27)씨, L(여·47)씨, Y(남·32)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증거물로 필로폰 3.562g을 압수했다.

외국으로부터 국제소포 등을 통해 마약 밀반입, 세관 무사 통과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지에서 필로폰과 대마초를 밀반입, 자기 집이나 사무실, 호텔 등에서 상습적으로 투약, 복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현재는 무직인 B씨와 P씨는 과거 유명 외국계 무역회사와 금융사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엘리트다. 또 L씨와 Y씨는 각각 유명 의류수입업체인 A사와 유력 경영컨설팅회사인 B사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채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부유층인 이들의 마약공급 루트는 그야말로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해외 출장 등 외국으로 왕래가 잦은 이들은 해외에서 직접 마약을 들여오거나 국제소포를 통해 공급받았다. 서초경찰서 강력 3팀의 최황인 형사는 “이들이 마약을 밀반입한 방법은 주로 국제소포를 통해 공급받거나 담배에 대마초를 삽입, 담배처럼 위장해 들여왔다”며 “이 외에도 이들이 마약을 공급받은 루트와 방법은 다양하고 기상천외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과 공조수사 통해 검거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 된 L씨와 Y씨는 지난 2003년 미국, 일본, 네덜란드에서 입국하면서 대마초를 밀반입, 자신의 주거지에서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웠다. P씨는 지난 1월 말 미국인 친구로부터 국제소포를 통해 대마초를 공급받아 L씨와 함께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모호텔에서 흡입했다. Y씨는 지난 2002년부터 2005년 4월 까지 미국 LA국제공항에서 미국인 친구에게서 필로폰을 총 3회에 걸쳐 공급받고 이를 밀반입,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사무실에서 투약했다.이들이 마약을 투약한다는 정보를 접한 서초경찰서 강력 3팀은 검거작전에 들어가기 전 신중을 기했다. 자칫 하면 경찰이 검거에 착수했다는 정보가 새어나가 이들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강력3팀은 이들의 신원을 파악한 뒤 휴대전화를 추적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명의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소재 파악이 쉽지가 않았다. 은밀한 조사 끝에 현재 사용중인 휴대전화를 알아낸 경찰은 통신사의 협조를 얻어 사용시간과 위치 등을 분석, 이들이 주로 가는 장소 등을 파악하여 검거했다. 이인열 팀장은 “이들을 검거하는데 있어서는 국정원 마약정보팀의 협조가 큰 도움이 됐다”며 “과거의 마약사범은 대개 연예인 등이 많았는데 요즘은 일반인들도 마약사범으로 많이 적발되고 있어 마약이 우리 사회에 상당히 침투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서 와보니 자신의 애인도 잡혀와 있어

이번에 검거된 4명 중 Y씨와 P씨는 서로 애인 사이. 이들은 서로가 마약을 투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던 중 경찰서에 잡혀오니 자기 애인도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서에 와 있었던 것. 경찰서에서 자신과 같은 혐의로 검거돼 온 애인을 만난 이들은 서로가 어이없어 했다고 한다.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된 P씨를 제외한 3명은 구속되는 한편 경찰은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망을 넓혀 가고 있다.한편 이번에 검거된 이들의 마약이 손쉽게 세관을 통과했다는 지적에 대해 관세청은 “수출입 물품과 여행자 휴대품 통관에 있어서 여행자와 물류 신속화를 위해 100% 확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마약적발 실적이 높아질 수 있도록 전 세관직원에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마약단속 특별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한편 세관역량을 마약단속에 집중시켜 공항, 항만을 통한 마약 반입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당형사 이인열 팀장

부유층의 마약사범은 적발 어려워…재력바탕으로 접근 어려워 … 국정원에 감사

이번 마약사건수사를 지휘한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 이인열 강력 3팀장은 “부유층 마약사범은 일반 마약사범의 적발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부유층의 경우 자신의 재력을 바탕으로 접근이 어려운 장소에서 주로 마약을 투약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부유층 인사들의 경우도 보안 시스템이 잘 갖춰진 자신의 집이나 고급호텔에서 마약을 투약했다. 이들은 돈 문제에는 제약을 받지 않아 검거된 즉시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한다. 이 팀장은 “검거된 4명은 압구정동, 청담동 등 강남에 사는 부유층들이다. 이들은 빌딩도 여러 채 가지고 있으며 자가용도 모두 억대의 외제차다”며 “변호사 비용이 얼마가 들든 이들에게 돈은 부담스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이 팀장은 “아직까지 이들의 부모는 나타나지 않고 모든 것을 변호사와 이야기 하고 있다”며 “이들의 부모들은 모두 재력가이며 경찰서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사회 저명인사나 유력인사도 있을 것으로 추측 된다”고 덧붙였다.지난 1983년 홍콩과 마카오 경찰청에 유도.태권도 교관으로 2년간 파견근무를 하며 20여년간을 강력계에서만 일해 온 베테랑급 형사 이 팀장은 이번 마약사범 검거의 공을 국정원에 돌렸다. 그는 “국정원과 공조수사를 통해 마약사범들을 검거 할 수 있었다”며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국정원 측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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