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재활원 증축공사 명목으로 10억원을 지원받아 건물을 완공한 뒤, 이 시설을 두 달만에 수백억원에 매각했다면…. 최근 대구에서 이같은 황당한 사건이 발생해 현지 시민단체들은 물론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 땅을 매입한 중견 건설업체인 A사는 현재 24층 아파트를 이곳에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고도제한에 묶여 고층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한 장소. 시청이 서둘러 고도제한을 폐지하면서 특혜지원 논란이 일고 있다.최근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곳은 대구 팔공산 인근에 위치한 아시아복지재단. 이곳은 각종 일간지에 ‘호텔같은 장애인 시설’로 소개된 곳으로, 이 지역 출신 야구선수인 양준혁씨를 비롯해, 만화가 이현세씨, 황미나씨 등이 후원하고 있다.

문제의 불씨는 이 재단이 최근 수성구에서 동구로 이전하면서 불거졌다. 새로 옮긴 시설의 부지는 1만1,000평. 재단 안에는 재활원을 비롯해, 장애인이 편히 쉴 수 있는 시설이 총망라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시설 이전 과정에서 대구시로부터 10억원 이상을 지원받은 후, 이를 유용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재단은 지난 2003년 10월 재활원 증축공사 명목으로 대구시로부터 8억4,0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이후에도 각종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받아 지난해 4월 시설을 완공했다. 문제는 증축이 마무리된지 두 달만에 동구 지역으로 시설을 이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은 “재활원 시설 증축과정이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부지 이전 과정에서도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시가 복지시설 이전과 때를 맞춰 고도제한을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 2003년 10월 각종 복지시설이 몰려있다는 이유로 이곳에 7층 이상 건물은 지을 수 없도록 규제했다. 그러나 아시아복지재단이 동구로 이전하고, P건설업체가 이 부지를 390억원에 구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구시가 그동안 묶여있던 고도 제한을 풀어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P사는 이곳에 24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복지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주변 지역에 이미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장애인 시설도 이전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고도제한을 풀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를 위해 시의회의 의견까지 청취했다”고 해명했다.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의견은 다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누군가의 영향력 없이는 그렇게 빨리 고도제한을 풀 수 없다는 게 현지 건축업자들의 한목소리”라면서 “장애인 시설이 이전했다는 이유로 고도제한을 풀었다는 해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복지재단의 잡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재단은 동구 이전을 앞두고 기존 부지를 담보로 대구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사회법인은 관할 기관의 허락 없이 복지시설의 매각이나 담보 제공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복지재단은 부지를 담보로 대출을 강행했다. 사정이 이렇자 현지 시민단체는 대구시청의 비호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윤종화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재단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풀릴 때까지 결정을 유보해줄 것을 대구시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현지에서는 대구시가 아시아복지재단을 비호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구시 수성구에 위치한 복지시설의 기능보강사업 총예산 내역만 봐도 확연히 드러났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아시아복지재단에 지원된 사업 예산은 총 복지시설의 77.6%에 달한다. 수성구 전체 13개 시설 중에서 아시아복지재단의 4개 시설에 75.3%가 투입됐다. 이로 인해 지난 3월에는 정부로부터 감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감사를 담당했던 행자부 감찰관실 관계자는 “감사 결과 여러 가지 부적절한 부분이 나타났다”면서 “현재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조절 중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시측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은 인정하는 눈치다. 대구시 보건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특정 시설에 예산이 편중된 것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로 탐탁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나는 집행만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이어 “현재 행자부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떳떳하게 처벌을 받겠다”고 덧붙였다.이와 관련해 아시아복지재단측은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복지재단 관계자는 “시공업체인 P사가 부지를 매입한 뒤, 이전하기 전 부지와 교환하는 조건으로 시청의 승인을 받았다”면서 “정부 감사에서 지적된 부분은 변호사와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친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재단에 시 예산이 집중된 것도 그만큼 규모가 크기 때문 아니겠냐”면서 “재단에서는 오히려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시민단체들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복지재단 관계자

“대구시 특혜지원 지적의도 납득안돼”아시아복지재단측은 현재 잇따른 시민단체의 공격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얼마전에는 법적 대응도 준비했었다. 그러나 불필요한 잡음을 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소송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재단 관계자는 “최근 시민단체들에 의해 제기되는 의혹들의 경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서 “아시아복지재단은 대구에서 가장 큰 장애 시설이다. 이 때문에 공격의 표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감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한다. 그는 “10일 정도 감사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의견을 개진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면서 “변호사와 이미 충분히 상의한 것인 만큼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특혜지원 의혹 밝혀야”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현재 재활원 증축과정서 제기된 특혜지원 의혹을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구시 고위 공무원들의 개입 여부를 먼저 조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 사무총장은 “재단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풀릴 때까지 이전 결정을 유보해줄 것은 대구시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현지에서는 대구시가 아시아복지재단을 비호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이는 행자부 감사에서도 부적절한 문제가 어느정도 드러났다”면서 “정부에서는 대구시 고위 공무원들의 개입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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