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요제프 라칭거 추기경)가 새 교황(265대)으로 선출되면서 전세계 가톨릭계가 흥분에 휩싸였다. 베네딕토 16세의 선출과 관련해 주목을 끄는 것은 한국에서 두 번째 추기경이 나올 수 있느냐다. 통상적으로 새 교황이 선출되면 추기경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신도수만 일본의 4배에 달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요서울>은 두 번째 추기경 ‘영순위’로 꼽히고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만나 봤다. 지난 23일 서울 명동성당. 정진석 대주교의 집무실은 서울대교구청 3층에 위치해 있었다. 사무실을 열고 들어가자 우선 요한 바오로 2세의 초상화가 눈에 들어왔다. “대단한 분이셨지요. 58세에 교황에 선출돼 안다녀본 나라가 없습니다.

9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특히 남과 북이 분단된 우리나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여러차례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그는 새로 선출된 교황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베네딕토 16세의 경우 오랫동안 요한 바오로 2세를 보좌해 왔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임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언어구사 능력도 탁월해 10개국어가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세계 평화와 인류의 화합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그는 그러나 보수적으로 알려진 새 교황의 성품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표현의 차이겠지요. 새 교황은 정통 교리를 보전하는데 인생을 보냈습니다. 젊은 시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81년부터는 정통교리를 지키는 신앙교리성 수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그는 김수환 추기경이 새 교황에게 두 번째 추기경을 청원하겠다는 말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했다.“김수환 추기경이 이번 콘클라베(추기경들의 비밀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는 전체 인구의 9%에 달합니다. 인구의 90%가 천주교 신자인 필리핀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신자수가 가장 많은 셈이지요.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추기경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교황도 이 부분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는 자신이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으로 거론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눈치다. “새 추기경의 탄생은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두 번째 추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 들었습니다. 더없는 축복으로 생각합니다.”

- 새 교황은 어떤 인물인가. “베네딕토 16세는 정통교리를 보전하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다. 젊은 시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에도 교황은 정통교리를 가르쳤다. 81년부터는 정통교리를 지키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책임자를 역임했다. 신앙교리성 책임자는 교황청에서도 몇 안되는 핵심 요직이다. 임기는 보통 5년이다. 그러나 새 교황은 5번이나 이 자리를 연임을 했다. 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가 어느정도 그를 신뢰하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새 교황을 만난 적은 있나. “매년 로마에 들러 베네딕토 16세를 만난다. 그러나 직접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다.”

- 보수적이라는 평이 있는데. “표현의 차이일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새 교황은 정통교리를 지키는 것을 중시한다. ‘베네딕토 16세’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도 수도회를 처음 조직한 베네딕토 성인의 행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언론에 알려진 대로 그렇게 보수적이지는 않다. 향후 종교간 대화 등을 통해 전세계 화합을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새 교황의 선출로 가톨릭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베네딕토 16세는 오랫동안 요한 바오로 2세를 보좌해 왔다. 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되면서 일부 변화는 있을 수 있다. 당연하다. 분명한 사실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룩해놓은 것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 새 교황의 방한 가능성은.“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에 몇 명의 제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한번은 오지 않겠나 생각한다.”

- 김수환 추기경이 교황에게 새 추기경을 청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연령제한규정(콘클라베의 대상은 80세 이하이며, 김수환 추기경은 만 82세다)에 묶여 이번 콘클라베(추기경들의 비밀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 두 번째 추기경의 탄생 가능성은.“상당히 높다고 본다.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는 전체 인구의 9%에 달한다. 인구의 90%가 천주교 신자인 필리핀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신자수가 가장 많은 셈이다. 새 교황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구체적인 시기는 언제가 될 것 같나. “그 부분은 아직 뭐라고 말 할 수 없다. 추기경 선출 등의 문제는 교황의 권한이다. 분명한 사실은 그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

- 대주교께서는 두 번째 추기경 영순위로 꼽히고 있다. “새로운 추기경의 탄생은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이 신자 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훌륭한 분이 선출돼 나라를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내가 두 번째 추기경으로 거론되는 것만으로 도 영광으로 생각한다.”

- 얼마전 국회의원을 상대로 미사를 집전했다 들었다. “국회의원 중에서도 가톨릭 신자가 많다. 70명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의 초청을 받아 미사를 집전한 적이 있다.”

- 국회의원들에게 조언한다면. “예수님의 말씀 중에 ‘생명의 빵’이 나온다. ‘생명의 빵’은 희생을 상징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의 본질은 국민이다. 국민이 없으면 국회의원도 없다.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국회의원보다는 국민에게 봉사하고 자신을 내놓은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경제를 살리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몫이다. 대신 우리는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20세기는 물질문명의 시기였다. 우리 국민들도 돈을 벌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복지나 행복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이 행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문화적인 면에서 기여를 하고 싶다. 먹고 사는 문제는 이제 어느정도 해결됐다. 그러나 문화적인 부분은 여전히 미약하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가톨릭교회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이혼을 줄이고, 청소년들의 원만한 인격 형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