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들!”10대들이 무섭다. 단순 폭력이나 절도 정도의 범행은 ‘애교’수준으로 여겨질 만큼 요즘 청소년들의 범행은 잔인하고 가학적인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문제아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져오던 ‘범죄’들이 여고생 사이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얌전하고 청순한 이미지가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지던 과거의 10대를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여고생 성고문관?

머리카락을 태우고, 나체 사진을 찍어 협박하고, 불에 달군 숟가락이나 담뱃불로 온몸을 지지고, 면도칼로 상처를 내거나 성고문을 하고 여느 폭력영화에 나오는 장면이 아니다. 또 일명 ‘일진’이나 ‘깡패’로 불리는 남학생들의 비행도 아니다. 놀랍게도 이는 일부 여고생들이 버젓이 저지르고 다니는 행태 중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 지난 21일 인천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중학교 동창을 1년여 동안이나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나체사진까지 찍어 학교에 돌린 ‘무서운’ 여고생들이 구속된 것이다.

이들의 행각은 그야말로 ‘엽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악무도해 담당 경찰관들을 아연실색케 만들었다.가해자 윤모(16)양 등은 라이터불에 달군 쇠숟가락으로 피해자 김모(16)양의 몸에 수차례 화상을 입히는 잔인한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들의 엽기 행각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김양의 옷을 벗겨 극심한 성적 수치심을 조장한 뒤 성기와 항문에 필기구 등을 집어넣는 가혹한 ‘성고문’을 가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수치스러움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김양의 하소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사진촬영까지 하여 학교에 유포시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있다.

여고생 포주 등장

제주지역에서는 정신지체장애인을 성매매에 이용한 여고생까지 등장했다. 사건을 담당한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가출상태였던 여고생들은 숙식비와 용돈마련을 위해 PC방에서 혼자 채팅을 하고있던 정신지체장애 여성 A(20)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이들은 채팅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을 모집했으며, 작년 12월부터 총 70여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남성들과 A양을 연결해주는 대가로 남성 한 사람당 10만원씩의 화대를 받아 총 700만원의 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A양을 여관으로 데려가 남성들에게 직접 인계하고 현장에서 ‘소개비’를 받아 챙기는 ‘전문포주’의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경찰은 “피해자는 정신지체장애 3급으로 IQ로 따지면 50이 간신히 넘는 수준”이라며 “저항은 물론이고 의사표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장애인을 성매매에 이용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날이 갈수록 엽기적이고 잔인한 수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10대들의 범행에 경찰은 “범행수법이 10대가 저지른 짓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잔인함에도 정작 가해 당사자들은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지승희 박사 인터뷰
“가해 청소년도 정신과적 치료 필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지승희 박사는 “청소년 범죄는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그동안 피해자로만 인식되어왔던 여성 청소년이 가해자의 대열에 합류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혈기왕성한 10대 남학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던 ‘비행’이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지박사는 “남학생에 버금가는 엽기적인 범행이 여고생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이상 청소년 범죄를 굳이 성별로 나누어 생각할 시기는 지난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지박사는 10대들의 이러한 행각이 ‘비행’의 수준을 넘어 점점 잔혹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일부 청소년들의 범행은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한때의 ‘비행’이나 ‘실수’라고 보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 지박사의 의견이다. 그러나 지박사는 “가해 청소년들의 행동은 엄연히 ‘범죄’에 해당하지만 법적인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왜 가해자들이 그런 범행을 마음먹게 됐는지’, ‘그렇게 잔혹한 짓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신적인 욕구불만이나 결핍된 어떤 부분들이 잔인한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박사는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 청소년들도 전문가의 상담이나 정신과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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