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된 사업에서 진화하는 기업을 찾아라”

사업 실패는 전략의 실패…전략의 실패는 선택과 집중의 실패
투자결정은 신중하게, 결정된 투자는 재빨리 실행에 옮겨야 해

한때 최고의 인터넷기업으로 손꼽혔던 야후가 지난해 12월 31일 한국에서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인터넷이라는 획기적인 글로벌 네트워크 인프라의 등장에 따라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모델을 응용한 많은 기업이 등장했는데 그 중 야후는 디렉터리 검색에 특화된 모델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아마존닷컴 등과 더불어 닷컴신화의 한 축을 형성했다. 당시 야후는 창업자인 제리 양의 개인적 일화, 직원들에게 주어진 막대한 스톡옵션, 새로운 서비스 등 줄곧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이유인 즉, 주력 분야인 검색에서는 구글의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됐다. SNS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들고 나온 마이스페이스의 등장에 위축된 모습도 보였다. 인터넷 기업은 무엇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벤처정신이 그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야후는 초기 성공 경험에 매몰되어 그 특징을 잃어버리고 급속하게 관료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2006년 야후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수석 부사장이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야후의 사업은 인터넷 전 분야에 걸쳐 있지만 뚜렷하게 강점을 보유한 분야는 없다는 진단을 한 바 있다.
그는 이 상황을 비유적으로 ‘피넛 버터’라고 설명했다. 빵 위에 땅콩버터를 넓게 펴서 바르듯 야후의 사업이 넓게 퍼져있지만 특징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그는 광범위한 사업부문의 정리와 직원의 20% 감원을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야후코리아는 수 년 전 야심차게 추진했던 지역정보서비스 ‘거기’ 이후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다가 끝내 사업철수를 맞게 됐다.
후발주자인 다음이 한메일과 카페(블로그)에 특화하고 네이버가 지식인과 한게임에 집중해 업계 정상에 오른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복잡한 비즈니스의 세계를 간단하게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만 어쨌든 야후의 실패는 전략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그 실패한 전략이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기업은 일정 부분 성공을 달성하고 난 뒤에는 대개 사업다각화라는 명목으로 확장에 나선다. 그 사업다각화는 기존의 핵심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어야 하고 목표 고객에게 최적화 된 경험을 부여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경영철학 중에는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이 낫다”는 항목이 있다. 구글이 성공한 이유이다.

새해를 맞아 기업들의 신규사업진출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고 그때마다 해당 기업의 주가가 출렁인다. 그 중에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훌륭한 계획도 있지만 어느 것은 투자자를 현혹시킬 요량의 얄팍한 주가관리용 멘트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있다. 선택과 집중에 충실한지,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계획인지 차분히 분석한 뒤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다. 투자결정은 신중한 것이 낫고 신중하게 결정된 투자는 재빨리 실행에 옮기는 것이 최선이다.

민병돈 유진투자증권 본점영업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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