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는 김모씨는 16차례에 걸쳐 400억원대의 거금을 횡령했다.허억! 세상에 이런 일이.시중은행 직원이 수백억원의 회사 공금을 빼돌려 주식, 선물 등에 투자하다 날린 황당한 대형 금융사건이 발생해 놀라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 시중은행 직원들이 고객이 맡긴 예금이나 공금을 빼내 주식투자를 하다가 드러난 사건은 심심치 않게 있어왔으나 이번 경우는 액수가 무려 400억원대에 이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이 사건을 적발한 곳은 서울 중부경찰서. 주인공은 조흥은행 본점에 재직중인 올해 나이 31살의 김모씨였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올 1월부터 무려 4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회사의 공금을 횡령, 석달간 330억원을 선물옵션에 투자하다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회사 공금을 빼낸 과정을 보면 그는 전산조작을 통해 계좌이체를 하는 수법으로 회사공금 약 400억원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김씨는 조흥은행 본점에서 자금업무를 담당하면서 지난 1월17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자신의 누이 두 명의 이름으로 개설된 이트레이드증권 계좌에서 한번에 약 30억~70억원씩 16차례에 걸쳐 약 400억원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빼돌린 돈 중 330여억원을 선물옵션에 투자해 지금까지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은행간 자금이 이동할 때 `BOK 와이어(한국은행 자금결제망)`가 사용되는데 김씨는 타 부서가 다른 곳에 자금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이체지시서` 메일을 위조한 뒤 직속 상사의 결재를 받아 자금을 자신의 증권계좌로 몰래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드러나게 된 것은 김씨가 계좌를 개설해 운영해온 이트레이드증권측의 신고 때문이었다.이트레이드증권은 은행의 대규모 자금이 개인 증권계좌로 수차례 들어오는 데다 계좌내역을 확인한 결과 매번 손실이 적지 않은 점을 확인하고 이를 감독 당국(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금감원측은 이 사실을 김씨가 재직중인 조흥은행에 14일 알려주었고, 은행측은 경찰에 이 내용을 고발했다.

조흥은행의 한 관계자는 “김씨는 공금을 빼낸 뒤 주로 콜옵션에 투자했다”고 조사내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콜옵션의 특성상 아직까지 김씨의 손실규모가 얼마인지는 알 길이 없다. 오는 5월 말 콜옵션의 만기가 돌아와 청산이 되고 난 뒤에야 정확한 손실 규모가 파악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콜옵션의 성격상 올 오어 낫싱(all & nothing)의 성격이 강해 모두 잃거나 대박이 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모두 잃게 되는 사건이 일어날 경우 조흥은행측은 경영상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게다가 조흥은행측으로선 김씨의 공금횡령이 무려 3개월이 넘도록 이루어지고 있었음에도 전혀 알지 못한데 대한 직원관리 문제도 제기될 전망이다. 특히 계좌이체 등을 통해 돈을 빼내는 동안 전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은행내 자금흐름의 크로싱 체크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어서 고객들의 돈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은행직원의 금융사고 사례

“자~알 한다!” 남이 맡긴돈 늘려 주기는 커녕전문화된 전산망 이용·수법도 갈수록 지능화이번 조흥은행 직원의 공금횡령 사건이 벌어지면서 다시한번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일부직원들의 모럴해저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금융기관 내부에서의 공금횡령 또는 고객돈 횡령사건은 심심찮게 있어왔다.지난 해 9월 코오롱캐피탈에서 475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 회사의 자금담당 상무인 J씨는 지난 1999년부터 5년 동안 회사돈 475억원을 빼돌리다 덜미가 잡힌 것. 정씨가 빼돌린 돈은 당시 코오롱캐피탈 총자산 892억원의 절반이 넘는 돈이다.

정씨는 회사 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 등 수익증권을 몰래 파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코오롱캐피탈의 금융사고가 터질 무렵 삼성카드는 “지난 2003년 8월 내부감사에서 총무과의 L과장이 회사의 부동산 임대료를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L씨가 횡령한 금액은 4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삼성카드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갖춰진 금융사라는 위상에 타격을 입었다.이에 앞서 지난 해 3월에는 우리카드 직원 A씨가 회사돈 400억원을 빼돌려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로 날린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산업은행에서는 수백억원의 돈을 빼돌려 주식시장에 투자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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