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펭귄종합식품 대표이사 직인까지 찍힌 공개사과문에는 3월 31일 회사의 진상조사자가 확인한바에 의하면 유통과정중 제품이 변질되었으며 업소의 과실이 아님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농심, 펭귄 등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에서 제조된 식품을 먹다가 소비자들이 치명적인 신체적 손상을 입는 등 곤욕을 치르는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농심 라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사는 손모(27·여)씨는 지난 9월 농심에서 제조판매하는 인기 라면인 ‘너구리’ 라면을 먹다가 돌같은 이물질을 씹어 어금니에 금이가는 봉변을 당했다. 손씨는 “집에서 저녁시간에 너구리 라면을 끓여먹던 중 갑자기 돌 같은 이물질이 씹혔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기 때문에 씹다가 어금니에 금이가고 말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통을 호소하던 손씨는 즉시 인근 치과로 가 치아를 검사한 결과 어금니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사실을 알고 치료를 하려 했으나 치료비가 무려 600만원에 달해 아직까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손씨는 회사측으로부터 치료비 보상을 받기로 하고 농심측에 이같은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보내 연락을 취했으나 회사측은 “보철비용 50만원까지는 우리측에서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만 전달받고 황당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에 사는 강모(53·남)씨도 지난해 10월 직장에서 농심 ‘신라면’을 끓여먹다가 이물질을 씹어 이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 현재 회사측과 보상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음이 드러났다. 강씨는 “라면을 끓여 먹던 중 나뭇가지와 비슷한 날카로운 물질이 씹혔는데, 잇몸속으로 깊이 박혀 치아는 물론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전문의가 내린 진단서를 보면 강씨의 치료비는 250만원 정도. 강씨는 이같은 사실을 농심측에 알렸으나 농심은 50만원까지 치료비로 보상해줄 수 있다며 협상을 하고 있다.

강씨는 “농심측에서 이물질을 수거해 가져간 뒤 이렇다 할 연락조차 취하지 않고 있어 자비를 들여 병원에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지역 담당자에게 확인했으나 담당자가 바뀌었다며 차일피일 문제 해결을 미루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같은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 대해 농심 고객상담팀 박종환 부장은 “우리 회사 제품을 드시다 이런 일이 생겨 죄송하다”면서 “고객들에게 최대한 보상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어 보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펭귄 골뱅이

(주)펭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황도’로 널리 알려진 (주)펭귄은 최근 골팽이캔을 먹다가 집단 식중독증세를 나타내는 사건이 벌어져 회사 대표이사 명의로 해당 소비자들에게 사과공문까지 보내는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 신설동에서 I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8·남)씨에 따르면 업소 고객들이 주문한 (주)펭귄이 제조한 골뱅이통조림에서 역한 냄새가 일어 캔을 확인한 결과 골뱅이가 모두 상해있었다는 것. 이에 따라 김씨 등 골뱅이통조림을 먹고 구토증 등 식중독증세를 보인 고객들이 집단으로 (주)펭귄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이에 대해 (주)펭귄측은 대표이사 명의로 해당 소비자들에게 사과공문을 보냈다는 것. (주)펭귄은 공문을 통해 ‘유통과정상에서 충격을 받아 미세한 균열이 일어난 것 같다.

이 균열로 인해 공기가 들어가 부패가 진행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프집 주인 김씨는 “캔 자체가 가공품이라 공기가 유입되면 부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캔이 충격을 받은 자국이나 미세한 구멍이 생겼다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현장조사를 나왔던 (주)펭귄의 직원도 충격으로 인한 공기유입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더 분개한 것은 (주)펭귄이 공문만을 보낸 뒤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는 것 때문. 그는 “골뱅이를 먹은 손님들의 상태가 걱정돼 (주)펭귄에 연락처까지 줬지만, 치료비는커녕 사과전화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종이 한장 보내 놓고 문제를 덮으려 한다”고 분개했다.

(주)펭귄은 이에 대해 “골뱅이를 드신 고객들에게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서 “공문을 보낸 것은 민원인이 ‘사과공문’을 보내면 보상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해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서울지역 소비자센터를 맡고 있는 노일환 팀장은 “연락이 닿질 않아 사과를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스런 마음이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품 사건이 잇따르는데 대해 소비자보호원 박선희 식품위생팀 연구위원은 “제조물의 문제는 대부분 유통과정이나 제조과정에서 나타난다”면서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소비자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결국 소비자가 눈을 부릅뜨고 제품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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