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병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인 6일 오후 7시경에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사망한 사병은 강원도 화천의 모 부대에 근무하는 강명구 이등병. 강 이병은 입대한지 5개월이 갓 지난 ‘신참’이었다. 군 당국은 강 이병이 전투화 끈에 목을 매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현장을 최초로 발견한 김모 상병은 사건 조사가 시작되자 “발견 당시 강 이병은 보일러실에서 전투화 끈에 목맨 채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김 상병은 또 헌병조사에서 “강 이병이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인공호흡을 실시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부대 관계자들은 “김 상병의 인공호흡 덕분에 강 이병의 꺼져 가는 맥박을 살릴 수 있었다”며 김 상병의 적절한 응급조치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주위의 이러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강 이병은 결국 눈을 뜨지 못했다.
국군수도병원 관계자는 “강 이병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미약하게나마 맥박이 살아 있었으나 이미 장시간 산소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회생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강 이병이 사망하자 강 이병 사망 사건을 조사하던 군 당국은 그의 죽음에 대해 자살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강 이병의 아버지 강성길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군 당국의 조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강 이병의 죽음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유가족들은 강 이병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유가족들이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강 이병이 남긴 유서의 필체가 본인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강 이병의 여동생 강모양은 “간략하게 쓴 유서는 한눈에 보기에도 오빠의 글씨체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보는 것은 강 이병과 친한 그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군 당국은 조사결과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가족들과 상반된 견해를 드러냈다. 강 이병의 유서에는 “아버지, 어머니, 못난 이 자식을 용서하세요. 내 친구들 광석이 상철이 미안하다. 먼저 간다. 군대폭행이 아직도 존재하고 욕설·가혹행위 여전하다. X같은 곳이다”라고만 써 있을 뿐 다른 내용은 없다. 마지막을 정리하는 글이라고 보기에는 비교적 간단하다. 그런데 여기에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강 이병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의 이름이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군 당국은 유서에 친한 친구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쓰여진 점을 미루어 본인이 직접 쓴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이에 대해 “같은 부대에서 생활하다보면 후임병의 친한 친구들쯤은 쉽게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다.이와 함께 유가족들은 사건의 전모를 알면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유가족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최초로 현장을 발견했다는 김모 상병은 강 이병이 자살했다는 당일 강 이병을 구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김 상병과 함께 강 이병을 구타하고 기합 준 이들은 모두 4명으로 그 중 김 상병이 주도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 강성길씨는 “이번 사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 가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아들을 괴롭히고 때린 사람은 김 상병인데, 최초 발견자도 같은 김 상병이다. 또 인공호흡을 시켰다는 사람도 김 상병이다.
더 이상한 것은 김 상병이 보일러 관리병이라는 점이다. 내 아들은 왜 하필 보일러실에서 발견됐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왜 자신을 때린 고참이 근무하는 곳에서 자살을 했으며 유서는 왜 그리 간단한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내 아들은 할아버지와 내가 국가 유공자기 때문에 병역 특혜를 받을 수 있음에도 자진 입대한 아이다. 그런 아이가 그렇게 쉽게 자살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눈물을 삼켰다. 강씨는 또 “군 당국은 이런 사실들을 참고해서 내 아들의 죽음을 철저히 규명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