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민사5단독(신숙희 판사)에서는 한 남편이 이혼한 아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이 있었다. 재판부는 “아내 P씨는 남편 K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K씨는 여전히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가정불화로 결혼 8년만에 합의이혼을 한 K씨 부부. 그 후에도 이혼과 재결합을 반복해 온 이들 부부 사이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남편 K(39)씨와 부인 P(38)씨는 오랜 연애기간을 거쳐 1994년 1월 결혼했다.결혼 후 몇 년간 이들 가정은 여느 평범한 가정처럼 단란하고 행복했다.

특히 결혼한 지 7개월 되던 그해 여름 딸(11)이 태어나고 그 이듬해 아들(10)이 태어나자 이들 부부의 기쁨은 더할나위 없이 컸다. 이들은 누가 보나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이루는 듯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아내의 행동에 미심쩍은 부분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어느 날부터 아내의 귀가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가 싶더니 좀처럼 안하던 외박도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내에 대한 K씨의 의심과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이 문제로 인해 이들 부부는 다투는 일이 잦아졌고 급기야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이 벌어지는 등 가정에는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들 부부의 갈등은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2002년 말 협의이혼 하기에 이른다.

이들 부부가 결혼한 지 8년만이었다.이혼 후 두 자녀는 남편 K씨가 맡았다. 그러나 남자 혼자서 어린 두 자녀를 양육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한창 어린 자녀들에게는 무엇보다 엄마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했다. K씨가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힘겹게 가장 노릇을 해온지 어언 1년 반. K씨는 지칠대로 지쳤다. 특히 아내와 어머니로서 P씨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낀 K씨는 전처 P씨를 다시 만나 재결합의 뜻을 비쳤다. 서로의 의사를 확인한 이들 부부는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결심으로 이혼 1년 반만에 다시 재결합하게 된다.그러나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은 여전히 순탄치 못했다. 아내 P씨의 생활이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이다.‘그동안 아내의 생활태도도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K씨의 기대는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P씨는 재결합 후에도 외박을 일삼는 등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것. 결국 이들 부부는 다투는 일이 잦아졌고 재결합 일주일만에 또다시 갈라서기에 이르렀다.K씨의 절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다시 잘 살아보자’는 굳은 각오로 시작한 재결합이었는데 너무 쉽게 파탄나버린 탓이었다.다시 가정이 깨져버린 것에 대한 충격으로 몇날 며칠을 술로 지새우며 심한 방황을 계속하던 K씨. 그는 어느날 주변으로부터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큰 딸의 얼굴이 K씨와 닮은 구석이 한 군데도 없다’는 말이었다. 이미 예전에도 몇 번 ‘안닮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던 K씨였지만 그때마다 그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해왔던 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결혼생활 중에도 외박을 일삼았던 아내의 행동을 미심쩍어하던 K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두 자녀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기에 이른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처와 결혼 후 7개월만에 얻은 큰딸이 친딸이 아니라고 판명난 것이다.급기야 지난해 9월 다시 한번 시작하자는 K씨의 요청을 뿌리치고 P씨가 큰딸을 데리고 떠나버리자 울분을 견디지 못한 K씨는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동부지법은 P씨에게 그 책임을 물어 ‘아내는 K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에 대해 “K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속여왔으며, 친자가 아님에도 이혼 후에 아이의 양육을 맡게 한 것에 대한 정신적 피해보상이 아니겠느냐”며 씁쓸해했다. 그러나 법원이 K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상처가 깊을대로 깊어져 있었다. 자기 자식일거라 철석같이 믿고 이혼 후에도 어렵게 자녀를 키웠던 K씨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을 보상받을 길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전자 감식기관 연구원 “의뢰건중 10%가 친자 아니다”

다음은 유전자 전문 검사기관 I DNA TEST의 한 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한해 유전자 검사로 친자확인을 의뢰하는 건수가 얼마나 되나.▲2004년 기준으로 대략 100여건이 넘었다.- 과거에 비해 친자확인 의뢰건수는 어떤가.▲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

- 그 원인은 뭐라 생각하나.▲일단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등 부부간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혼율이 높아진 것도 한 몫 한다. 실제로 3분의 1이상이 법정소송까지 간 경우로 법원제출용 자료로 쓰기 위한 것이 상당수다.

- 주변에서 ‘안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나.▲그런 경우가 상당수 있다. 안닮았다는 주변의 말에 동요하는 경우도 있고, 자녀가 커갈수록 자신과 닮은 구석이 없다는 것에 스스로 의문을 갖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 주로 의뢰인들의 연령대는 어떤가.▲대부분은 자녀가 어릴 때 많이 하지만 중학생 이후에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 배우자 몰래 의뢰하는 이들이 많은가.▲반 이상이다.

- 배우자 몰래 감식이 가능한가.▲가능하다. 단 본인 이외에는 감식결과를 절대 알 수 없도록 하고 있다.

- 실제로 친자가 아닌 경우는.▲의뢰인중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는 10%정도다.

- 비용은 얼마나 드나.▲2사람은 70만원, 3사람은 80만원이다.

- 판정결과를 아는데 얼마나 걸리나.▲보름 정도 걸린다.- 검사 결과는 정확한가.▲99.9% 이상 정확하다고 보면 된다. 가격이 비싼 이유도 여러 번 재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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