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거나 미소짓는 중국인들의 ‘이’를 보면 중국인들의 담배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골초로 유명했던 등소평, 외국의 국가원수를 만날 때면 간단히 인사한 뒤 먼저 담배를 권한다. 그리고는 자신도 뿜어대는 줄 담배속에 정상회담에 임하곤 했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중국에서의 담배와 대인관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폭 넓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중국에서 담배는 실로 인간관계의 시금석이자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나 혹은 어느 기관이나 회사, 가정을 방문할 때면 거의가 먼저 담배를 권한다. 이러한 상황은 초대자가 비흡연자라도 예외가 아니다. 상대방이 담배를 받아들어 다 피우면 바로 또 한 대를 권하며 불을 붙여준다.

이는 결혼식이나 연회석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최측은 테이블 위에 여러 종류의 담배를 수북히 쌓아놓아 손님들이 마음에 드는 담배를 언제든지 피울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뿐 아니라 예식후 하례객들에게 인사하러 다니는 신부는 직접 담배를 권하며 불을 붙여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중국의 담배는 “매사에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임하라, 혹은 즐기시라”는 중국식 만만디적 여유의 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도 중국인을 만나면 천연스럽게 담배를 권하며 담배연기와 더불어 차분한 만남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다. 한편 이때 권하는 담배로는 한국담배도 좋다. 외국담배인지라 호기심도 발동할 것이요, 현재 중국내의 한류 등을 생각할 때 중국인들이 중국담배보다는 더 좋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인들이 비흡연자인 나에게 담배를 권해올 때는 일단 한 대를 받아들여 한 두번 뻐끔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 후 또 한대를 권해오면 비로소 비흡연자임을 밝히면 된다.그러면 자신을 위해 한 대를 피워 준 그 배려와 성의에 감탄하며 고마워하게 된다. 한편 중국인의 담배사랑은 중국을 담배대국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먼저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담배 한 갑의 가격은 1위안(한국 돈 130원)~500위안(6만5,000원) 정도. 그런데 담배가게 아줌마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10위안에서 20위안 짜리가 잘 팔린다고 한다. 담배 한갑 가격이 중국인들의 수입을 고려할 때 꽤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일부 손님은 200위안(2만6,000원)을 넘는 담배를 구입해 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줌마, 갑자기 주위를 휙 둘러보며 귀띔하길, “외국인 양반, 그런 담배 구입자의 십중팔구는 말야, 공무원들에게 뇌물로 갖다 바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담배종류 또한 대단히 다양하다. 서민들이 즐기는 붉은 색 포장의 따셰(大鶴)를 비롯, 일제에 항거할 때 항일정신을 담아 만들어 팔던 것이 아직도 팔리고 있는 따따오(大刀), 금박을 두른 ‘뇌물용’ 고급담배 쫑후워(中華) 등, 중국 전역 3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갖 종류의 국산담배와 외제담배가 담배가게의 사방 벽면을 빼곡히 도배하고 있을 정도이다. 세계최고, 세계최대를 선호하는 중국이 담배소비면에서도 단연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잘 말해주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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