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시촌 윤락’ 이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속칭 ‘녹두거리’)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시촌 윤락’은 고정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기존 홍등가식 윤락과는 달리 일부 윤락녀들이 고시촌 주변 식당, 술집 등에서 고시생들에게 접근해 이뤄지고 있다. 실체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맨투맨’식 윤락으로 경찰은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신림동 고시촌 유흥가를 중심으로 ‘은밀한 윤락 제의’가 이뤄지고 있다. 윤락여성들은 고시촌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 고시생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맨투맨 영업’을 펼치고 있다.이들 윤락여성들은 집창촌에서 나온 전직 윤락녀들과 아르바이트를 위해 스스로 윤락에 나선 여대생,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윤락행위는 일단 술을 마시거나 당구를 치느라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고시생들에게 윤락녀가 접근하면서 이뤄진다. 이들 윤락녀 대부분은 수수한 옷차림과 화장기 없는 여자 고시생이나 여대생으로 위장해 눈에 띄지 않는다.

호객행위가 이뤄지는 장소도 다양하다. 호프집, 칵테일 바, 안마시술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PC방, 학원매점 등 고시생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호객행위의 장소가 된다.호객행위를 경험해봤다는 고시생 유모(25·휴학생)씨는 “호객행위 방식은 나이트의 ‘부킹’ 방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술집에서는 2~3명 가량이 짝을 지어 다가와 합석을 자청하기도 하고, 당구장에서는 게임을 벌이고 있는 고시생들에게 접근해 ‘나이스 큐’ 를 외치며 관심을 끌기도 한다” 고 말했다.일단 고시생들과의 ‘부킹’ 이 성공되면 보통 같이 술을 마시는 것이 다음 코스. 술자리는 ‘2차’ 흥정을 위한 자리로 이용되고 있다.술자리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면 윤락녀들은 ‘2차’ 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서 가격을 흥정하는데 가격은 시간에 따라 보통 5만원에서 15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2차 장소는 주로 고시촌에서 이뤄진다.

신림동 고시원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원룸형’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고시생들은 따로 여관비를 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고시원을 애용하고 있다. 또, 윤락녀들도 외부의 시선을 피할 수 있어 고시촌을 2차 장소로 이용하는데 거부감이 없다.유씨는 “대부분의 원룸형 고시원들은 개인생활을 철저하게 보장하기 때문에 옆방의 소음이 들리지 않도록 방음시설까지 해놓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유씨는 “일부 ‘브루주아’ 수험생은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해 교외로 나가 윤락녀와 러브호텔을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이처럼 고시촌이 윤락의 표적이 된 것은 성매매에 대한 당국의 단속 강화로 집창촌을 비롯한 성 매매업소들이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고시원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또 방값이 저렴한 고시원에 거주하며 생계수단으로 성매매에 나서는 일반 여성들이 늘어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고시생들 역시 ‘하룻밤‘의 유혹에 잘 넘어간다. 단조로운 공부와 극히 제한된 인간관계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예 집에서 받은 하숙비를 모두 유흥비로 탕진하고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는 고시생 폐인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고시생들의 ‘원나잇 스탠드’ 중독증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유씨는 “책만 보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다 예쁜 여자들이 유혹해 오면 참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소식을 듣고 외부에서 찾아오는 친구들도 있다”고 설명했다.신림동에서 4년째 사법시험을 준비한다는 정모(29·무직)씨도 “학원 강의를 한, 두 강좌 안 듣거나 책을 몇 권만 사지 않아도 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며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과 어울리다 보면 책값보다 술값이 더 나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맨투맨 윤락’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포착이 어렵고, 현장을 잡아도 당사자들이 ‘애인관계’라고 발뺌하면 성매매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관할서인 서울 관악경찰서 담당자는 “성매매 혐의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돈이 오간 흔적이나 물적 증거가 필수적인데 이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무리하게 수사할 경우 인권침해 소지도 있어 더욱 수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안마시술소를 중심으로 유사 성행위 등 확실한 불법 행위부터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면서 “성매매 제안이 들어오면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고시촌에 ‘가짜 고시생’ 급증

저렴한 고시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려는 ‘가짜 고시생’들이 최근 크게 증가했다. 이들 가짜 고시생들은 직장인, 취업·수능 준비생에서부터 집창촌에서 나온 윤락녀, 지명수배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 신림동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젊은 직장인들은 물론 나이 지긋한 중년 남성까지 고시촌에 들어온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 중 20% 정도는 싼 물가 덕에 숙식하는 가짜 고시생”이라고 전제한 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고시공부를 시작했다고 주변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월만 보낸다”고 전했다.이에 각종 고시원이 들어찬 서울 신림동 녹두거리 일대는 인구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특히 ‘가짜 고시생’들은 아예 공부에 관심이 없다 보니 술집과 PC방 등을 전전하며 집단 패싸움과 고성방가를 일삼기도 한다. 이에 면학 분위기가 크게 떨어진 신림동을 떠나는 고시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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