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종 전 의원이 ‘꼬마 민주당’ 창당 동지인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조사가 선행되지 않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 환수되지 않은 100억원대의 노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문제와 맞물려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 박 전 의원과 노 대통령은 특별한 인연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89년 3월 통일민주당 소속 의원이었던 노 대통령은 “국회판은 내 생리에 맞지 않아 못해먹겠다”며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행방을 감췄다. 당시 야권에서는, 특히 통일민주당에서는 적지 않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김영삼 당시 총재는 대로하여 “당장 붙들어 오라”는 불호령을 내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동해안쪽으로 간다는 말만 하고 몸을 숨긴 상황. 가족들도 노 대통령의 행방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 노 대통령을 다시 불러들인 주인공이 바로 박 전 의원이다. 박 전 의원은 당시 한국일보에 ‘노무현 동지에게’란 제하의 특별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글을 본 노 대통령은 이틀만에 돌아왔고, 사퇴 파동도 일단락됐다. 당시 노 대통령은 박 전 의원을 개인적으로 만나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박 전 의원이 최근 노 대통령을 상대로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전 의원은 몸통 수사 없이 꼬리만 잡아들인 검찰의 수사 행태를 문제삼고 있다. 김영일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가 불법 대선자금 모금 혐의로 각각 2년형과 5년형을 확정 받았지만, 몸통인 이회창 전 총재와 노 대통령은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전 의원은 최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질 당시 이 전 총재는 스스로 검찰에 자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대선자금의 모금은 자신의 묵인 하에 이뤄진 것으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진술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전 총재를 귀가 조치한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시 검찰이 자수한 이 전 총재를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민주당 불법 대선자금의 귀속점이 대통령 후보였던 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이 전 총재를 귀가 조치시킨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박 전 의원은 바로 이 점이 균형을 저버린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헌법상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은 없지만, 피의자로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전 총재가 자수한 이상 대통령도 적절한 조사를 받았어야 맞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김영일 전 한나라당 의원과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형집행 정지를 요청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불법 대선자금 모금의 정점인 대통령 후보 선행 조사 없이 꼬리만 처벌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정 전 대표와 김 의원의 처벌은 두 후보의 조사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의원이 정치권 재기를 위한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비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의원은 한때 대통령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현재는 두문불출하고 있다”면서 “정치권 복귀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노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