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책실장과 6개기획관 제도를 모두 없애고 대통령실의 명칭을 비서실로 바꾸는 내용의 청와대 조직개편안을 내놓은데 대해 반응이 뜨거웠다. 개편안은 청와대 조직은 타이트 해지고 대통령 보좌기능은 강화됐다.

이번 청와대 개편은 박 당선인의 책임총리, 책임장관제 구상에 맞춰졌다. 역대 정부의 청와대는 정부 각 부처 정책에 일일이 개입해서 간섭 해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각료들로 하여금 책임 있고 소신 있는 정책추진 보다는 청와대 하명에 목을 매는 행정공급 방식을 따르도록 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이를 깨트리고 내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청와대의 힘을 빼는 조치를 취했다.

경제·고용복지·교육문화를 관장하던 청와대 정책실이 폐지되면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명실상부하게 경제부총리로 넘어가게 된 것이나,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들이 거의 문 닫게 된 것이 모두 ‘옥상옥’의 구조를 혁파하려는 당선인의 의지로 평가됐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외교·안보분야의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키 위해 국가안보실장을 신설했다.

이는 국민 비난을 자초했던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체결 파동과 같은 외교실책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당연시 된다. 또한 꽉 막혀있는 남북관계를 타개하자면 외교안보팀에 분산돼 있는 각종 정보를 취합해 중·장기적인 전략을 짜낼 국가안보실 설치가 중요했을 것이다.

다만 우려 되는 것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수석의 공존 문제다. 업무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 의견충돌로 인해 컨트롤타워의 작동에 이상이 올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염려가 있다. 절대로 안 그렇겠지만 혹시라도 강화된 대통령 보좌진이 부처위에 군림하려들면 청와대 조직의 슬림화는 도리어 권력집중의 밀도만 높여놓을 따름이다.

이 문제는 책임총리, 책임장관제의 조기 정착이 관건이 되는만큼 박 당선인이 친정체제 강화 유혹에 끝까지 의연해야만 한다. 이제 청와대 조직 개편과 함께 정부조직개편을 생각해 봐야 한다.

넓게 봐서 보수이념에 기반을 둔 박근혜 정부가 시장기능에 맡겨두지 않고 미래와 복지 실현을 위해 정부 조직을 늘려 ‘큰 정부’를 지향한 점이 선뜻 이해가 안 간다.

큰 정부는 보수 기조에 어긋나는 것이다. 조직이 효율적이고 단단해야지 방만해서는 안 된다. 방만하면 빈틈이 생기고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진다. 정부조직이 가건물처럼 돼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건 곤란하다.

미국 재무부는 210여 년 전 건국 때나 지금이나 재무부다. 우리는 재무부에서 재경부로, 또 기획재정부로 많이도 간판을 바꿔 달았다.

새 정부가 ‘15부2처18청’의 부처 조직을 ‘17부3처17청’으로 늘린 것은 5년 전 정부통신부와 해양수산부·과학기술부를 되살린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이 100년을 내다보지 못하면 졸속이다.

김용준 새 정부 총리 내정자는 대통령책임제의 어느 때 총리보다 권한이 막강한 책임총리로서의 책무가 역사적이다. 그중 청와대가 권부의 상징인 시대를 끝내도록 하는 시대적 책임이 곧 새 정부 조직의 성공적인 안착을 의미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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