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 청와대 독대에서 MB와 특사 문제로 논쟁

특정 인맥 친박계 인사 접촉 총장인선 놓고 빅딜 시도
친이계 인사 특사 추진에 검찰 위험한 줄타기 내막

[일요서울 ㅣ 오병호 프리랜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상득(78) 전 새누리당 의원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인수위를 비롯한 검찰과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소심 심리가 이어질 경우 형 확정을 전제로 한 특별사면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 “이 전 의원이 나중에 다시 항소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에는 특사를 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전 의원 측이 즉시 항소를 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과 동시에 일종의 쇼가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통상 검찰은 이번 재판처럼 적당한 형량이 나왔다고 판단한 경우 항소를 하지 않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구형한 형량에 비해 절반 이상의 형량이 나오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항소를 하지 않는다. 이 전 의원의 항소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들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전 의원과 관련, 추가로 다른 의혹들에 대해 수사를 할 경우 추가 기소도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속내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는 이 전 의원의 항소를 두고 “무죄를 주장하며 특사를 받기 위한 일종의 체면 살리기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 전 의원을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을 변호해온 법무법인 바른과 자유 측은 지난 25일 오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장 제출 기한이 1월 31일 자정까지임에도 이 전 의원은 1심 판결 바로 다음날 항소하며 판결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이 전 의원 측은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1심에 대해 그만큼 강한 불복 의사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자유의 오재훈 변호사는 “무죄를 확신했기 때문에 상당히 당혹스럽다. 이 전 의원 본인도 억울해 한다”고 밝힌 뒤 “사면은 죄를 지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인데 이 전 의원은 무죄라 생각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사면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사면과 관련된 세간의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 관계자는 “오늘 법원에서 판결문을 받았고, 이 전 의원에 대해 항소를 할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면 가능성 여전히 유효

이 전 의원의 항소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특사를 노릴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근거는 이렇다.
최근 이 전 의원의 재판을 앞두고 청와대가 특별사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특별사면을 단행할 조짐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천신일 최시중 등 1심 재판 후 2심 재판을 진행 중인 친이계 인사들이 항소를 포기했다.
특사는 형이 확정된 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특사를 염두에 둔 움직임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혹은 최근 현실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에 최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 회장 뿐 아니라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최측근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알선수재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상고를 포기했다.
천 회장은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등 청탁과 함께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상고포기서를 제출했다.
김재홍 전 이사장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상고했지만 지난해 9월 상고를 취하했다.
김희중 전 실장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금융감독원 구명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징역 1년3월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법무부와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마지막 특별사면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 단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검찰에 의중 전달?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특별사면 대상자가 2~3일내에 확정 발표될 것”이라며 “최시중, 천신일, 김재홍, 김희중씨 등은 사면요건에 해당돼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특사와 관련해 인수위 주변에서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도 들린다.
얼마 전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배석자 없이 독대한 자리에서 박 당선인은 특사문제와 관련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전달했고 이 문제로 한 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독대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특사 계획을 밝혔고 박 당선인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며 “이 때문에 두 사람이 격론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중간 중간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는 등 분위기가 매우 냉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정치권에서 조차 알려지지 않은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두 사람의 독대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사를 놓고 빅딜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특사 계획에 박 당선인이 반대한 게 사실이라면 이 의혹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이와 함께 이 전 의원은 항소해 사면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항소 하지 않은 점을 두고 아직 이 전 의원이 속단하지 않았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검찰의 반응이다. 일단 검찰은 난감한 입장이다. 재판결과가 나오기 직전 “이상득 전 의원이 2년 반 정도의 형을 선고 받지 못하면 곤란하다”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의 한 소식통은 “재판부가 2년을 선고하면서 관례적으로 검찰은 항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이고 실은 다른 내막이 있다”며 “검찰이 이 전 의원 재판 전 ‘형량이 2년 이상 나올 경우 항소를 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여권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이 전 의원의 재판을 앞두고 특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흘린 것은 이 전 의원에 대한 항소를 하지 말라는 의미 아니냐”는 해석도 검찰의 항소여부 고민에 한몫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이 우려했던대로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청와대와 인수위의 눈치를 살피게 됐다는 말이 검찰 주변과 정치권에 돌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항소를 할 경우 나중에 이 전 의원이 특사를 위해 항소를 포기해도 검찰 항소 때문에 특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특사를 방해한 것이 되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면은 특별사면에 해당돼 생계형 민생사범, 교통법규 위반자 등 일반 형사범에 대한 대규모 일반사면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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