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연구원들이 오랜 시간 동안 해왔던 캠페인으로 얻지 못했던 국가의 정책에 대한 효과를 최근 들어 TV가, 그것도 연예 프로그램이, 연예인들을 이용해서 큰 효과를 얻고 있어 TV의 위력을 새삼스레 느끼게 해준다.얼마전 방송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는 전국에 독서의 열풍을 불게 했다. 오락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 불과했지만,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만들어 전국 서점을 울고 웃게도 했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책 읽는 습관을 지향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 자치구의 예산으로 도서관을 짓도록 하기도 했다.그 후로 이어진 ‘아시아 아시아’는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과 눈물을 돌아보게 했고, 이제는 장수프로로 자리잡고 있는 ‘사랑의 리퀘스트’는 돕고 사는 사회가 어떠한 것인지 많은 국민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시작이었다.

요즘 SBS ‘일요일이 좋다’의 ‘사랑의 위탁모’ 코너가 또다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며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 코너는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연예계 스타들이 출연, 해외 입양 전까지 몇 주 동안 입양아들을 돌보는데, 첫 출연자인 전도연부터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몇 주간 돌보느라 정이 든 입양아 ‘현규’가 미국으로 떠나던 날, 결혼도 안 한 전도연이 ‘현규 못 보낸다. 내가 입양해 키우겠다’며 스태프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던 것. 결국 ‘현규’는 예정대로 떠났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전도연이 눈이 붓도록 울던 모습이 생생하게 전파를 타자 전도연의 팬들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 입양기관을 다 뒤졌고 결국 한 입양부모 동호회 사이트에서 현규와 양엄마가 같이 찍은 사진을 찾아 해당 홈페이지에 다시 올린 것.전도연이 이 사진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주위에선 ‘이러다 정말 애 하나 입양하는 거 아냐’라며 걱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생후 6개월 된 현규군과 모자의 정을 나눈 전도연은 이 프로그램의 출연료를 몽땅 현규군이 있던 위탁시설에 내놓았다고.전도연의 뒤를 이어서는 가수 엄정화가 위탁모 역할을 맡았다. 12일 동안 엄정화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딸 노릇을 톡톡히 한 주인공은 이제 겨우 11개월째인 (김)수진이. 수진이가 양부모를 만나게 되어 이별하는 날 엄정화는 그만 친부모 못지 않게 서럽게 울고 말았다.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던 애초의 다짐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반드시 자기 아기가 아니더라도 조카나 주변의 아기들을 며칠이고 살을 부벼가며 함께 해 본 사람은 안다. 아기라는 존재가 주는 그 행복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 말이다. 팔을 벌리면 이내 안겨오는 전적인 신뢰,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잠이 드는 평안함, 아침에 말간 얼굴로 잠에서 깨어나 웃어주는 그 미소의 따뜻함은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한밤중에 깨어나면 다시 잠이 들 때까지 안아주고, 놀아주고, 우유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줘야 하는 쉽지 않은 일정들이지만 미혼의 연예인 위탁모들은 이러한 일들을 성실하게 열심히 해냈다. 이미지관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아기와 맺게 되는 그 관계가 그녀들을 그토록 엄마답게 만들어가는 것.

마지막에 수진이를 다시 돌려보내야 할 때는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지만 처음 방송사로부터 위탁모에 대한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거절하려고 했다. 평소 정이 많고 조그만 일에도 잘 우는 성격인지라 일단 정이 들어버리면 나중에 헤어질 것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 하지만 국내 입양 활성화라는 정확한 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해 얘기를 듣고는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한동안 재충전 기간을 가지면서 모든 프로그램에서 손을 뗐던 신동엽이 아기들의 아빠 역할을 맡아 여자 연예인 위탁모들을 방문하고 아기와 함께 놀아주기도 하는 등 분위기를 한층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어준다.12일간의 위탁모 기간 동안 사생활과 가족들까지 공개해야 하고, 몇 주 동안 ‘체험 삶의 현장’ 이상의 힘든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출연자 섭외가 어려웠지만, 이런 미담들이 연예인들 사이에 전해지자 몇 년 동안 TV에 나오지 않았던 스타도 자원해서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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