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파 후보군을 비롯해 당 안팎의 거센 반발을 예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이 노선 경쟁에 불을 지핀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개혁세력들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실용 노선을 분산시키고자 하는 복심이 발언 배경에 깔려있었던 것.특히 정동영 장관 계보가 문희상 염동연 의원 등 실용노선을 물밑 지원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만큼 “더 이상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도 묻어 있다. 정 장관이 보이지 않게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개혁세력들도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논리다.유 의원 발언이후 열린우리당 당권경쟁은 대권 대리전 양상으로 급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동영 김근태 두 잠룡은 이미 경선전부터 계파후보 지원플랜을 은밀히 진행시켜 왔다는 게 중론이다. 정 장관이 문희상 염동연 한명숙 등 실용노선을, 김 장관은 장영달 유시민 김두관 등 개혁노선을 각각 지원하고 있을 것이란 소문이 끊이질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권 향배가 향후 여권 역학구도 및 대권판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두 잠룡이 ‘올인’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극단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친노직계 세력을 당 지도부에 대거 포진시키고자 하는 이른바 권력구도 플랜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문이다. 노 대통령이나 두 잠룡이나 상호 정치적 계산은 다르지만 ‘당권접수’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통령은 차기주자 관리 및 레임덕 차단을 위해 당권장악이 절실한 입장이고, 두 잠룡 또한 대권가도를 질주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당내 세 확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차기주자를 견제해야 하는 노 대통령과 대망론을 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두 잠룡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열린우리당 전대 결과와 향후 역학구도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