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변신은 무죄!’지난 97년 대선부터 불기 시작한 미디어 선거열풍은 정치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소위 달변가가 선거에서 큰 우위를 점하던 시대에서 ‘누가 더 친숙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한 선거전략으로 등장한 것. 이에 정치인들도 피부관리와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연예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성형수술. 최근엔 대한민국이 성형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전반에 확산됐다.

고 정주영 회장 수술 뒤 ‘붐’일어

이같은 추세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미디어가 선거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면서 정치인들도 이미지 관리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후보가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느냐가 후보캠프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중 하나다”며 “후보가 되도록 젊은 이미지와 친숙한 이미지로 보이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몇 몇 정치인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 선거를 앞두고 피부관리를 집중적으로 받거나 피부클리닉 등을 찾아 주름살 제거수술 등을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 만큼 정치인들도 보여지는 이미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일고 있는 이미지 관리의 시초라고 할 수있는 인물은 고인이 된 정주영 회장이다. 정 회장은 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 출마하며 고령이라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건강함을 강조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았다. 얼굴의 검버섯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며 화제를 모은 것. 이후 정치인들에게 외모가 보여주는 이미지 선거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특히 대선 후보들의 경우 외모관리는 더 각별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후보시절 “이마에 깊이 파인 주름을 없애기 위해 보톡스주사를 맞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추미애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 농담으로 “요즘 주름펴기 주사인 보톡스가 유행인데 맞을 의향이 없습니까”라는 물음에 “제가 숨겼다. 밝힐 게 있는데 이미 (주름펴기 주사를) 맞 아 왔다”고 실토한 것. 그러나 6개월 동안 맞아 보니 주름이 처져 눈이 감기는 현상이 나타나 멈췄고,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게 노 대통령의 당시 고백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역시 날카롭고 차가워 보인다는 인상을 부드럽게 보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디어시대 외모관리는 필수

정치권에 불고 있는 이미지 관리에 있어서 중진급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젊은 의원들 보다 외모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진급의 경우 ‘노병’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피부관리를 받거나 성형수술도 받기 위해 성형외과가 몰려있는 신사동을 찾는 정치인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이 받는 성형수술은 주로 눈 밑 지방 제거 수술과 얼굴의 검버섯 제거수술, 주름제거 수술이라는 게 피부클리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눈 밑의 지방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더욱 불거져 나오고 나이가 들어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적인 느낌을 줘 중진급 정치인들이 병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눈 밑 지방 제거 수술을 한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김원기 국회의장과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꼽을 수 있다. 김원기 의장의 경우 국민통합추진위 대표시절 눈 밑 지방제거 수술을 받았고, 김 의장에게 당시 수술을 권하고 병원을 소개한 사람은 김홍신 전의원으로 알려졌다. 한화갑 대표는 과거 민주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눈꺼풀의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얼굴이 대중적 이미지 제고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판단, 보다 젊고 깨끗한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수술을 받은 것. 29만원 밖에 없어 추징금 낼 돈이 없다던 전두환씨도 눈 밑 지방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버섯 제거도 정치인들이 많이 받는 수술로 최병렬, 박상천, 김용환, 김원길 전 의원 등이 이 수술을 받았다.

선거철에 정치인 성형 붐

정치권의 물갈이 바람,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정치인들의 이미지 변신은 더욱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엔 중진급 정치인뿐만 아니라, 신인급 정치인들도 외모관리를 위해 성형외과나 피부클리닉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절정을 이룬다. 정치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한 강남의 A클리닉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선거를 앞 둔 시점에서 많이 찾는다”며 “과거에 비해 젊은 정치인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진급의 경우 눈 밑 지방제거나 얼굴의 주름을 제거하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지만 젊은 정치인들은 얼굴의 흉터나 깨끗한 피부관리를 위해 찾아온다”고 전했다.

한편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선거에서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이 당락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정치인의 외모관리는 이제 필수다”며 “TV 토론 등 방송출연을 앞둘 때면 외모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 미디어가 선거의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면서 정치인들의 이같은 이미지 관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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