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10만명당 19명꼴로 자살, 이는 OECD회원국 중 4위에 해당될 정도로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세계적으로는 한 해에 45만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베트남 전쟁 7년 동안 베트남에서 죽은 미군병사 수보다 무려 10배가 넘는 수치다. 이것은 매년 소도시 하나가 파괴되는 것과 같고 우리나라에서 1년에 태어나는 인구와 같은 수치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층들이 자살사이트를 통해 집단 자살하는 등 청소년과 20대 젊은층의 자살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자살 신드롬에 의한 도미노 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자살의 원인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겜은 “자살에는 이기적 자살·애타적 자살·아노미적 자살의 세 가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적 자살은 개인과 사회의 결합력이 약할 때에 일어난다. 즉 사회 적응력이 약할 때 일어나는 자살이다. 애타적 자살은 그 반대로 과도한 집단화를 보일 경우, 즉 사회적 의무감이 지나치게 강할 때의 자살이다.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정세의 변화라든가 사회환경의 차이 또는 도덕적 통제의 결여에 의한 것이다.개인의 심경변화가 자살의 주된 원인이다. 어느 경우이든 자살의 원인은 자살기수자(자살한 사람)의 유서나 가족의 증언, 또는 미수자의 진술 등으로 파악하게 되는데 여러 조건이 서로 얽혀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신경쇠약·실연·병고·생활고·가정불화·장래에 대한 고민·사업실패·염세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염세·병고·신경쇠약·실연·가정불화가 두드러지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들의 자살 이유로는 신경쇠약과 병고가 가장 많았고, 여자는 가정불화와 실연이 많았다. 청소년들은 실연과 염세(비관적인 생각)가, 노인은 병고가 자살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됐다. 가정불화가 자살의 원인이 된 연령층은 20~30대였다.

대학생의 자살

미국의 경우 매년 1만명의 대학생이 자살을 기도하며, 대략 1,000명 정도가 자살에 이른다. 자살행위가 가장 많은 시기는 학기초와 학기말이다. 대학생의 자살은 과거 학교성적이 주된 이유였으나 최근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이성관계에 의한 경우가 많다. 특이하게도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자신의 학업 불안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성적으로 인한 자살의 실질적 원인은 학업에서의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자존심의 상실이나 주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는 스스로의 해석이라 볼 수 있다.

성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자살하는 대학생들의 대부분은 원만한 대인관계에 실패했거나, 대인관계를 맺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살을 계획한 대학생들은 감정과 행동상의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 생활 범위가 위축되고, 모든 일에 흥미가 감소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 자살방지센터 관계자는 “자살이 임박하면 이들은 특정인물들에게 자신의 자살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할 때는 유서나, 누군가에게 메모를 남긴다고 한다.

청소년 자살

자살신드롬의 영향은 청소년들에게도 심각하게 미친다. 10대 청소년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친구들과의 문제, 가정 불화, 성적비관, 주위의 압박에 따른 자신감 상실 등이다. 청소년자살은 성적비관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 특히 대입 시험을 전후해 많은 학생들이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 현황을 조사한 청소년보호위원회(1998-2002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사망이 사고로 인한 사망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성적을 비관한 청소년들의 자살이 급증하는 추세에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현대에는 청소년들에게 과거보다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균형적인 발달을 이루지 못한 10대들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작용, 충동적인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특히 가정환경은 청소년 자살에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정이 평화롭지 못하고 이혼을 한 가정의 청소년이거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일수록 자살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자살방지센터 관계자는 “부모가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우울증 등으로 인해 자살경력이 있는 가정의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4∼5배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고 밝혔다. 언론매체에서 자살에 대한 보도를 접하거나 주변의 아는 사람이나 친구의 자살사건 등도 청소년 자살의 한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들이 죽으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첫 번째 자살을 시도하고 실패한 청소년의 10%만이 1년 내에 자살을 재시도하고, 나머지 90%는 재시도를 하지 않는다. 죽음을 단지 고통을 회피하려는 한 방법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살을 시도하는 많은 청소년들은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 여러 가지 형태로 자살에 대해 주변사람에게 경고하거나 행동의 변화를 통해 자기에게 관심과 도움을 줄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자살을 시도하는 많은 청소년들은 정말 죽고 싶어서 죽으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 가족, 교사, 친구 등과 같은 주변사람들은 이들에 대해 보다 많은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면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전문가들은 또 가정의 유대가 밀접할수록 자살률은 낮아지며, 이에 덧붙여 종교적인 참여가 높을수록 자살률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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