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구하는 보람에 산다’여의도 한강 공원을 따라 원효대교 방향으로 가다 보면 다리 밑에 큼지막한 ‘119 수난구조대’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구조용 보트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어 언제든 출동준비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이곳은 한강변에서 발생하는 각종 수난사고에 대비해 생긴 영등포 소방서 소속 119 수난구조대다.

대부분 특수부대 하사관 이상 출신

한강변에 각종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97년 여의도, 98년 뚝섬에 119 수난구조대가 탄생했다. 고정호 대장은 “현재 영등포와 성동소방서 내에 119 수난구조대가 있다”며 “반포대교를 기준으로 잠실대교, 천호대교, 영동대교 등 상류 쪽은 성동 소방서가 관할하고 한강대교, 양화대교, 원효대교 등 하류 쪽은 영등포 소방서가 관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 수난구조대에는 총 18명의 대원이 있다. 대원들 대부분이 육군 특전사, 해군 UDT 등 특수부대 하사관 이상의 출신들이다. 고 대장은 “수중에서 구조활동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베테랑급 인력이 필요하다”며 “스킨스쿠버 자격증은 기본, 각종 위급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응급조치기술까지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라고 말했다.

업무는 말 그대로 인명구조다. 특히 최근엔 투신자살사건으로 인한 출동이 많다. 고 대장은 “IMF 여파로 98년 많은 사람들이 한강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잇달았지만 2000년들어 감소했다”며 “하지만 2002년 이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자살기도로 출동한 횟수는 349건에 달했다. 평균 하루에 한 번 꼴로 출동한 셈이다. 올해 역시 6월 9일 현재까지 집계된 119 수난구조대의 출동상황을 보면 전체 162건 중 자살기도로 인한 출동이 80건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박태영 전 전남도지사, 이준원 파주시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한강투신자살이 이어지면서 다른 어느 해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고 대장과 대원들의 고민은 고된 업무로 몸이 지쳐가는 것 보다 유명인사들의 자살로 인해 일반인들의 자살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제 며칠 전엔 하루 8번이나 출동했던 적도 있다.

어둡고 적막한 수중 공포심 들기도

구조대는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까지 5분내에 도착한다. 물 속의‘5분’이란 시간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무엇보다 신속하게 현장으로 나가는 게 급선무다. 대원들을 맥빠지게 하는 일도 많다. 고 대장은 “본부로부터 긴박한 연락을 받고 출동해 보면 종종 거짓신고로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정말 위급한 상황에 출동해야될 대원들을 힘 빠지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구조대가 힘들게 구조해 낸 일부 투신자살자들은 “왜 살려냈냐”며 도리어 대원들을 향해 거센 항의를 하는 일도 있다. 대원들의 소박한 소망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휴일과 상관없이 하루 24시간 근무 후 하루 쉬는 2교대 근무를 하다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 명절때도 이들은 오히려 경계근무를 서야한다. 그러나 대원들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오늘도 한강을 마주보며 생활하고 있다. <인>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