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입수] 한전산업개발 내부 보고서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한전산업개발㈜(이하 한전개발)횡령·배임 의혹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고발인은 횡령·배임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보여주는 한전개발 내부 문건 등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고발인 조사를 진행 중이며, 고발장 내용을 바탕으로 한전개발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고발인 조사 내용을 검토하고 보완조사를 한 뒤 조만간 관련자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요서울]은 981호 ‘검찰, 한전산업개발 횡령·배임 의혹 내사’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진정인이 ‘대한철광투자순위 조작 의혹’, ‘대한광물 입찰 비리 의혹’, ‘양양광업소 선광장 설계 및 설비제작에 대한 투자비 과다집행 의혹’ 등을 제기했다고 단독보도한 바 있다. 현재 검찰에 접수된 고발장에는 이 세가지 의혹과 함께 한전개발의 자회사인 한산산업개발(이하 한산개발)과 손자회사인 원일산업개발(이하 원일개발) 간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의혹도 담겨있다.

검찰이 한전개발의 자회사인 한산개발과 손자회사인 원일개발 관련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검찰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한산개발과 원일개발 간 부당거래로 인한 손실과 비자금 조성, 특혜 입찰, 부적절한 예산집행 등이다.

부당거래로 ‘손실’

계속해서 불거지는 의혹에 대해 한전개발 측은 “정석대로 일처리가 된 만큼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에서 제기된 의혹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관련 자료들을 제시해 조목조목 반박 또는 해명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서울]이 입수한 한전개발 내부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 이미 일목요연하게 언급돼 있었다. 특히 전·현직 대표나 임원의 비자금 조성된 것으로 드러나 있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만난 한전산업의 한 내부 인사는 “이미 회사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미온적으로 처리했다”며 “허술한 회계처리 등으로 인해 회사가 입게 될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전개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산개발과 원일개발은 한전개발의 자회사와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내부 거래가 불가능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일개발이 채석한 골재 원석 및 제품을 바로 판매하는 것이 가장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2010년부터 3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원일개발이 채취한 골재 원석과 제품을 매매 시세 단가 이하로 한산개발이 사들이게 했다. 이로인해 2010년 3월부터 불필요한 추가운송비용이 발생했다.

담당직원도 2010년 5월 20일 제품 구매에 따른 문제점을 보고하고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또 당시 한산개발 신규사업처 및 감사실에서도 수차례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한산개발은 강행해 총 9억8000여만 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원석을 운반하는 S업체의 경우 두 회사로부터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받으면서 전체 운송량의 약 73%를 담당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일개발에서는 임의로 판매단가를 인상해 타업체 진입을 어렵게 했고, 출고가 안돼 쌓이는 재고를 S업체에 낮은 단가로 대량 판매했다. 한산개발에서는 타업체 출입을 의도적으로 차단해, S업체에 낮은 단가로 공급했다. 또 원일개발에서 한산개발로 원석을 가져오면 손해가 발생함에도 한산개발 가동률을 핑계로 막대한 운송비를 지불하는 등 원선 운반 특혜를 줬다.

이에 대해 한전개발 측은 “인수목적에 맞게 원일개발의 원석을 골재파쇄업을 전담으로 하는 한산개발에 원칙에 따라 공급 한 것”이라며 “회사 운영 효율성을 고려한 것으로 한산개발 대표 이사의 경영적 판단에 의해 정상적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자금 조성 의혹

이 뿐 아니다. 보고서에는 비자금 조성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무자료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보고서는 “제품 출하현장에서 현금을 수령하고 판매관련 증빙자료를 없애는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조성해 부정적하게 관리하고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비자금 조성방법은 이렇다. 한산개발의 경우 무자료 골재구입을 원하는 업체가 방문 시 A직원이 직접 현금을 받고 골재를 판매했다. 원일개발의 경우 출하관리원이 전표와 수령해 한산개발 B직원에게 전달하거나 A직원이 전표를 폐기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밖에도 차량 수리 후 발생한 고철을 판매해 생긴 대금을 수령하기도 했다.

이 돈은 업무 관련 민원발생 비용이나 유관기관 접대비용으로 집행됐다. 보고서는 “현금매출분에 대한 부적정한 자금 조성은 산업 특성상 회계처리가 곤란한 비용(Black Money)이 발생해 불가피했다고 해당 담당자가 진술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업무외적으로 사용한 내역(직원 회식비 집행, 차량보조금 및 기타 벌금납부 등)이 50% 이상이다. 따라서 업무상 불가피하게 필요해 집행했다는 진술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9년 8월 한전개발 감사실의 회계장부 열람 결과 조치사항 중 하나로 제품 반출입의 통제를 위해 2010년 10월 CCTV가 설치됐다. 총 380만 원을 투자해 한산개발에 2대, 원일개발에 3대의 CCTV 설치됐으나 녹화물을 별도 저장하거나 점검한 사실이 없었다. 이를 근거로 보고서는 불법 조성 자금이 추가로 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CCTV의 기능을 무력화시킨 점으로 보아 이는 사업상 로비자금이 필요하다는 미명 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실제 현금 거래 규모는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자체 감사에서 형사고발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야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내부적으로 묵살됐다. 회사는 관련자에 대한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김영한 대표 역시 이같은 사실을 보고 받아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 중 일부가 김 대표에게 전달된 사실이 밝혀지자 이를 변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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