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상당수 카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를 통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중교통보다는 좀 더 편하게, 하지만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출퇴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당, 일산, 시흥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이러한 카풀제도는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제도인 카풀이 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성간의 카풀이 이뤄질 경우에는 곧 ‘불륜의 싹’이 되기도 하는 것. 최근 모 성인사이트 한 게시판에는 아내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현재 남편이 직장 부하 여직원과 카풀을 하고 있는데,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녀의 글 중 일부이다. ‘아직까지 특별한 물증은 없어요. 근데 아침에 출근하려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고, 퇴근하고서도 일찍 일찍 들어오는데 그 여직원 때문에 따로 약속도 안잡는 거 같더라구요. 같은 여자 입장에서는 괜히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질투도 납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시절에 기름 값이나마 아껴보려고 카풀을 한다는데, 무작정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자가 운전을 하는 남성들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분당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한 직장인의 말을 들어보자. “솔직히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이 카풀하는 사람이 여성이면 좋고, 거기에 미모까지 갖췄다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상쾌한 아침에 예쁜 여성과 마치 드라이브하듯 출근을 한다면 하루의 일이 잘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그러나 문제는 수개월 동안 같이 카풀을 하게 되면 점점 정이 생긴다는 것. 매일 아침과 저녁에 하루의 일과에 대해서 묻기도 하고 소소한 일상사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인간적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직장인 K씨는 “카풀하는 사람들하고는 안친해질래야 안친해질 수가 없다”며 “매일 보는 사람과 아무 말도 없이 1시간 이상 같은 차안에서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또 K씨는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머릿결로 차에 올라타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동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애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법(?)’의 하나로 카풀을 권장하기도 한다.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P씨의 이야기다. “우리 회사에는 카풀 열풍이 불고 있다. 모시고 있는 부장님이 카풀로 20대 후반의 여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번지고 난 후부터다. 생각해보면 여자에게 제일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니냐.”물론 각종 카풀 사이트를 이용해 신청을 하면 남녀 구분 없이 ‘함께 타자’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일부 운전자는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철저하게 따진 후 함께 카풀을 한다고.

한걸음 더 나아가 소위 ‘폭탄’이 카풀 파트너가 되었을 때는 몇 가지 방법으로 카풀을 그만두게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장기간 지방 출장을 가게 됐다. 다녀온 뒤 연락하겠다’고 말한 뒤 연락을 끊는 수법. 또 ‘회사를 옮기게 됐다’, ‘회사 동료가 함께 하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타기가 힘들다’ 는 것등이 카풀을 끊는 방법이라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격적인 ‘여행카풀’을 제안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확대되면서 ‘함께 떠납시다’, ‘여행지까지 다이렉트 카풀’을 제안하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는 것. 사실 이런 유의 글들은 말은 ‘카풀’이지만 실제로는 즉석미팅을 통한 ‘엔조이 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차가 최고급이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면서 여성들 유혹하고 있다. ‘최고급 승용차로 특급 대우해드림’, 혹은 ‘최신형 BMW’ 등의 문구로 상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칫 하다가는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카풀을 하자며 여성에게 접근, 흉기로 위협해 돈을 뺏는 사건이 포항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카풀이 계기가 된 성폭행이나 성추행 사건 등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나 추석 귀향길 등에서 이러한 카풀을 이용한 은밀한 제안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 2월의 명절 귀향길에도 각종 카풀 게시판에는 ‘성행위’를 은밀하게 암시하는 듯한 글들이 속속 올라왔었다. ‘기혼자임, 함께 지방으로 내려갈 분 구함. 모든 비용은 본인이 부담’, ‘어차피 막히는 길, 1박2일로 천천히 느긋하게 내려갑시다’, ‘몸매 되는 분은 특별히 대우’ 등 카풀 이외의 다른 목적을 다분히 암시하는 글들이 많았었다.한편 카풀은 그 자체로 충분히 권장되어야 하는 제도인 만큼, 여성들 스스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사소한 성희롱과 성추행이 일어나더라도 딱히 증거가 없고, 매우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성추행사실을 증명하기도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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