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됐던 재미동포 김종훈 씨가 “국가 운명과 국민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제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며 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에 조국에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 전 내정자는 잘 알려진 대로 15세 때 이민간 뒤 미국에서 IT벤처 성공신화를 쌓은 인물이다. 전화기와 트랜지스터를 개발하고 특허 3만3000여 개와 노벨상 수상자 13명을 배출한 벨연구소에 영입돼 좌초위기에 놓인 회사를 회생케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김 후보자를 새 정부의 상징이자 미래 성장동력을 일굴 책임자로 영입했으나 꿈은 깨졌다.
박 대통령 말대로 대한민국에 필요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모셔 오려 했는데 현실 정치의 장벽에 시작도 못해 본 채 꺾여버리고 말았다.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정치 이기주의가 새정부 탄생에 따른 국민 희망 첫 항목을 산산조각 내버린 것이다. 재산 10억 달러를 가진 김종훈 씨가 미국시민권까지 포기하며 뭘 더 바랄 사심이 있었겠는가,
조국에 봉사하겠다는 사람한테 국적 시비에 CIA 전력을 들이밀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급기야는 국내 부동산 투기의혹에 임대 놓은 건물의 업태 문제까지 몰아붙인 야당국회의원들의 솔직한 마음이 지금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김 전 후보자가 청문회 벽을 넘을 자신 없어 지례 겁먹고 떠났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물론 김종훈 씨가 장관 후보자로서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점은 있지만, 진작에 여야가 정부조직법을 합의처리 했으면 그가 그만둘 명분이 없었다. 김 후보자가 중도 하차하면서 미래부를 경제회복의 핵심부처로 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은 크게 상처가 났다. 박 대통령은 미국 벤처 성공신화의 주인공인 그를 통해 정체상태인 우리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약시키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키 위해 직접 삼고초려에 나섰었다고 했다.
김종훈 씨가 성장한 미국은 대통령이 바뀌면 의회 청문회를 거쳐 행정부 진용을 갖추는데 다섯 달 이상 걸린다. 미국이야말로 정치권 난맥 탓에 사상 초유의 예산자동삭감 사태를 빚기도 한 나라다. 이렇게 보면 그가 한국인으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한국과 미국의 문화차이를 이해하는데 인색하고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으나, 분명한건 우리는 넓은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해외인재를 끌어안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 한국정치로 해서 김종훈 씨가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 새로 쓸 새 성공신화의 희망을 잃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해외에서 조국을 생각하며 밤낮없이 땀 흘려 공부하고 기술을 연마하는 제2, 제3의 김종훈이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가 걱정스럽다. 처음 중국의 인공위성도 중국인 미국시민권자의 성공작이었다. 해외인재를 끌어안지 못하는 대한민국에는 미래가 없어 보인다.
우리 정치권 입만 열면 외쳐댄 말이 ‘글로벌’이었고 ‘희망 있는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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