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대로 연금 올려달라” 노인들 뿔났다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우리나라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다. 국민연금이 노인 빈곤해소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장기 재정불안정의 문제를 안게 되었고, 기초노령연금은 액수가 너무 낮아 어르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연금 도입 즉시 만 65세 이상의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 수준(약 20만 원)의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그야말로 ‘공약(空約)’이라며 60대 이상 노인들이 들고 일어날 태세다. ‘뜨거운 감자’노인복지 정책에 대해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요서울]이 밀착취재했다.

노후 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 위해 도입

기초연금은 젊었을 때 충분히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어 국민연금을 탈 수 없는 저소득층, 비정규직, 여성들에게 중요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노후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기초노령연금의 대상자는 만 65세 이상 소득·재산 수준이 적정 선정기준액 이하인 노인으로, 연금액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최근 3년 간 월 평균 소득액의 5% 수준이다(2013년 3월까지 월 최고 단독가구 9만4600원, 부부가구 15만1400원).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기초노령연금'을 들고 선거 유세를 했고, 어르신들과 노인회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아 당선 가능한 표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 새누리당에서 ‘기초노령연금' 인상은 없었던 말이고, 시기 또한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갈등의 시발점은 대선과정에서 ‘기초연금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의 두배를 지급하겠다'고 한 공약이다. 기존 소득 하위계층 70%에게 배분한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지금의 두배로 늘려 줄 것인지, 부족한 기초연금 재원을 현재 국민연금에서 일부 충당할 것인지 등을 두고 논쟁인 것이다.
공약을 뒤집은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재원 때문. 증세 없이 노령연금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연금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것. 가입자의 ‘사유재산'의 성격이 강한 국민연금과 ‘공적부조'로 복지에 가까운 둘의 성격 차이 때문에 젊은 세대의 반발이 강하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이와 관련 [일요서울]은 동대문역 인근 창이경로당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김봉순씨(70)는 왼쪽 팔을 다쳐 깁스를 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노인복지 정책에 대해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 다소 격앙돼 “대통령이 대선에서 표를 받기 위해 그런 공약 내놓고는 당선되니까 실천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공약대로 연금을 올려달라고 전해 달라"고 기자에게 대신 부탁을 해왔다.

기초연금 9만4000원 공과금 ‘빠듯’

옆에서 줄곧 말없이 듣고 있던 박정숙씨(80)는 “옆에 동생도 다쳤지만 우리는 나이가 들어 안 아픈 곳이 없다. 병원 갈 일이 많은데 치료비용이 부담 되서 병원 가기가 겁난다"며 “지금 받고 있는 연금도 감사하지만 노인들을 위한 의료 혜택을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창신 2동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김인숙씨(87)는 “기초연금 9만4600원으로 한 달 공과금 내기도 빠듯해. 가스비가 아까워서 추워도 보일러를 못 떼는데…"라며 “아침은 거르는 날이 많고, 복지관에서 주는 점심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나면 파지를 주우러 다녀. 며칠 동안 주워도 1500원 정도 겨우 받는데 연금을 올려주면 걱정 없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종로 3가역에서 만난 황학동 주민 이영근씨(65)는 내년부터 기초노령연금 대상자. 그는 “박 대통령의 복지 정책 중에 서민의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이 뭐가 있어. 지금 항암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다니는데, 한번 치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18만 원씩을 내야 돼”라며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한 의료 복지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 정부 ‘맞춤형 노인정책’시급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의견과 박 대통령의 복지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가진 연금 대상자들도 있었다. 명일동에 거주하는 강모씨(68)는 “현재의 복지 정책에 만족하는 편이지만,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매달 연금을 받아오던 친구가 얼마 전 인근에 아파트를 소유하게 되었는데, 기초연금 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라며 소득에 따른 차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금천구 주민 김상금씨(68)는 “박 대통령의 복지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의 세금으로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혜택을 받고 있으니 충분하다. 모두를 금액적인 부분에서 만족시킬 수는 없다. 더 바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중곡 1동 주민 한당직씨(82)는 “연금액이 개인에 따라 부족할 수 있지만 공약과는 무관하게 형편이 되는대로 나라를 운영해야지”라며 박 대통령의 노인복지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래도 공약했던 정책들은 다 지키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약 뒤집기’라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기초노령연금제도에 대한 노인층의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의 25.4% (2012년 기준)이고 60대 이상의 독거노인의 빈곤율은 76.6%로 OECD 국가 평균(30.7%)의 2배가 넘는다. 현재 시행 중인 기초노령연금제도 뿐 아니라 일부 취약계층을 위한 ‘수박 겉핥기식’ 제도가 아닌 노인들의 자존심까지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시급하다.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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