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신한은행 비자금 문제 검찰 이어 금감원도 칼 빼

[일요서울|오병호 프리랜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금융권에 신한은행과 관련된 여러 추측과 소문이 돌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 “신한은행을 사정기관이 본격적으로 손 볼 것”이라는 말이 확산되고 있다. 그 단초는 최근 제기된 고발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는 최근 “빌려준 변호사 비용을 돌려달라”며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75)을 상대로 3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재일교포 주주이자 일본투자협회 회장인 양용웅(65)씨가 “빌려준 변호사 비용을 갚지 않았다”며 라 전 회장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정권에서 신한은행과 관련해 불거졌던 여러 의혹들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B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신한은행을 통해 정치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함께 해외로 신한은행이 알 수 없는 자금을 빼돌렸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지 정관계는 주목하고 있다.

▲ <정대웅 기자>photo@ilyosoeul.co.kr

 

“신한은행 차명계좌 꼬리 잡았다” 소문에 금융권 긴장
해외 비밀계좌+차명계좌 수면위 실세 비밀자금 드러날까

 

양씨는 “2008년 12월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라 전 회장 사이의 차명거래 단서를 포착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며 “당시 신한은행 비서실장이 요청해 변호사비 3억 원을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 전 회장은 2009년 ‘신세 많이 졌다. 고맙다’는 인사만 했을 뿐 지금까지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5일 신한사태 재판과정에 확인된 이른바 ‘남산 3억’과 관련, 라 전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언론보도와 신한사태 1심 판결문을 보면 신한사태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남산 3억 원’은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이며, 그 최종 행선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당시 검찰수사는 너무나 미흡했다”며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신한사태에 대한 1심 심리 과정 및 그 판결문에 따르면, 이른바 ‘남산 3억’은 <‘지시자’ 라응찬 - ‘보고받은 자’ 신상훈 - ‘배달자’ 이백순>의 공모로 <‘최종 행선지’ 이상득>에 전달된 불법 정치자금인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검찰은 라 전 회장과 이 전 의원을 업무상 횡령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즉시 기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 당시 이 전 사장이 2008년 2월 중순 남산자유센터 정문 주차장 입구에서 성명불상자를 만나 3억 원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돈을 받은 사람의 신원을 밝혀내진 못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달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010년 검찰수사 당시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 3억 원이 이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법정 증언에 관해서는 사실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일단 검찰은 경제개혁연대가 이 전 의원과 라 전 회장을 고발한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김한수)에 배당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남산 3억원’ 실체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이들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에 냈다.
고발장에는 라 전 회장이 1998년부터 2008년까지 23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하면서 자사주를 매입하고 세 아들에게 수십억 원을 증여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신한은행 판도라상자 되나

신한은행과 관련해 검찰 뿐 아니라 금감원에서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금융투자검사국에서 신한은행 관련 라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또는 정치자금 관리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금융투자검사국의 역할이다.
금융투자검사국의 역할은 말 그대로 금융투자에 대한 모든 것을 감독한다. 이곳에서 신한은행에 대한 조사를 한다는 것은 신한은행 자금의 국내외 투자에 대한 모든 것을 살핀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은행에 대한 관리감독 역할은 은행검사국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투자국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은 내부 자금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말하자면 내부 자금 중 일부분이 부당하게 투자금으로 쓰였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금융권 일부에서는 “신한은행과 연결된 MB정권 실세들의 자금을 추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사건이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더구나 ‘남산 3억 원’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신한은행의 금감원 검찰 조사가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그 칼끝이 결국 이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무엇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에 전력을 집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중수부가 사실상 해체 되면서 특수부의 기능과 위상 강화를 위한 활동을 보여야하는 시기여서 더욱 그렇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검찰의 신한은행 수사 배당을 봐도 검찰의 의지가 드러난다.
금융조세조사3부는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전 사장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한 이후, 라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 사이에 얽힌 고소 고발 사건을 다뤘던 곳이다. 2010년 12월 29일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라 전 회장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 2년 만에 같은 부서가 ‘신한 사태’ 재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어차피 또 똑같은 결과를 내놓는 것 아니냐”고 전망하지만 또 다른 한 쪽에서는 “검찰이 더 꼼꼼히 수사하기 위해 같은 곳에 배당한 것”이라는 말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권이 바뀐 이상 같은 수사내용을 반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예사롭지 않은 조짐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심상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사건의 피고발자가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인 것 뿐만 아니라 정권 교체기임과 동시에 검찰수뇌부 교체 기간에 배당됐기 때문이다.
‘신한 사태’는 2010년 친박계인 주성영 전 의원의 ‘폭로’에서 비롯됐다. 라 전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국회 법사위 등에서 집요하게 문제 삼은 게 큰 파장으로 번졌다.
주 전 의원이 신한은행을 주목한 이유는 라 전 회장의 이름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비자금 문제로 거론된데 이어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연임하는 것이 석연치 않아서다.
라 전 회장은 TK 인사로,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들이 ‘멤버’였던 ‘상촌회(상주촌놈회)’ 회장이기도 했다. 이 전 의원,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친분이 돈독하기로도 유명해 의혹을 키웠다. 이 때문에 라 전 회장은 MB정부 핵심 실세들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 의혹은 검찰 수사에서 더 구체화 됐다. ‘신한 사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상훈 전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 모 씨가 “2008년 2월 이백순 행장이 라응찬 회장 지시라며 외부인사에게 전달할 현금 3억 원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 행장 지시대로 현금을 마련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 행장 차의 트렁크에 실었다”고 진술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기대를 꺾어 버렸다. 검찰은 현금을 담은 가방의 구매 영수증까지 확보해놓고 ‘현금 3억 원의 종착지’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결국 라 전 회장은 그해 12월 이 전 행장과 신 전 사장이 기소될 때, 유일하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라 전 회장과 관련된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이 전 행장의 비서실 직원 송모씨는 지난해 7월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전달한 3억 원이 이상득 의원 측에 전달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폭로하면서 “돈을 전달한 때가 이 대통령 취임식 직전이어서 당선 축하금으로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 폭로가 나왔을 당시에는 이미 이 전 의원이 구속된 상태였기 때문에 큰 파장은 일지 않았다. 검찰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검찰이 용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자 부실 수사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 전 의원의 이름이 진술에서 언급됐음에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이란 비판이 많았다. 심지어 3억 원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라 전 회장에 대한 소환도 하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이와 관련, “신한사태는 그룹 내부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 심지어 사정 당국 등을 포함한 권력형 비리 문제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며 “남산 3억 원의 배후가 이 전 의원이라면, 이는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과연 신 전 사장의 수사 과정에서 라 전 회장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던 검찰이 과연 이번에는 수사를 제대로 진행할지 여부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신한은행 조사는 검찰이 쉽게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 전 사장이 신한은행 조사 촉구 분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어서다. 신 전 사장은 최근 ‘라응찬-이상득’ 커넥션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라응찬-이상득 커넥션 의혹

신 전 사장은 신한 사태의 본질과 관련해 “(신한은행) 내부 알력다툼이 아니라, 라 전 회장이 조직 사유화를 위해 벌인 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한 뒤 ‘남산 3억 원 의혹’에 대해 “정권 실세에게 전달된 돈은 있는데 정작 간 곳은 수사기관이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른바 ‘남산 3억 원’을 비롯해 라 전 회장과 MB정부 실세 간의 유착관계를 반드시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장은 “이백순 당시 지주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함구령을 내리고 3억 원을 조성해 이 전 의원에게 전달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했다. 내 계좌를 이용했지만 당시 내 계좌는 돈을 조성한 박 모 비서실장이 관리해 전혀 몰랐다. 한달 후쯤 박 실장으로부터 이런 보고를 받았지만 더 묻지도, 알려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이 돈을 횡령한 것처럼 꾸며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수백억 원대 비자금이 추가로 밝혀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감독원이 당시 검사자료를 재검토하고 나섰다.
1월 24일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라 회장의 차명계좌 비자금이 추가로 발견됐다는 제보에 따라 당시 검사자료를 재검토하고, 신한은행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 전 회장은 1998년부터 23개의 은행·증권 차명계좌를 통해 2008년까지 누적으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세 아들에게 총 46억 원을 증여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2010년 9월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를 검사하면서 6명 명의의 254개 차명계좌를 적발하고, 관련자 25명에 대해 3개월의 업무정지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차명계좌 개설일이 금융실명제법 이전이거나, 개설 후 5년이 지난 계좌 등에 대해서는 차명계좌 입증이 어려워 제재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만큼 내부문건을 확인하고, 당시 검사자료와 검사담당자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응찬 전 회장의 비자금 사건은 2009년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벌이던 중 2007년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전달된 50억 원이 발단이 됐다.
당시 국세청은 2008년 11월 신한금융지주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를 확인해 검찰에 통보했다. 하지만 검찰은 라 전 회장에 대해 금융실명법 위반만 문제 삼아 불기소 처분결정을 내렸다.
2010년 3월 라 전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치권에서 비자금 관련 의혹제기가 계속됐고, 이에 따라 금감원은 라 전 회장에 대한 금융실명법 위반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던 중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간 경영권 다툼인 일명 ‘신한사태’가 발생했고, 라 전 회장이 사퇴하게 됐다.
<오병호 프리랜서>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