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불러내서 관계를 가져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한다.’자신의 부인을 병원장과 성관계를 맺도록 한 뒤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거액의 금품을 뜯어낸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황당한 부부공갈단 사건의 전모를 파헤쳤다전남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지난 5일 부인과 성관계를 맺은 병원장을 협박해 1억 5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강성식(가명·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강씨의 부인 박희순(가명·39)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경찰에 따르면, 평소 남편 강씨의 잦은 폭력으로 부부관계가 좋지 않았던 이들 부부가 서로 힘을 합해 범행을 저지른 데는 서로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남편 강씨는 은행 대출 빚을 갚기 위해서였고, 부인 박씨는 남편 강씨와 이혼하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두 사람의 합의는 사건 발생 2일 전에 이뤄졌다. 부인 박씨가 구랍 28일 강씨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이혼하려는 마음을 굳히고 집을 가출해 서울에 있는 오빠 집으로 가버렸다. 그러자 강씨는 아내를 찾아 서울로 향했다. 하지만, 강씨는 부인과의 화해보다 마음속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강씨는 부인을 보자 “내가 이미 흥신소 애들을 시켜서 너의 뒷조사를 다해 보았다”며 박씨가 6개월 정도 간호조무사로 일했던 병원장의 이야기를 꺼냈다. 강씨는 “병원장과의 관계가 부적절한 관계였다”며 부인을 몰아세우고 한참을 추궁했다. 그런 다음 강씨는 박씨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병원장을 불러내 성관계를 갖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며 “네가 나를 도와주면 이혼에 합의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박씨는 고민 끝에 남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두 사람은 29일 장흥으로 내려갔고 다음날 구체적인 범행계획을 짠 뒤 행동에 옮겼다. 이들 부부는 여관으로 병원장 K씨를 유인하는 데 성공하자 남편 강씨는 약속장소로 향하던 부인 박씨에게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샤워를 하고 난 뒤 욕실 문을 닫으면서 여관 방문을 열어두라”고 미리 일러두었다. 강씨는 또 부인에게 “성관계가 끝나면 ‘아이∼ 살겠다’라는 신음소리를 내라”고 주문했다. 현장을 급습해 성 관계를 가졌다는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밤 10시경 여관에서 부인 박씨는 사전 약속대로 여관 방문을 열어놓았고 K 원장과의 성관계가 끝날 무렵 ‘아이∼ 살겠다’라는 말로 남편에게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들은 강씨는 즉각 방문을 열었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자신이 계획했던 그대로였다. 마음 속에서는 쾌재를 불렀지만, 마치 불륜현장을 잡은 것처럼 연기를 했다. 강씨는 당황한 K 원장에게 화를 내면서 불륜의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부인의 자궁에서 정액까지 채취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확실한 불륜의 흔적을 확보하자 강씨는 부인 박씨를 일단 방에서 쫓아냈다. 그리고 K 원장에게 “너 같은 놈은 즉각 고소해서 의사자격증을 박탈해야한다”,“땅에 파 묻어버리겠다”,“불륜사실을 가족들에게 폭로하겠다”는 둥 심한 욕설과 함께 협박했다.

이에 당황한 K 원장이 “한 번만 봐 달라”고 하자 강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강씨가 요구한 금액은 2억. 그러나 K 원장이 “돈이 없다”며 “1억에 합의보자”고 요구했고, 결국 두 사람은 다음날 K 원장이 1억5천만원을 통장에 입금해 주는 것으로 절충했다. 모든 것이 강씨의 계획대로 잘 풀려나가는 듯했다. 돈을 입금받기로 한 31일, 아침 일찍부터 통장을 확인한 강씨는 돈이 들어있질 않자 K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돈이 왜 안 들어왔느냐”고 화를 냈다. 그리고 1월 1일이 휴일인 점에 착안, “아직 돈을 모두 마련하지 못했다”는 K원장에게 “돈을 수표로 붙이지 말고 모두 현금으로 바꿔서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수표입금일 경우 휴일인 다음날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K 원장은 강씨의 협박에 못이겨 다음날 현금으로 1억5천만원을 송금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K 원장은 뭔가 수상했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실은 박씨가 병원에서 일할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남편이 어떻게 여관방 호수를 알고 들어왔는지 의문이었다. K 원장은 남편 강씨가 부인 박씨의 도움없이 이같은 짓을 꾸밀 수 없다는 생각을 굳히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은행대출 빚을 갚을 길이 없자 부인 박씨를 이용해 병원의 원장을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남편 강씨는 경찰에서 “부인과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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