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조아라 기자경칩이 지나 춘분이 코앞이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완연한 3월 중순. 겨울동안 잃어버린 입맛을 일순에 살려놓을 미식거리를 찾는다면 이건 어떨까. 

국민 밥도둑 간장게장이다. 
 
잘 익은 게딱지를 갈라 마주한 노란 게장. 그 속에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을 넣어 비벼 먹는다면 밥 한 공기는 기본, 두 공기는 필수, 세 공기는 선택이다.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군침이 돈다면 간장게장으로 37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미 간장게장’(사장 한춘상 02-2242-4338)으로 향해 보자.
 
간장게장은 맛내기 어려운 음식 중 하나다. 간이 맞지 않거나 비린내가 나기 쉬워서다. 하지만 이 집 간장게장은 짜지도, 싱겁지도, 비리지도 않아 유명하다. 하루에 판매되는 간장게장만 1000마리가 넘는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맛에 매혹됐는지 알 수 있다. 
 
국내는 물론 외국인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방문 고객의 절반이 일본인일 정도로 잘 알려진 유명세 덕에 2011년부터는 수출도 시작했다.
 
맛의 비결은 뭘까. 바로 그의 어머니, 형 한춘상, 그리고 한춘상의 동생인 한희상의 맛으로 이어지는 집안 대대로의 비법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는 한희상 씨가 그 맛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꽃게로 유명한 충남 대천 토박이 형제의 입맛과 국내산 원료만을 사용하는 고집이 더해져 담백한 맛을 완성했다. 거기다 20여가지의 한약재를 첨가해 만든 한방 웰빙 간장게장은 이미 상표등록을 마쳤다. 
 
특허로 등록된 이 집만의 별미 ‘게알밥’도 있다. 계란 노른자와 참기름, 고두밥 위에 알이 꽉 찬 간장게장 쭉 짜 비벼 만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짜지 않은 꼴뚜기 젓갈을 곁들이는 것이 포인트다. 
 
꽃게양념범벅도 빼놓을 수 없다. 꽃게와 콩나물, 미더덕이 맛깔나게 버물려 맛을 낸다. 뻘건 모양새가 먹음직스럽지만 맵지 않아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좋다. 범벅을 다 먹고 남은 양념은 밥과 함께 볶아 볶음밥으로 먹을 수도 있다. 
 
‘일미’라는 이름은 지역 색을 배재해 편견 없이 맛으로만 승부하고자 지어진 이름이다. 그 앞에 2대 한춘상 사장의 이름을 붙여 신뢰도를 높였다. 37년간 쌓은 간장게장 맛으로 장한평 뒷골목 포장마차를 특1급 호텔 납품업체로까지 성장시켰다. 장한평 골목도 간장게장 메카로 탈바꿈시켰다.
 
한희상 사장은 “현재 확보한 일본인 고객을 바탕으로 일본과 중국 현지 진출도 준비 중이다”며 “앞으로 간장게장의 선두주자로 대한민국의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맛’ 하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장래엔 독거노인을 위한 실버타운 설립 등을 통해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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