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대운 대기자] 사과의 사전적 해석은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빎’으로 풀이하고 있다.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 기간 중 국민들은 대상자들로부터 참으로 많은 사과를 들어야 했다. 국민들은 ‘과연 이런 사람들이 국정 수행의 정점에서 대한민국이란 배를 운영해 나가는 국민의 리더로서 자격이 있을 까? 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들 대상자들의 면목과 발언을 보면 마치 자신들은 시대적 발전상의 그늘에 속한 지극히 통과의례의 수단쯤으로 여기는 것 같아 국민들의 공분마저 사고 있다.

집권여당은 내부 반발도 일부 있지만 이들의 잘못을 감싸기에 급급한 실정이다.국민들의 마음을 몰라도 한 참 모른다는 생각이다.

청문회를 둔 제도 자체가 당사자들에 대한 높은 도덕적 기준과 검증이 우선이고 업무 수행 능력 등은 차선의 방책인 점을 간과하고 있다.마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잘못에 대한 진솔 된 사과가 얼마나 희극적인가 우화를 들어 본다.

유명한 희극배우인 베크만이 어느 날 연극평론가를 모욕했다.

그는 그 모욕으로 인해 관련 당사자인 평론가의 집에 가서 증인 입회하에 사과하도록 법원의 선고를 받았다.

결정된 시간에 그 평론가는 증인들에 들러싸여 베크만을 기다렸다.

기다릴 사이도 없이 벨이 울렸다. 베크만이 반쯤 열린 문틈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상인 슐체씨의 집이 여깁니까?’하고 물었다. 평론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니요, 여기가 아닙니다’ 그러자 베크만은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정중히 사과한 뒤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사과를 하는 사람이 사과를 받는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가 진솔 된 모습이 아니었음에도 베크만 자신은 과정은 생략한 채 평론가의 집에 가서 증인들이 보는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왔다는 궤변을 주장했다.

마음에도 없는 사과의 우화다.

이와 같이 공직 후보자들도 본마음은 없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청문회자리에서 줄곧 국민들은 대상으로 죄송과 사과로 그 시간만 모면하려는 베크만과 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하는 물음을 던져보고 싶다.

이에 반해 잘못된 점에 대해 추상과 같은 단죄를 한 사례도 있다.

북송(北宋)때 장괴애라는 사람이 있었다. 숭양현령(崇陽縣令)의 공직에 있던 그가 어느 날 관아를 돌아보다가 말단 관원 한명이 창고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장괴애는 자신을 보고 흠칫 놀라는 모습을 한 관원의 거동이 수상해 그를 붙잡아 살펴보니 역시 상투 두건 속에서 옆 전 한 잎이 나왔다.

장괴애가 그를 엄히 취조하자 말단 관원은 “창고에서 훔쳤다”고 자백했다.

장괴애는 즉시 붓을 들어 판결문을 써내려갔다.

그 내용 중에 ‘하루 한 잎이 천일이면 천 잎이 되고, 먹줄에 쓸려서 나무가 잘라지며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서 돌이 뚫리는 것이다(水滴穿石)’ 라며 사형을 선고했다.

옆 전 한 잎 훔친 죄로 극형인 사형을 당하는 입장의 관원에겐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겠지만 작은 구멍하나로 큰 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적 측면에서 본다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나라 일을 보겠다는 공복에 있어서는 더욱 철저하게 그 기강을 살펴야 한다는 장괴애의 공무적 태도를 본받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국가의 장래와 대사를 이끌어 가는 장(長)의 입장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성을 스스로 검증한 뒤 임명권자로부터 요청을 받더라도 ‘나는 아니 되옵니다’라며 스스로 사양하는 최소한의 미덕은 가져야 되는 것 아닌가?

정부는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정부의 장관 후보자 중 국무총리후보 내정자의 사퇴로 홍역을 치른바 있고, 미창부 장관 후보 내정자의 후보직 사퇴,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중소기업의 발전과 추진동력에 힘을 실어져야 할 중기청장 내정자의 후보직 사퇴, 그리고 국회인사 청문회에서 의견 불채택에 따른 사퇴 압박으로 중도하차 할 지 모르는 후보자 군.
 
해당자에 대한 인사 검증 잘못인지 아니면 본인의 자격검증 미흡인지 국민들은 알수록 양파껍질 처럼 불거져 나오는 각종 의혹으로 피곤함만 가중된다.

다만 정부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 시국에 국민들이 정부 출범 자체를 걱정케 하는 우를 범하게 해서는 안된다.

공직후보자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도덕적 치명타를 입은 채 자리에 오르지도 못하는 후진국의 모습과 설사 오른다 해도 도덕적 결함을 가지고 어떻게 령을 세울 수 있을 까 걱정하는 국민들의 수심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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