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병사들의 민간인 폭행사건과 도심 난동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기물을 파괴하는 행패에 경찰관까지 폭행하는 무법천지가 미군주둔지역 일대에서 빚어졌다. 한·미 관계당국은 녹음테이프 틀듯이 재발방지를 약속하나, 어느 쪽도 제대로 단도리를 할 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군 범죄의 1차적인 책임은 적절한 병사통제 시스템과 범죄 예방대책을 갖추지 못한 주한미군 당국에 있지만, 북한의 전쟁 위협으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반미감정이 고조되는 현실이 더 큰 걱정이다. 미8군 측은 번번이 재발방지를 다짐만할 뿐 사후처리 과정을 보면 미군당국이 과연 병사들 난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조차 의심된다.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결함을 지적하는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경찰이 사고를 저지른 미군병사들이 부대영내로 도주하면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꼴을 수없이 지켜본 터다. 정부 역시 미군 범죄에 관한한 강력한 법집행을 머뭇거리는 관행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여론 80% 넘게가 SOFA의 즉시개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나도 외교부는 이를 관철할 의지가 약하다.
한쪽에서는 갑자기 심해진 미군병사들의 도심난동사건에 공학적 시각을 나타낸다. 즉 ‘양키 고우-홈’을 외치고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강경 좌파 세력이 술 취한 미군들을 티 안 나게 자극해서 폭행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다. 그렇지 않고서는 북한의 전쟁 위협이 고조되는 이런 때 미8군 기강이 이렇게 해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사당국은 아직까지는 이런 개연성보다 국내 신종 마약의 상당량을 미군들이 군사우편을 통해 밀반입 하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8군은 한국경찰의 조사결과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물의를 일으킨 미군들에 대해 불명예  제대를 포함해 추가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을 뿐 SOFA의 개정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당연히 주한미군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정부 공권력의 무능함에 대한 질타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주한미군은 2만8500여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1만명 이상 줄었지만 범죄는 오히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상하게 새정권 들어선 올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미군 범죄는 국내 치안을 해칠 뿐 아니라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확실한 ‘한탕 거리’가 된다. 주둔지의 반미정서는 미국의 국익에도 큰 해를 끼친다.
해당 미군의 불명예제대 조치나 미8군 수뇌부의 유감표명으로 문제를 삭힐 시대가 아니다. 미군 당국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본질적인 것은 미군 범죄자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과 실체적 처벌 수위가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에 비해 형편없이 균형이 맞지 않다는 점이다. ‘동일범죄’의 ‘동일처벌’은 공정과 형평을 추구하는 법의 요체다. 이것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다.
지금 시대에 미군 범죄에 관한 물렁한 조치를 겉으로 비난하고 속으로 웃는 세력이 누구일지를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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