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조아라 기자] 2000년대부터 우리사회에는 웰빙(well-being)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빠름’과 ‘성장’만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를 거쳐 우리에게 가장 기초적인 ‘건강, 휴식, 자연, 행복’을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다. 그렇게 시작된 웰빙은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게 됐다.
 
웰빙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을 둘러보게 만들었다. 인스턴트 음식을 지양하고 유기농과 생식 같은 자연식을 추구하는 등 현대인의 식습관까지도 바꿨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위·장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영양가 많은 음식을 찾게 됐다. 이런 관심은 곧 콩을 이용한 요리로 향했다. 그 중에는 순 우리 콩만을 고집해 두부요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두부고을’(사장 박이순·02-885-9756)도 있었다.    
 
두부요리의 시작은 콩이다. 좋은 콩을 사용해야지만 제대로 맛이 나서다. 이 집은 충북 보은, 전남 무안, 경북 상주 등의 농가에서 직접 수확한 국내산 대두만을 사용한다. 이익만을 쫒아 저렴한 식자재를 쓰면 일관된 음식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확고한 맛의 철학 때문이다. 
 
먹는 사람도 진정성 있는 맛은 알아보는 법. 웰빙을 넘어 힐링이 대세가 된 요즘에도 이 집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매일 아침 만드는 두부의 양만 500인분. 부족할 땐 150인분을 추가로 만들지만 이마저도 동이 난 적이 적지 않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집 두부요리를 찾게 만드는 것일까. 아마 국내산 대두는 기본, 그 위에 박이순 사장의 손맛과 노력이 더해져서다. 
 
전북 장수가 고향인 박 사장은 남도 음식 맛을 내기 위해 직접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 매일 아침마다 두부를 비롯해 5첩 반찬과 식혜까지 직접 간을 보고 조리한다. 그동안 이 집 두부요리를 모방한 가게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 집 손맛까지 따라하지는 못했다. 
 
각 지역마다의 맛과 두부 제조법을 배우기 위해 발품 파는 일도 예사다. 구입한 양조간장도 맛을 위해 재정제가 기본이다. 
 
‘삼색두부’도 이 집에서 처음 시작됐다. 삼색두부는 쑥, 뽕잎 등의 야채를 갈아서 초록색을, 당근 등으로 붉은색을 만들어 기존의 흰 두부와 합쳐 만든 것이다. 맛에 영양까지 더했다. 특허를 내지 않아 모방하는 집도 있지만 괘념치 않는다. 모양은 흉내 내도 맛까지 따라할 수는 없다는 자신감에서다. 입소문만으로 손님이 절로 찾아오는 맛 덕에 월 매출도 1억이 넘는다. 
 
모든 음식이 맛있지만 이 집에서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은 두부수육보쌈과 해물순두부다.
 
두부수육보쌈은 삼색두부와 보쌈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여기에 황태식혜와 김치, 무채 등을 곁들여 먹으면 일품이다. 두부 전문점이라 고기에 소홀할 지도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웬만한 보쌈 전문점만큼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운 고기 맛이 일품이다. 
 
해물순두부는 향부터 해물향이 느껴진다. 꽃게다리, 미더덕, 조개 등이 어우러져 내는 얼큰한 맛이 진국이다. 보통의 순두부찌개는 순두부와 여러 덩어리로 나눠져 나온다. 하지만 이 집은 쪼개지지 않은 순두부가 통째로 들어있다. 
 
모든 음식을 시키면 함께 나오는 개인용 순두부와 다섯 가지 반찬도 깔끔하고 담백해 입맛을 사로잡는다. 
 
박 사장은 “정직한 마음과 좋은 식자재로 일관된 음식을 만들고 싶다. 좋은 음식을 잘 먹고 간다는 인사가 헛되지 않도록 진심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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