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썬앤문 문병욱 회장이 사기혐의로 고소 당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썬앤문그룹과 문 회장은 1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도 휘말렸다. 이는 썬앤문그룹 계열사인 호텔미란다와 계약관계에 있었던 중소여행업체가 사기혐의로 문 회장을 고소했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함께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썬앤문측은 “상대 업체가 터무니없는 억지를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건을 들여다봤다.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4년 후배로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썬앤문 그룹 문병욱 회장. 그는 지난 5월 국세청 간부에게 감세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4일에는 호텔 운영과정에서 세금을 포탈하고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또다시 구속됐다. 여기에 문 회장은 지난 대선을 전후해 정치권에 거액의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문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한 중소여행업체가 문 회장과 썬앤문그룹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여행사인 (주)투어렉스는 11월초, “문 회장과 썬앤문그룹의 계약위반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문 회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이와 함께 지난 5일에는 “계약위반에 따른 금전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썬앤문과 문 회장을 상대로 1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투어렉스는 소장에서 “문 회장이 지난해 3월 투어렉스에 썬앤문그룹 계열사인 미란다호텔과 온천 테마파크의 독점 판매권을 갖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먼저 제안했다”며 “이에 회사측은 썬앤문과 지난 4월 5년간 독점사업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계약서에서 썬앤문측은 직접 고객이 방문해 호텔과 온천 등의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외에는 서비스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며, 투어렉스측에 매월 판매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약 체결 이후 “카드사와 홈쇼핑채널 등과 제휴해 적극적인 영업 및 홍보활동을 한 결과 매출이 상당히 올라갔다”며 “그럼에도 불구, 썬앤문이 당초 폐쇄를 약속했던 서울사무소를 5월말까지 계속 유지한 채 호텔 회원권을 중복 판매했다”고 주장했다.또 투어렉스는 소장에서 “업무제휴계약 후에도 호텔의 서비스 판매를 위해 필수적인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넘겨주지 않았고, 서비스 판매수수료를 정산해 주지 않는 등 고의적으로 계약을 불이행했다”고 밝혔다.투어렉스는 “이같은 사유로 매출이 부진했음에도 불구, 썬앤문은 카드사 제휴 매출액도 누락한 채 우리가 매출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지난 9월 갑자기 업무 제휴를 파기했다”며 “이는 근거없는 억지 주장에 불과하며 부당한 계약 파기”라고 역설했다.

특히 회사측은 “문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계열사의 모든 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이고 이번 계약 체결 및 이행과정에서도 깊숙이 개입했다”며 “하지만 문 회장이 고의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판매수수료 등을 지급하지 않은 만큼 ‘사기’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투어렉스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소장에서도 “썬앤문측이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판매수수료 2억5,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남은 계약기간 동안 예상되는 수익 29억여원, 그리고 신규 채용 직원 임금 5,400여만원 등 총 32억여원의 손해를 봤다”고 덧붙였다.투어렉스 관계자는 “미지급판매 수수료와 향후 예상판매 손실 등 30여억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변호사와 상의, 적정한 수준에 맞추다 보니 18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 것”고 말했다.이에 대해 썬앤문측은 “터무니없는 억측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썬앤문 관계자는 “계약서 상에 매출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며 “이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의해 계약이 파기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이와 함께 썬앤문 관계자는“상대 업체가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한 만큼, 상응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문 회장의 ‘사기’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 하지만 계약서 상에 문병욱 회장의 결재가 들어가 있지 않아, ‘사기죄’성립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라며 “썬앤문측 관계자들도 ‘문 회장과는 무관한 계약’이라고 시종일관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문 회장이 다른 혐의로 구속된 만큼 조만간 구치소를 방문, 이번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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