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과 관련, 왜 이렇게 말들이 많은 것일까. 우선, 출제위원 명단의 사전유출에 관한 의혹이다. 그 동안 세간에서는 매년 수능 출제위원회가 구성되고 나면, 출제위원 명단과 전공분야 등 상세한 정보가 공공연히 유포되어 왔으며, 일부 입시학원과 학부모들이 이 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 거액의 투자를 서슴지 않는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학원가의 한 관계자는 “수능이 다가오면, 학원가는 출제위원 명단을 파악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다”며 “수능을 앞두고 유명 교수나 교사가 잠적했다면, 그가 바로 출제위원이다. 이런 방법 등을 통해 출제위원을 파악하는데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고 털어놨다.이처럼 학원가 등에서는 갑자기 잠적한 교수나 교사 등을 파악해 출제위원 명단의 윤곽을 비슷하게 맞추고 있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출제위원의 전공이나 성향 등을 파악, 일명‘족집게’과외라는 것이 생겨나게 된다.또 출제위원 선정과정에 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올 수능의 경우, 출제위원중 온라인 사설 입시학원에서 강의중인 교수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수능시험에서 언어영역 출제위원으로 참가한 서울 모 대학 초빙교수 A씨가 국내 최대 인터넷 입시 사이트인 M사이트에서 논술을 강의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특히 수능시험을 앞두고 A교수를 지칭하는 듯한, ‘언어영역 출제교수 1명이 철학 전공’이라는 글이 입시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출제위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이와 함께 출제된 문제의 검증과정에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능 출제위원회는 통상 공동출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문제 출제 과정에서 해당분야 출제위원들이 협의와 토론을 통해 이미 출제된 문제와 유사한 문제, 특정 출제위원의 전공분야에 치우친 문제 등 부적절한 문제들을 걸러내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수능의 경우 특정 개인이 자신의 전공과 직결된 문제를 지문으로 제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오답시비도 끊이질 않고 있다. 올해 언어영역 17번 문항에 대한 정답을 놓고, 일부 교사와 교수들이 이의를 제기했고, 학생들은 동아리까지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그렇다면, 출제위원 선정 등과 관련한 의혹은 왜 생기는 걸까.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은 “출제위원 명단 유출 등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출제위원 선정과 문제 출제 과정 등은 철저히 비밀이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출제위원 선정 작업은 수능 한 두 달 전부터 시작된다.
현재 수능 출제위원 선정기준은 ‘대학 전임교원 이상,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중진 연구원, 고교 5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교사 및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는 자’로 규정돼 있다. 이런 규정에 의해‘출제위원회’가 구성된다.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출제위원장, 부위원장에 대한 인선을 극비리에 마치고 출제위원을 교섭하게 된다.출제위원장단이 출제위원의 2배수를 추천하고 평가원이 1배수를 더해 3배수 가운데 협의해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출제위원 선정 절차인 것으로 전해졌다.즉 출제위원장단이 출제위원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특정사범대 출신이 출제의원을 독식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특정사대 출신의 출제위원장 입김(?)에 의해 특정사대 출제위원이 선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출제위원의 인터뷰를 통해 “특정사범대 출신 출제위원이 다음해 수능 때 자신의 학교 후배를 소개하는 등 사실상 출제위원이 대물림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특정대 출신 출제위원이 80%이고 나머지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는 내용이 언급되기도 했다.올해의 경우, 출제위원단은 모두 328명(출제위원장단 9명과 출제위원 119명, 검토위원 74명, 그리고 관리·출제보조원과 경찰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출제위원단 선정단계부터 보안을 위해 비밀유지 각서를 써야 하고, 모처에서 1개월간의 합숙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출제위원들은 수능 제 5교시 시험 시작과 함께, 감금(?)생활에서 풀려난다. 평가원 관계자는 “출제위원 선임과 출제과정에서 철저한 보안이 유지된다”며 “최근 일련의 의혹과 관련, 조사를 마친 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나 현재로선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한편, 이번 수능 잡음과 관련, 전교조 등 교육단체도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교조는 “출제위원 선정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 만큼, 그 선정기준과 검증과정을 분명히 공개하고 신원 확인을 게을리 한 관계당국의 직무유기에 대해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