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진실을 말하라!’ 오는 11월 29일이면 16주년이 되는 87년 KAL기 폭파사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김현희와 김승일이 저지른 짓이라고 당시 당국은 결론 내렸고, 그 여파로 북한은 테러국가로 미국에 의해 낙인찍혔다. 그러나 KAL기 폭파사건에 대한 의혹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전국을 돌며 정부의 정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실종자 유가족모임 차옥정(68) 회장은 KAL기 폭파사건에 대해 “사람의 목숨을 휴지 조각처럼 생각한 그들은 하늘이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는 말로 심경을 토로했다.

-안기부 당시 수사책임자와 만난 적은 없는가.
▲2001년 11월경 강남에 있는 모 중국집에서 당시 안기부 수사 책임자를 만났다. 통일연대 관계자들과 함께 동행했는데 주범으로 발표한 김현희에 대한 의혹에서부터 여러 가지 의혹 사항에 대해 물었지만, 그러한 의혹들에 대해 하나도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특히 김현희가 김정일의 친필지령을 받은 것처럼 언론에 발표했지만, 안기부 수사책임자는 “받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김현희의 아버지가 앙골라 주재 북한외교관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그는 김현희가 그렇게 말해 발표한 것이라는 말로 일관했다.

-김현희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인가.
▲김현희가 범인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그녀가 말했던 내용 중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 김승일이 극약앰프를 물고 자살했고, 자신도 극약앰프를 물었는데 운좋게 살아났다고 했다. 그러나 극약앰프는 가스로 되어 있기 때문에 물면 즉사한다고 들었다. 또 김현희를 치료했던 이란의 아부다비에 있는 의사는 김현희가 극약앰프를 물지 않았다고 했다. 또 만일 그들이 북한 공작원이라면 상식적으로 최고 책임자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모두 죽이고 난 후 자신이 자결해야 한다. 김현희가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사죄의 말을 남겼는데 일본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김현희의 기자회견 당시 감정의 기복을 분석했는데 놀랍게도 김현희는 눈물을 흘릴 때조차도 감정의 기복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현희는 연기를 한 것이다. 자신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 감정의 기복이 나타나지 않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 당시의 사건기록을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인데?
▲이는 실종자 유가족들만을 기만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기만한 사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설마 그랬을까”라는 의문을 품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당시 발표한 것은 99%가 아니라 100% 신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지금도 그 일을 되새길 때마다 치가 떨린다. “비행기가 눈송이처럼 없어졌다”, “시신은 식인상어가 있는 지역이라 다 사라졌을 것이다”라는 둥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우리를 우롱했다. 정말 단 하나라도 진실이 밝혀진다면 지금이라도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다.

-김현희를 직접 만난 적은 없는가?
▲김현희가 결혼하기 전에 한 번 만났다. 김현희가 당시 전국의 교회를 돌며 간증을 하고 다녔는데 서교동에 있는 한 교회에서 간증을 한다는 말을 우연히 듣게 돼 유가족회 몇몇 회원들과 함께 찾아갔다.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마치 탤런트나 되는 것처럼 교회에 들어온 김현희의 모습을 보는 순간 심장이 떨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김현희는 자신도 독극물을 먹었지만 하나님이 나에게 이런 일을 하고 다니라며 다시 내려보냈다고 간증했다.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교회 안에 있던 사람들이 마치 김현희가 영웅이나 되는 것처럼 박수를 치는 모습이었다. 김현희가 간증을 마치고 내가 있던 자리 근처로 다가오자 내가 그녀를 붙잡아 온몸으로 껴안고 “네가 무슨 간첩이냐 바른 말을 해라”며 물고 늘어졌다. 주변이 아수라장이 됐고, 안기부 직원들이 김현희 주변에 있던 우리 회원들을 끌어냈다. 안기부 직원들이 나를 끌어내고 김현희를 급하게 빼돌렸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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