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마무리도 전에 ‘잔치부터’

▲ 뉴시스

대규모 포상은 ‘훗날’ 우려한 무리한 ‘사전조치’ 의혹
국토부·수자원공사·건설사 쏠림…경찰 인사도 수여

[일요서울|최은서 기자]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이었다. MB 정권 초부터 4년간 천문학적인 비용 22조 원이 투입돼 한강, 낙동강 등 주요 하천을 정비한 이 사업은 유례없는 대규모 훈·포장자를 양산해 냈다. 그 수만 12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4대강 공사가 완공되기도 전에 4대강 사업을 담당한 공무원과 건설사 임직원 등에 포상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파문이 컸다. 하지만 MB정부는 훈·포장 대상자 명단과 공적(功績) 기준을 공개하라는 야권의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요서울]은 4대강 사업 훈·포장자 명단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MB정부가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4대강을 담당한 관련자 1152명에게 훈·포장을 수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일부는 4대강 사업이 준공되기도 전에 포상부터 받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정부 포상 이유 ‘무색’

포상의 이유는 물 확보나 홍수 예방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방치됐던 수변공간을 자전거길·캠핑장 등 국민 레저·문화·여가 공간으로 변화시킨 공로도 인정받았다고 한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이 MB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으로 범정부적 차원에서 10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한데다 총 22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포상 범위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에도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관련자 88명이 무더기로 포상을 받았다. 이유는 ‘하천수변공간조성 유공’이라는 업적을 인정받아서다.

국토부의 해명에도 이 같은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MB 정부가 ‘훗날’을 우려해 무리한 ‘사전조치’를 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짙어진 것. MB정부로서는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을 강력히 밀어붙여준 데 대한 보상의 성격으로 정부 포상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무더기 포상을 실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4대강 사업의 건설을 담당한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 받았다는 점도 의혹을 뒷받침했다. 야당은 “포상자 중 현대건설 등 담합사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며 “4대강 담합 행위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자에게 1등급 훈장을 수여한 것은 온당치 못한 행태인데다 범죄자들에게 훈·포장을 주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4대강 사업은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에게도 4대강 사업은 ‘손톱 밑의 가시’가 되어버렸다. ‘녹조라떼’ ‘보 세굴 현상’ ‘역행침식’ ‘파이핑 현상’ ‘역류현상’ ‘홍수피해’ 등은 4대강 사업의 실패를 반증하고 있는 증거다. 정부 포상의 이유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한국수자원공사만 23명

[일요서울]이 입수한 4대강 훈·포상 명단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 인사만 23명에 달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을 수행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훈·포장자의 수도 월등히 많았다. 사장과 부사장(상임이사) 각 1명, 1급이 6명, 2급(갑)이 2명, 2급(을)이 10명, 3급이 1명이다. 사업참여 당시 본부장이었던 1명의 인사가 현재 퇴직했다.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이 수여됐고, 김완규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에게는 은탑산업훈장이 수여됐다. 두 사람의 포상 이유는 ‘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이다.

김 사장은 2009년 “2009년 9월 현재 우리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나가야만 하는 강과 관련한 역사적 과제는 4대강 살리기다”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지방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임이 틀림없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며 4대강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훈·포장을 수여받은 국토해양부 인사의 수도 23명이다. 일반직고위공무원 4명, 3급 1명, 4급 10명, 5급 2명, 6급 2명, 사업참여당시 전문계약직 가급이었던 2명이 현재 퇴직한 상태다. 또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과 일반고위공무원 각 1명이 퇴직했다.

이 명단 중 4대강본부 기획국장과 수자원정책관을 지낸 안시권 건설정책국장이 눈에 띈다. 안 국장은 국토해양부에서 국토교통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는데 ‘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이 포상 사유다.

안 국장 역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4대강 살리기는 단순한 하천 정비사업이 아니라 물 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국가적 사업이다”이라고 4대강 사업을 옹호한 바 있다. 또 국토부 산하 지방관리청에서도 19명의 인사가 훈장 또는 포장을 수여받았다.

환경부 역시 13명에 달하는 인사가 훈장 또는 포장을 수여받았다. 별정직 2급상당 1명, 일반직고위공무원 3명, 서기관 3명, 기술서기관 5명, 부이사관 1명 등이다.  이밖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어촌공사, 국방부, 농림수산식품부, 대통령실,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재청, 기획재정부, 한국정책방송원 등에 소속된 공무원이 훈·포장을 수여받았다.

주목할 것은 경찰 인사 여러 명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하천수변공간 조성 유공’을 이유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김두연 영등포경찰서장은 ‘하천수변공간 조성 유공’ 업적을 인정받아서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훈 광명경찰서장과 경기경찰 2청 소속 박춘배 생활안정과장이 같은 이유로 각각 ‘근정포장’과 ‘홍조근정훈장’을 수여받았다. 이 밖에도 경찰청 소속 경위 1명과 경기도지방경찰청 경위 1명이 각각 같은 이유로 옥조근정훈장과 근정포장을 받았다.

또 경상남도 지방경찰청 경정 1명이 ‘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을 이유로 근정포장을 받았다. 이에 관해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4대강 훈포장자 명단에 경찰 인사가 포함된 것이 의아하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담합 건설사도 훈·포장

4대강 사업에는 건설사들이 많이 참여한 만큼 건설사 임직원들에게도 다수의 포상이 이뤄졌다. 4대강 1차 공사뿐만 아니라 2차 공사에서도 건설사들의 입찰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돼 검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4대강 사업 공사를 따내는 과정에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담합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한 바 있다. 수사 대상은 현대건설·GS건설·SK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포스코건설·대림산업 등 8개 대형 건설사를 포함해 모두 17개 건설사다. 이들 건설사들 역시 4대강 훈·포상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포상을 받은 기업 임원 위주로 살펴보면, 박태균 대우건설 상무는 금탑산업훈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안종국 대우건설 상무는 석탑산업훈장(4대강 살리기산업 유공), 이광림 대우건설 상무는 동탑산업훈장(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이충우 SK건설 전무(4대강살리기사업 유공)는 동탑산업훈장, 권일상 한국종합기술 부사장은 철탑산업훈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김선규 동부엔지니어링 이사는 철탑산업훈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하영재 동부엔지니어링 전무는 산업포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정상훈 동부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산업포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오규창 동부엔지니어링 전무는 산업포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정순찬 동부엔지니어링 상무는 산업포장(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채선엽 동부엔지니어링 전무는 산업포장(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김외곤 태영건설 대표이사는 은탑산업훈장(하천수변공간 조성 유공), 조규영 대림산업 상무는 산업포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최도선 극동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산업포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박장환 극동엔지니어링 전무이사는 산업포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이대일 극동엔지니어링 전무는 산업포장(하천수변공간 조성 유공), 이대일 극동엔지니어링 전무는 산업포장(하천수변공간 조성 유공), 정동화 포스코 건설 대표이사는 금탑산업훈장(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김영선 GS건설 상무는 동탑산업훈장(하천수변공간 조성 유공), 길용훈 GS건설 상무는 철탑산업훈장(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김진원 현대건설 상무보는 동탑산업훈장(하천수변공간 조성 유공), 김정위 현대건설 상무는 동탑산업훈장(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조성웅 현대산업개발 부사장은 동탑산업훈장(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조승현 한진중공업 상무는 동탑산업훈장(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이동학 금호산업 상무는 동탑산업훈장(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김채식 코오롱글로벌 상무는 동탑산업훈장(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이길용 삼환기업 이사가 동탑산업훈장(4대강살리기사업 유공), 유장현 고려개발 사장이 석탑산업훈장(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 유공)을 받았다.

이 밖에도 두산건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계룡건설산업, 한라건설, 이산, 가산토건, 평화엔지니어링, 건화, 도화엔지니어링, 화신엔지니어링, 대경종합건설, 동의산업, 대선건설, 한조엔지니어링, 덕산토건, 남영건설, 동우개발, 경복건설, 국제건설, 덕일, 홍익기술단, 영무토건, 대아건설, 천일, 대원건설산업, 대진종합건설, 신촌종합건설, 태영건설, 삼안, 동원건설, 서해건설, 제이에이건설, 오렌지이엔지, 한양, 케이에스엠기술, 대보건설, 태림종합건설, 대보건설, 수성엔지니어링, 신양건설, 양지종합건설, 유신 등의 임·직원이 훈장 또는 포장을 수여받았다.

기념비에 구속자도 있다

교수와 지자체 명단도 적지 않다.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교수는 황조근정훈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신현석 부산대학교 교수는 홍조근정훈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전시영 원광대학교 교수는 근정포장(4대강살리기사업 유공), 이경훈 전남대학교 교수는 근정포장(사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김혜천 목원대학교 교수는 근정포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황순진 건국대학교 교수는 근정포장(4대강 살리기사업 유공), 김선주 건국대학교 교수는 근정포장(하천수변공간조성 유공), 여운광 명지학교 교수는 홍조근정훈장(하천수변공간 조성 유공), 추갑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옥조근정훈장(4대강 살리기 사업 유공)을 수여받았다. 지자체의 경우 경상북도 3명, 대구광역시 3명, 부산광역시 2명, 경기도 1명 순이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 9월 강정수고령보 대표문화관 앞 녹지대에 높이 2.4m, 길이 33.5m 크기로 ‘4대강 사업 기념비 명판’을 설치했다. 여기에는 시공사, 관계기관 임직원 등 총 6245명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비리 혐의로 구속된 공무원 2명과 시공사 임원 3명의 이름이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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