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은 장기집권·공포정치·고소고발 3災?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이명박 정권이 물러나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MB맨들이 너두나두 해외로 출국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된 것은 아니지만 친박과 친이간 골이 상당히 깊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그중에서 MB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무사히 해외로 빠져나갔지만 원세훈 전국정원장은 임기를 마치자마자 계획했던 미국행은 검찰이 출국금지를 시키면서 무산됐다. 역대 국정원장중 2번째로 장기 집권했을 정도로 MB로부터 신뢰를 받은 원 전원장이지만 미래는 암울해 질 수 있는 처지에 몰렸다. 한 전 총장과 원 전국정원장이 정권교체기를 맞아 극명하게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 <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지난달 23일 출국 금지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둘러싼 말들이 많다. 임기를 마친지 3일만에 미국으로 출국하려는 원 전 원장의 행보로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사이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시켰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임기를 마친 그는 복수의 시민단체가 국정원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장을 중앙지검에 제출이 출국금지 배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단체에 이어 민주통합당 역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내 정치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원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내 정치에 관여하고 직권남용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를 들었다.

임기종료 3일만에 해외출국
이명박 정권이 끝나고 핵심 실세였던 원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정권 비리 조사를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는 4년 2개월간 장기 집권을 했다. 재임기간 동안 원 전 원장은 MB정권에 비판적이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나 방송인 김미화씨 등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정치권에서 세종시 문제로 MB정권과 불협화음이 있을 당시 국정원 내 박근혜 사찰팀이 존재한다는 폭로가 나온 적도 있을 정도로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국정원에 정통한 A씨는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국정원 내부의 반감이 출국 금지가 된 주요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한 마디로 장기 집권하면서 국정원 내부의 ‘공공의 적’이 된 보복성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원 전 원장은 MB정권 임기초 행정안전부 장관 1년을 마치고 임기말까지 4년이 넘게 국정원장으로 재직했다.

이 인사는 “역대 국정원 수장중 2번째로 오랫동안 재직하면서 인사정체 현상이 커 내부 직원으로부터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통상 정무직 성격이 강한 1급 국장급 이상은 1년에 1회꼴로 교체가 되는 데 4년 동안 교체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체적으로 인사 정체현상을 빚어 직원들 내부에 불만이 팽배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 전 원장 특유의 ‘공포 정치’도 한몫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A씨는 “국정원을 운영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이 고소·고발을 당했지만 법적 소송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아도 해임을 시키는 등 이해가 안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직 국정원 직원중 일부는 그가 국정원장직에서 물러나자 명예회복 및 복직을 위한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골자는 해외에서 첩보활동을 하다 현지 수사기관에 옥살이를 하고 ‘무혐의’로 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비밀 유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빌미로 이들의 복직을 외면했다는 게 주요 골자다. 통상 국정원은 이럴 경우 직무상 비밀을 지키려다 옥살이를 할 경우 오히려 보상을 받지 불이익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국정원 직원들의 설명이다.

가정사도 문제로 떠올랐다. 원 전 원장의 부인의 경우에는 국정원내 ‘끝발이 세기로 유명하다’는 게 A씨의 증언이다. 이 인사는 실례를 들며 “국정원 한 여직원이 부인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며 “한번은 1000만 원을 주며 특정 브랜드 이불을 사갖고 오라고 했는데 그 직원이 다른 브랜드 이불을 700만 원 주고 샀다가 한직으로 좌천됐다”고 전했다. 결국 이런 배경이 국정원 내부 직원의 제보로 원 전 원장이 출국 금지됐을 것이라는 게 관가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총장 “전모파악 적극수사할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원 전 원장에 대한 첩보나 제보가 정치권과 검찰에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채동욱 신임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장을 통해 원 전 원장에 대한 의혹에 대해 적극 수사를 할 것임을 밝혔다.

당시 채 검찰총장 내정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서 “취임 후 전모를 파악하고 체제를 재정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부실 수사 지적에는 “새로운 증거가 나와 재수사할 필요성이 있다면 신중하게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원 전 국정원장은 경북 영주 출신으로 1973년 행정고시 14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1974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원 원장은 내무부 소속 사무관으로 초기 강원도에서 잠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시에서 일했다. 성동구청 도시정비국장과 강남구청장, 서울시 보건사회국장 등을 거쳤지만, 시쳇말로 ‘빵빵한 이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뼈속까지 ‘MB맨’ 정권내 승승장구
강남구청장만 해도 부구청장 재임 중 구청장이 세무비리 사건 여파로 경질되면서 공석을 메워 3개월간 근무한 것이다.이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2년 이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였다. 그해 7월에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에서 기획예산실장으로 발탁됐고, 1년여 만인 2003년 11월 행정1부시장에 임명되면서 승승장구했다.

임명된 후 그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 시기 청계천 복원사업과 시내버스 체제 개편, 상암DMC 등 이명박 시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주요사업을 예산과 조직개편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그의 핵심임무였다. 특히 4조8000억 원에 달하던 서울시 지하철 부채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수완을 발휘해 이명박 시장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통상 1년이 임기이던 부시장 자리를 이 시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3년 반이나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2006년 6월 이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퇴임할 때까지 지근거리에서 4년을 보좌했으며, 2007년 대선에서는 선대위 정책 분야 상임 특보로 활약했다.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MB정권에서 행전안전부장관과 국정원장으로 함께 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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