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야권 정치 지형이 요동칠 전망이다. 그 중심에 민주당 당 대표선거에서 승리가 점쳐지는 김한길 의원과 4월 재보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안철수 전서울대 교수가 있다. 김 의원과 안 전 교수는 각자 지향점이 다르지만 공통점도 많다. 김 의원이 ‘당 혁신’이라면 안 전 교수는 ‘새정치’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 그리고 김 의원은 ‘당혁신’을 통해 안철수 지지세력을 끌어안아야 하는 반면 안 전 교수는 ‘새정치’를 통해 민주당 지지세력을 빼앗아 와야 한다. 또한 김 의원은 민주당 중심 신당 창당을 기대하지만 안 전 교수는 신당 창당을 통해 야권을 재편해야 하는 과제도 같다. 경쟁자이면서 협력자일 수밖에 없는 두 인사간 첫 번째 충돌은 10월 재보선이 될 전망이다. 패자는 당권 아니면 대권이 날라갈 뿐 아니라 신당창당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안철수와 안 만난다” 당권에 도전하면서 던진 김한길 의원의 일성이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역시 새정치를 내세워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의원과 안 전 교수의 처한 입장은 다르지만 피할 수 없는 대척점에 서 있다. 지난 대선 때만해도 친노 주류를 두고 두 인사는 서로 ‘공공의 적’이 있어 우군 관계를 형성했지만 지금은 정치적 현실이 매우 달라졌다.

일단 김 의원의 경우 당권을 장악한 이후 첫 번째가 당 혁신을 해야 한다. 이후 민주당을 신당 창당 수준으로 리모델링을 통한 안철수 지지 세력을 끌어안아야 한다. 이를 토대로 전국적으로 벌어져 ‘미니총선’이라 불리는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해야 김 의원의 첫 번째 리더십 무대는 환호와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김한길측 “친노 당 순순히 떠나지 않을 것”
무엇보다 당 혁신의 핵심은 인적 쇄신이다. 그 중심에는 친노 주류가 존재한다. 당권 장악했다고 친노 주류가 탈당하거나 바로 비주류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김한길측 한 인사는 “친노가 순순히 당을 떠나진 않는다”며 “오히려 사사건건 당 대표 꼬투리를 잡아 흔들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친노 대표적인 인사들을 실명으로 거론한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가 발표될 당시 집단적으로 반발한 예가 대표적이다. 오히려 대선평가보고서를 통해 친노 세력이 결집 효과를 노렸다는 평도 당 일각에서 나왔다. 김 대표가 처한 첫 번째 딜레마다.

두 번째로 10월 재보선전 안철수 지지세력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이냐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이미 공식적으로 “안철수를 보지 말고 안철수에 열광하는 지지 세력을 봐야 한다”며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을 명확히 분리해 대응하고 있다. 안 전 교수가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일단 지지층을 끌어안고 그 다음에 안 전 교수를 입당시키는 단계별 전략인 셈이다. 안철수 현상 배경이 민주당 및 야권에 실망한 지지층이 다수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안철수 없는 민주당에 안 지지 세력을 끌어안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중에서도 안 전 교수가 뱃지를 달고 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최근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 지지율이 두 배나 차이나는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만들어 지지도 않은 가상 정당에도 뒤지는 게 민주당이 처한 현실이다.

이래저래 김 대표가 당 혁신과 외연 확대라는 투트랙 전략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10월 재보선이 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10여 곳 이상에서 치러질 재보선중 특히 수도권과 호남에서 성패 여부가 김 의원의 정치적 운명뿐만 아니라 민주당 존폐 여부까지 결정할 수 있다. 패할 경우 민주당 중심의 신당 창당은 물 건너 가고 안철수 신당 창당론이 빠르게 진행될 공산도 높다. 친노의 우려대로 ‘김한길이 당을 통째로 안철수 신당에 넘긴다’는 음모론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물론 성공할 경우 민주당 자강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안철수 신당창당 분위기는 가라앉고 민주당 중심의 신당 창당론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김한길 ‘안철수 만나긴 만나야 하는데…’
이런 김 의원의 정치적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사람이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다. 안 전 교수 역시 김 의원과 유사한 전철을 밟아야 한다. 우선 새정치를 구현해야 하고 이를 통해 외연확대를 꾀하면서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신당 창당을 이뤄야 한다. 물론 김 의원과 커다란 차이는 당권이 아닌 대권에 방점을 둔 정치 행보라는 점에서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안 전 교수측의 한 인사는 “안 전 교수의 경우 모든 행보는 차기 대권에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며 “안 전 교수 입장에선 어설픈 민주당과의 연대나 입당은 자신의 대권 가도에 마이너스”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안 전 교수가 뱃지를 달 경우 새정치를 국민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선 후보급이지만 한편으론 299명 국회의원중 한명으로 그것도 무소속으로서 가시적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반면 안철수식 정치 실험이 성공한다면 민주당지지 세력을 자기세력화 할 수 있다는 점과 나아가 10월 재보선에서 독자 후보를 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깊다.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 그리고 여당 후보간 3자 구도가 부담스럽지만 지방선거전 안철수 신당 창당을 위해선 정면돌파쪽으로 선회할 공산이 높다.

하지만 민주당과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김한길 의원실 한 인사는 “안 전 교수가 민주당 지지세력을 안고 가기위해선 전통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친노 지지세력도 함께 끌어안아야 차기 대권도 가능하다”며 “특정 지지세력을 배제하는 듯한 모습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 의원과 안 전 교수는 서로가 윈윈하는 선택내지 치킨게임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다. 그 첫 번째 간보기는 안 전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고 10일후에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김 의원과 회동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김 의원이 회동에 부정적이지만 당권을 접수한 이후에는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실 관계자도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자연스럽게 국회에서 만나던지 아니면 공식적으로 회동을 제안해 만날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안 전 교수와 김 의원이 구체적인 딜이 이뤄질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민주당과 관계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상 시기상의 문제이지 회동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악어와 악어새냐 포식자와 피식자냐
덧붙여 이 인사는 “회동 이후에도 김 의원은 김 의원대로 민주당 지지율 제고에 최선을 다하고 안 전 교수는 밖에서 민주당 지지 세력을 빼앗기 위한 경쟁 구도가 본격화 될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로가 10월 재보선전까지 ‘자기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지켜보는 식’의 스텐스를 취할 공산이 높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10월 재보선전 김 의원의 당 혁신과 안 전 교수의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평가에 따른 힘 쏠림 현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 기준은 물론 지지율이 될 전망이다. 지지율 싸움에서 앞선 진영이 이후 10월 재보선 및 신당 창당과정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김 의원과 안 전 교수는 악어와 악어새인 동시에 포식자와 피식자 관계라는 점에서 고도의 복잡한 정치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난제를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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