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동거의 성공과 실패. 그 최종 판가름은 ‘결혼’이다. 이에 결혼에 골인한 한 커플과 1년 가까이 동거 후 애인과 헤어진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담아 봤다. 리얼스토리-결혼에 이른경우

4년간의 실제 혼전동거기로 화제 모은 <옥탑방 고양이> 원작자 김유리씨.

지난 10일, 팬 사인회를 위해 서울에 올라와 있는 <옥탑방 고양이>의 저자 김유리씨를 만났다. 물론 그녀의 옆에는 우리가 책에서 접했던 바로 그 ‘야옹이’ 안동열씨가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4년간의 동거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3월에 결혼한 신혼부부. “글쓰는 것이 제일 좋기 때문에 지금이 최고로 행복하다”는 유리씨. 조만간 선보일 <옥탑방 고양이- 연장전> 편에서는 결혼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을 조금은 더 진지하게 펼쳐낼 것이란다.유리씨는 “그냥 웃기는 얘기로만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동거는 경제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남녀가 시작하는 것이고 서로를 더 알아 가면서 결혼을 해도 될 것인가를 판단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절대 부정한 것이 아님을 이해시키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책에서 보면 동거 생활이 매우 재미있다.
▲그 부분은 오빠의 영향이 컸다. 항상 사건을 만드니까. 실험정신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예들 들면 요리를 한다고 해놓고 된장찌개에 고등어를 넣지 않나, 시중에 나와있는 음료수 2%로 숭늉을 만들어 놓질 않나. <아무 소리 없이 노트북으로 온라인 게임 중이던 동열씨가 한마디한다. “처음 요리하는 사람은 다 그런거야.” 바로 이어진 유리씨의 반격. “모두를 오빠와 같은 사람으로 싸잡아서 매도하지 마라.” 동열씨 다시 조용해 졌다.>

-동열씨가 게임을 즐기는 것 같다.
▲사실 심각하다. 나는 중독수준이라며 핀잔을 주고 오빠는 “이게 뭐 많이 하는 거냐?”며 도통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럴 때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제안을 하려 한다. 딱 이틀만 게임을 하지 말아보라고 할거다. 그럴 수 있으면 앞으로는 하루 종일 하든 날을 새우든 아무 말 않겠다고. <또 다시 동열씨 “어, 이틀 동안만이라면 안 할 수 있지”. 자신만만한 표정인 유리씨의 한마디. “오빠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 이틀 못 참는다. 장담한다.” 집으로 돌아간 동열씨가 과연 이틀동안 게임을 참아 냈을까?>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혼전동거 기간 중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보나?
▲대화고 토론이다. 대화가 없는 관계는 끝장이다. 물론 싸우기도 많이 하지만 그 싸움을 누가 이기느냐 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를 그때 그때 해결해야 하는데 양보와 이해가 없으면 상당히 힘들어진다.

-두 사람의 대화는 주로 무엇이었나?
▲우리는 농담에 매우 가혹하다. 바람은 용서 해도 썰렁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가 철칙이다. 우리가 얘기하는 것들은 일상에 있는 모두. 뭐 쓰레기 분리수거를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가, 노상방뇨를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 함께 살면서 할 얘기가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참, 언젠가 두 사람의 대화에 문제가 있었던 적 있다. 할 말이 없어진 것이다. 잠깐이었지만 둘 다 책도 안 보고 TV도 안보고 그러면 할 얘기가 없어지더라.

-혼전동거는 여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라는 게 이 사회의 시선이다. 결혼까지 가지 못할까봐 두렵지 않았나.
▲사랑하는 사람이고 놓치기 싫었기 때문에 헤어지게 된다면 상처를 받는 게 걱정이 된 것이지 그런 문제를 신경 쓰지는 않았다. 사실 동거 후 결혼에 실패한 여성이 뭐 예를 들어 ‘먹다 버린 참외’식으로 비춰지는 건 이 사회가 손가락질하고 색안경끼고 바라보면서 만들어 놓은 거다. 특히 그 문제가 여성의 순결때문인 것 같은데 납득할 수 없다. 여성의 순결은 누가 지켜주는게 아니다. 여성의 성은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도 그녀의 몫이다.
-정작 본인도 주변의 시선 때문에 힘들어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신경 쓰였다. 남들이 보기에 불안정하고 철없어 보였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를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진 않았다.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것만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내 딸을 통해 또 다른 것을 알았어” 유리씨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지금의 남편 안동열씨와 1999년 동거를 시작하면서 지극히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터. 하지만 아버지는 유리씨의 확고부동한 의지를 믿어주었다. 그리고 딸이 생각하는 방법도 맞다는 것을 인정했다.>

-성적인 욕구 때문에 동거를 시작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단지 그게 문제라면 왜 동거를 하지? 여관비가 없어서 그러나?(갸우뚱) 육체적인 사랑도 사랑이니까 그리고 사람들의 스타일은 여러 가지니까 인정한다.

-그럼 경제적인 문제로 동거를 시작했다는 커플도 있다. 그건 어떻나?
▲경제적인 이유로 동거를 한다. 에이 그건 말이 안 되는데.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 마음은 돈 몇 푼에 흔들리는 게 아닌데. 둘이 같이 살면 뭐 살림에 크게 도움이 되는가? 부산에서는 월세 30만원이면 정말 좋은 방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10만원짜리 월세였고. 서울은 방값이 비싸니까 한번 생각을 해 볼 만도 하겠다.(웃음) 하지만 우리는 둘이 합쳐 한달 수입이 50만원도 안될 때가 많았다. 그래도 별 문제는 없었다. 돈이 없으면 절약하면 되는 거고. 사람을 알아 가는 것이 중요한데, 경제적인 문제, 뭐 성적인 욕구 등을 이유로 내세우는 건 좀 그렇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들의 가치판단에서 비롯된 것이고 자기들이 책임질 수 있다면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인정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옥탑방 고양이>도 앞으로 더 나와야 하고. 그 다음엔 순수 창작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오빠나 나나 시기를 놓친 공부도 다시 시작할 거구. 아이는 5년 후에, 그때가서 생각해 볼 예정이다. <이들에게 들어본 혼전동거기와 지금의 결혼 생활에는 즐거움이 깃들어 있었다. 집에 남겨두고 온 고양이 걱정부터 시작해서 월셋방에서 전셋집으로 옮긴 성공스토리까지. 두 사람의 대화는 인터뷰 중간 중간, 그리고 인터뷰를 마치고 여의도공원을 가로질러 지하철역까지 걸어오는 사이에도 쉼 없이 이어졌다. 기자와 만나기 전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 이계진 아나운서가 너무 멋있다며 “우리도 나이 들면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지 않겠나”라는 유리씨와 공원에서 이상한 포즈의 커플을 보면서 “우리는 저러지 말자”던 동열씨. 생맥주 500cc를 가지고 300cc, 200cc 씩 나눠 마시면 둘 다 거나하게 취해서 고성방가하며 집으로 돌아온다는 77년생 부인과 75년생 남편. 유리씨가 남편 동열씨를 보면서 가장 신기하고 부러운 점은 “남의 시선에 절대, 절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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