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직장인 김형민(가명·28)씨. 그는 대학시절 애인과 동거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김씨는 결혼까지 생각하며 사랑했던 그녀와 헤어졌다. 김씨가 군대를 가면서 자연스럽게 동거생활이 정리됐지만, 돌이켜보면 성에 대한 집착이 동거생활동안 그녀와 관계를 점점 멀어지게 했다. 애인과 같은 대학에 다니기 위해 재수까지 했던 김씨. 그러나 그는 동거생활을 통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상처가 컸지만 이를 받아들였다. 동거했던 애인은 다른 사람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고, 김씨는 아직 짝을 찾고 있는 미혼이다. 김씨는 “나는 동거에서 결혼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면서 “하지만 결혼을 하기에 앞서 동거를 해보겠다는 커플들이 있다면 적극 권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실패담을 들어보았다.

-동거를 하게 된 계기는.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동거생활은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소개팅으로 만난 여성과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 나는 실패했고, 그녀는 성공했다. 나는 후기대에 입학하게 됐지만, 그녀를 보고싶은 생각에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그녀와 같은 대학에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재수를 택했고 그녀가 다니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서로 함께 대학을 다닐 수 있게 되면서 나와 그녀의 동거는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동거 기간은.
▲1년이 조금 안됐던 것 같다. 내가 재수를 해서 그녀가 다니던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군 입대하기까지 1년이 조금 못된다.

-동거생활을 정리하게 된 이유는?
▲내가 군대를 가지 않았다면 우리의 동거는 계속 지속되었을 지도 모른다. 요즘은 군대를 늦춰가며 동거기간을 늘린다고 하던데 나는 그런 생각은 못했다. 당시 분위기가 군대는 빨리 가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 돌이켜보면 어린시절에 너무 성에 대해 집착했던 것 같다. 사랑해서 동거 생활을 시작했지만 절제없는 성관계가 오히려 우리 사이를 점점 멀어지게 만들었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사소한 다툼에도 큰 싸움이 되곤 했다. 성적 욕구가 앞서 동거생활로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당시 그녀와 결혼까지 할 생각은 했었나?
▲당연히 결혼까지 생각하며 그녀와 동거에 들어갔다. 우리는 처음 서로를 아주 많이 사랑했었고, 첫 키스, 첫 경험, 첫 밀월여행 등 모든 게 처음이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말은 설렘과 함께 꼭 지켜야한다는 신념이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녀를 사랑했기에 성관계를 맺었고 이후 그녀를 지켜야한다는 의지가 강해 재수까지 하며 그녀가 다니던 대학에 입학했다. 그녀와의 헤어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도 결혼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지난 후, 사랑보다는 성에 집착하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 온몸에 소름돋는 느낌을 받았다. 성에 대한 집착이 불러일으킨 사랑과 결혼은 불행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동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둘 다 동거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부모 모르게 했다.

-주변 친구들은 동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 같은데 그들의 반응은?
▲성에 대한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동거를 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처음에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 역시 많이 이해해주었다. 그러나 헤어지고 난 후에 받을 고통에 대해서는 남자보다는 여자의 아픔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동거할 때 다니던 대학 주변에서 동거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했는가?
▲지방 사람들이 동거하는 확률이 높았다. 주로 혼자 자취하는 사람, 학과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동거를 했던 것 같다. 또 이른바 아웃사이더들이 동거를 많이 하곤 했는데, 이들은 둘만의 시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헤어진 이후 다른 여성과 동거한 적이 있는가?
▲동거를 한 적은 없다. 하지만 헤어진 후에 성관계는 굉장히 자유분방해졌다. 막 헤어졌을 당시만 해도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성으로 성적불만을 해소하려고 했다. 참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과거 당신의 경험으로 볼 때 최근 불고 있는 동거바람을 평한다면?
▲요즘은 동거를 위해 사랑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동거를 하면서 결혼을 생각했지만, 요즘은 동거는 결혼을 위한 시험무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을 존중한다. 나는 동거를 하면서 우리는 맞지 않음을 절실하게 깨달았고, 그녀는 지금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다. 우리는 1년을 같이 살면서 뜨겁게 사랑했지만, 결국은 헤어지게 되었다. 그 이유를 동거를 통해 찾았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와 같은 성관계 없는 동거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성에 대해 무지한 유치원생들이라면 모를까. 성에 대한 호기심을 견뎌내기는 힘들다고 본다. 또한 성관계 없는 동거는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동거에 대한 입장(찬·반)과 그 이유는 (찬·반에 대한 이유).
▲찬성하지만 성에 대한 개념이 어느정도 정립된 20대 후반의 연령대를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결혼을 하기에 앞서 동거를 해보겠다는 커플들이 있다면 적극 권장하고 싶다. 정조라는 개념은 구시대적인 관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성숙한 청년들의 동거에 대해서는 찬성이다. 동거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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